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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이런 보험은 사절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보험 납입액 750만원. 현재 적립액 705만원.’



 6년 전 가입한 변액보험의 현재 성적표다. 한 달에 10만원씩 6년3개월을 들었는데 아직 원금이 안 된다. 5년 정도면 원금이 되고 이후엔 펀드보다 나을 거라던 보험사의 약속은 허공에 날아갔다. 나름대로 노후 대비를 해보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도 총체적인 실패로 돌아갔다.



 가입 때 생각은 이랬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다. 코스피 지수가 1400까지 떨어졌다. 주식에 많이 투자하는 변액보험에 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보험사가 떼가는 수수료가 꽤 많다지만 주가가 제자리를 찾으면 별 부담이 안 되리라 계산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6년간 수익률이 총 2.91%다. 한 해 0.5%도 안 되니 은행 적금과 비교하기도 민망하다. 그런데도 보험사는 자기 몫을 꼬박꼬박 챙겼다. 펀드 운용 수수료도 별도로 나갔다. 이런저런 수수료로 나간 돈이 원금의 10%에 가까웠다. 이렇게 원금을 미리 떼이고 쥐꼬리 수익을 낸 결과가 ‘원금 45만원 손실’이다.



 답답한 마음에 보험사에 물어봤다. “삼성전자 같은 블루칩에 주로 투자했는데 아시다시피 요즘 주가가 안 좋지 않으냐”는 답이 돌아왔다.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가입 직후인 2008년 연말 삼성전자 주가는 45만1000원이었다. 지난해 158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120만원이 깨졌다. 단순히 가입시점과 지금을 비교해도 두 배를 훨씬 넘게 올라 있다. 보험사의 말은 설명이 아니라 핑계에 가깝다. 펀드 운용 실패나 무관심 이외의 다른 답을 찾기 어렵다.



 이처럼 변액보험에 ‘물려 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많이 봤다. 가족이나 동료, 친지 가운데 변액보험으로 속앓이를 하는 사람이 한두 명쯤 없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그래서 보험사엔 변액보험과 관련한 민원이 빗발친다. 은행보다 규모가 작은 보험사들이 항상 민원 순위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는 주요인이다.



 이제 이런 보험은 사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저수익 시대에 10%를 먼저 떼고 투자해 좋은 수익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보험사가 수익을 먼저 챙긴 뒤 리스크가 가득한 시장에 고객을 내던지는 구조도 보험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변액보험은 여전히 많이 팔린다. 노후 대비의 주수단이자 대표적인 장기상품이 돼 있다. 지금까지 고객이 낸 돈(누적보험료)이 93조원에 이른다. 한 해 평균 25조원이 새로 납입된다. 주식형 펀드 설정액(76조8000억원)보다 훨씬 많다. 저축과 보험의 장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보험사의 마케팅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라는 정책이 떠받치고 있다.



 이대로 괜찮은지 한번쯤 점검해볼 때가 됐다. 수많은 국민의 노후와 미래가 변액보험에 걸려 있으니 말이다. 고객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다 업종 전체가 위기에 빠진 사례도 눈앞에 있지 않은가. ‘국민 재테크’에서 ‘국민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펀드 말이다.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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