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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보내며 … 울지 않고 속삭였다, 여보 잘 가

먼저 간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음교육 강사가 된 언론인 최철주. 아내도 딸처럼 중환자실 치료를 거부한채 세상을 떠났다. 김춘식 기자
본인의 죽음보다 어쩌면 더 고통스러운 게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아닐까. 죽음교육(호스피스) 강사로 활동하는 최철주(72)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그 고통을 겪어낸 사람이다. 사랑하는 딸과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냈으니 말이다.

그가 쓴 『이별서약』에는 당시 겪은 고통이 너무나 절절하게 드러나 있다. 9년 전 자궁경부암 말기였던 딸은 수술은 물론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막무가내로 거부했다. 튜브가 목에 꽂혀있어 소리는 내지 못하고 메모지에 ‘치료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은 지옥으로 가는 고통이나 마찬가지’라고 적어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라고 권했다. 6개월 코스의 세 번째 주에 딸은 눈을 감았지만 최 전 국장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교육에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딸이 떠난 지 6년 후 이번엔 아내가 난소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아내는 애원했다. “제발 중환자실에는 넣지 말아줘.” 대신 아내는 호스피스 병동에 보내달라고 청했다. 그리고 의사가 남은 시간이 기껏해야 한 달이라고 한 날 호스피스 병동의 원장수녀를 졸라 집으로 데려왔다. 아내는 그렇게 남편의 간병을 받으며 숨을 거뒀다. 자신의 임종 때 울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아내 말을 따라 가족들은 울지 않았다. 목은 메였지만 최 전 국장은 우는 대신 아내 귀에 입을 대고 “여보, 잘 가, 사랑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눈물 흘리지 않는 임종. 아무리 떠나는 이가 부탁을 한다 해도, 또 남은 이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고 해도 이게 가능한 걸까. 요란한 곡소리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대단히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최 전 국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울음을 참고 ‘사랑한다’ 같은 좋은 얘기를 해줘야 아무리 아파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걸 보고 막 소리를 지르면 아이가 놀라서 더 위험해지지 않나. 마찬가지다. 환자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면, 또 편안하게 보내려면 울음을 참고 조용히 보내줘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아직 이런 인식에 못 미치는 것 같다.”

가장 사랑하던 두 사람을 먼저 보낸 그는 스스로 어떤 죽음을 준비하고 있을까. 담담하게 “아내 곁으로 가겠다”고만 했다.

그의 아내는 화장 후 산 주인의 허락을 받고 어느 산에 뿌려졌다. 납골함처럼 좁은 공간 안에 갇혀있기보다 자연과 숨쉬고 싶다는 아내 뜻을 따른 것이다. “명절이면 우리 가족은 그 숲길을 걸으며 떠난 사람을 추억해요. 나 역시 죽으며 똑같은 장소에 그렇게 뿌려질 거예요. 따로 유언장을 쓰진 않았지만 가족에게 이미 이런 의사를 잘 전달했으니까요.”


안혜리 기자·심영주 기자 hye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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