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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디지털 퍼스트 시대' 일단 쓰고 열심히 고치는 기자가 최고

기자란 말 그대로 ‘쓰는 자’이지만 실제 그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안 쓰는 자’에 가깝다. 정확히 말하면 ‘쓸지 말지 고민하다가 쓰더라도 지웠다 말았다를 반복하는 자’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이른바 유능한 기자라고 칭찬받는 이들을 보면 특히 그렇다. 아침 신문이나 저녁 방송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뉴스의 내용은 실은 기자가 알고 있는 것, 혹은 쓸 수 있었던 것의 일부만 담고 있다.

내일의 이야깃거리를 오늘 결정하는 자가 기자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로버트 파크는 1923년 ‘신문의 자연사’란 고전적 논문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뉴스”라고 했다. 요즘 언론학에서 말하는 ‘의제 설정 기능’이란 이 오래된 정의를 이론화한 것에 불과하다. 언론인들이 하는 일이란 내일의 이야깃거리를 선별하고 이야기로 가공하는 일이다.

 언론의 이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 때문이다. 세계 일류 언론사들이 앞다퉈 내일의 신문이나 오늘 저녁 방송뉴스가 아니라 당장 웹이나 앱으로 뉴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채택하고 나섰다. 이는 뉴스 역사상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내일의 이야깃거리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는 생각 말이다.

 뉴욕타임스만 보더라도 인쇄본과 인터넷 뉴스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예컨대 뉴욕타임스가 최근 발표한 이동형 앱 ‘NYT Now’와 ‘오피니언’은 각각 속보와 논평이라는 뉴욕타임스의 가장 가치 있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BBC도 마찬가지다. 고유의 앱과 웹은 물론 LINE과 같은 채팅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뉴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내일의 이야깃거리가 아닌 이 시간의 이야기 자체를 지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자의 임무 역시 미묘하게, 그러나 결정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내일의 이야깃거리를 결정하기 위해 오늘 취재하고, 고쳐 쓰고, 편집하는 일은 이제 과거의 관행이 될 전망이다. 아침 편집회의에서 발제하고, 취재와 사실 확인을 거쳐 초벌 기사를 쓴 후 오후 편집회의에서 내일의 뉴스를 결정할 때까지 고쳐 썼던 지난 100년간의 관행이 깨져나가고 있다.

 이제 기자는 일단 써서 인터넷에 올리고, 계속 고쳐 쓴다. 2010년 뉴욕타임스 편집국을 관찰했던 니키 우셔에 따르면 한 경제부 기자가 1면 기사를 염두에 두고 하루 동안 기사를 5개 판본으로 고쳐 썼다. 그 기자는 동시에 인터넷판 기사도 책임지고 써야 했는데 같은 기사를 무려 26회 수정해 웹에 올렸다고 한다. 그에게는 특별히 바쁘고 고단한 날이었겠지만, 정확하고 유용하며 지속적으로 새롭게 보이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으리라.

 이제 기자는 편집 일정에 따라 제출한 기사가 인쇄되고 방송되면 끝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기사가 인터넷에 공개되고, 댓글이 달리고, 교류매체를 통해 공유되는 한, 필요하다면 언제나 기사를 고쳐 올린다. 왜냐하면 뉴스를 결정하는 자는 언론인이지만 그 가치를 심판하는 자는 클릭, 댓글, 공유의 당사자인 공중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의 최고의 기자는 ‘안 쓰는 자’가 아니라 ‘일단 쓰는 자’ 그것도 ‘열심히 고쳐 쓰는 자’가 될 전망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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