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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이 시공 뛰어넘는 진정한 패션

패션 화보집이나 아트북이라 하면 보통 대가들의 전유물이기가 쉽다. 유명 디자이너나 패션 하우스가 자신들의 아카이브를 정리하는 의미로, 혹은 오랜 역사 속에서 밝혀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로는 패션 포토그래퍼가 함께 작업한 유명인들의 한 컷들을 모아 펴내기도 한다. 그것이 무슨 의도이든 분명한 건, 늘 새로워야 하는 패션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기록으로 남겨둘 만큼 가치 있다는 점이다.

에스모드서울 개교 25주년 기념 아트북이 남긴 것

이런 이유로 최근 패션 스쿨 에스모드 서울이 펴낸 아트북 『ESMOD Seoul’s unlimited project: 25 ETCetera…』는 주목할 만 시도다. 학교 측은 개교 25주년을 맞아 졸업생들의 졸업작품과 워크숍 의상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벨기에 앤트워프나 뉴욕 파슨스 등 해외 유수 패션 스쿨에서도 이처럼 학생 작품으로 화보집을 내는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박윤정 에스모드 서울 이사장은 “기업연수제· 세부전공제를 처음 도입했던 에스모드가 또 하나의 최초를 만들어 냈다” 면서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교과서로, 교수들에겐 지도서가 될 만하다”는 말로 작품집 발간의 의미를 밝혔다.

최근 10년 간 배출한 졸업생 작품 담아
화보집은 이전 5년 주기로 발간한『15주년 작품집』『20년사』에 이은 단행본으로, 2005년 이후 10년간 배출한 졸업생들의 작품을 담았다. 이전 연혁 위주의 구성을 과감히 벗어나 졸업생들의 작품에만 온전히 힘을 실었다. 이를 위해 국내 최고의 패션 포토그래퍼로 인정 받는 홍장현 실장을 주축으로 김영준·주용균·김윤희 등 7명의 사진가들이 참여했고 국내 정상급 헤어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모델들이 작업을 함께 했다. 풍선껌을 씹고 있는 속옷 차림의 단발머리 소녀, 치마 정장을 입은 채 축구 선수처럼 신발을 걷어차는 모델 컷을 보면 극적인 스타일링과 촬영 기법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에스모드 서울 개교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25 ETCetera…』
최근 10년간의 우수 졸업작품 중 고르고 추린 옷 105벌이 실려 있다. 남성복·여성복은 물론 란제리·아동복 등이 적절하게 배치됐다. 그런데 몇 페이지만 넘겨도 눈에 띄는 점이 있다. 학생의 이름이나 졸업연도 같은 기본 정보가 전혀 없이 그저 페이지마다 모델 컷만 담겨 있다.

“일부러 아무 배경 설명을 없앴어요. 패션의 기본이 시대를 앞서가는 미래성 아닙니까. 학생들 옷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화보집을 기획한 홍인수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촬영을 맡은 홍장현 포토그래퍼도 여러 번 ‘이거 언제 옷이냐’는 질문을 수차례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디자이너 이름과 제작 시기는 책 맨 뒤를 살펴보면 되는데, 김선호·주효순 등 서울패션위크에서 활동 중인 낯익은 디자이너의 이름도 발견할 수 있다.

특정 테마·카테고리 없어도 자연스레 조화
특정한 테마도, 일정한 카테고리도 없지만 한 권의 책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각자 서로 다른 시기에 연관성 없이 만든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통일감이다. 여러 번 책을 뒤적이고 나서야 이유를 알아챘다. 흔히 패션학도의 졸업 작품에서 나타나는 ‘어려운 옷’이 없다는 것. 튀고 과장되면서 입을 수 없는 옷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대신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실루엣이나 형태를 단순화시키면서 독특한 소재와 무늬를 선보이는 것으로 무기를 삼았다. 구멍이 숭숭 뚫린 매시 소재의 정장 재킷, 털과 울을 조화시킨 코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 18일 서울 압구정로 에스모드 서울에서는 화보집 발간을 기념하는 작은 행사가 열렸다. 패션계 인사 1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선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이날 전시회를 지켜 본 진태옥 디자이너는 화보집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도 7~8년 전 아트북을 낸 적이 있지만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훌륭하다는 것. 또 “옷 모두를 소장하고 싶을 만큼 욕심이 난다”며 작품 수준 역시 높이 평가했다. 2008년 졸업생인 김선호 디자이너는 “화보집을 보면서 부족한 실력으로 만든 옷이 부끄럽기는 하지만 당시의 초심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책은 1500부 한정판으로 출간됐으며(5만원), 판매금 전액은 에스모드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에스모드 서울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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