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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운 크로와상 만나는 기쁨 주말 아침 기꺼이 ‘빵지 순례’할 만

허세라면 허세고 로망이라면 로망이다. 갓 구운 빵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 그윽한 커피 한 잔과 함께라면 더 좋다. 가끔 외국에 나가 이른 아침 종이 봉투에 둘둘 만 빵을 싸들고 가는 사람들을 마주치고는 했는데, 빵만큼이나 그 여유가 부러워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도은 기자의 ‘거기’ <2> 서래마을 프랑스 전통 빵집 ‘곤트란쉐리에’

이런 생각이 든 건 몇 번이나 빵의 ‘골든 타임’을 경험하고 나서다. 제아무리 유명한 집의 빵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니 감동이 떨어졌다. 전날 바리바리 사다놓은 빵은 다음날 아침엔 눅눅해지거나 바짝 말라버렸다. 혹여 상할까 냉장고에 뒀다 먹는 크림류 중 열에 아홉은 ‘그 맛이야’를 외칠 수 없었다. 투자한 돈과 시간이 아까워 꾸역꾸역 넘기면서도 뭔가 아쉬웠다. 여러 빵집을 한 번에 훑는 ‘빵 투어’나 지방 빵집을 KTX 타고 다녀오는 ‘빵 원정’이 딱히 당기지 않는 이유가 됐다.

하여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주말 아침, 따끈따끈한 빵을 먹으러 나서면 되는 것이다. 때마침 순례할 만한 새로운 빵집이 나타났다.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에 7월 문을 연 ‘곤트란쉐리에’다. 4대째 가업을 잇는 프랑스 파티셰의 이름을 딴 그곳은 파리뿐 아니라 도쿄·싱가포르에서도 인기가 높단다. 이미 다녀 온 주변 ‘빵 애호가’들도 요즘 유행하는 무슨무슨 리스트마냥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빵집 30’에는 너끈히 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문을 여는 오전 9시가 막 지난 시간. 간판을 보지 않아도 단박에 그곳이라는 걸 알았다. 고요한 2차선 도로에 그 집으로만 사람들이 연신 들락거렸다. 이미 유리창 너머 안쪽 테이블도 꽉 차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세상에서 그 작은 공간만 시계가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빵을 골랐다. 소문대로 대표 빵이라는 크로와상은 눈 깜짝할 새 사라지고 채워졌다. 열 개 쯤을 한 가득 담는 이도 있었다. 개점 초기 하루에만 몇 번의 품절 사태를 겪고 나서는 저녁에도 새로 구울 정도로 공급량을 늘렸단다. 그래서인지 공간에 비해 많은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크로와상 말고도 아몬드 초콜릿 페스츄리인 ‘뺑 오 쇼콜라 자멍드’, 크로와상보다 버터와 우유를 더 넣어 부드러운 ‘브리오슈 푀이테’, 검은 바게트에 크림 치즈를 올린 ‘먹물 크림빵’, 녹차 반죽에 화이트 초코릿이 들어간 ‘스콘 오 말차’까지 집어 들었는데, 직원 한 명이 말을 건넸다. “잠시 기다리세요. 지금 막 빵 새로 나와요.”

테이블 위에 놓인 빵과 커피, 그리고 신문. 완벽한 세팅이 갖춰졌다. 초가을 아침 공기마저 쾌청했다. 드디어 크로와상 한 입을 베어 물었다. 마치 달팽이처럼 결이 살아 있는 크로와상은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한 식감은 그대로 유지됐다. 입안 가득 고소한 버터향이 돌았다. 스콘 역시 쉽게 가루처럼 부서지는 여느 스콘과는 달랐다. 녹차의 그윽함에 단맛이 녹아 들었다.

만족감이 밀려오는 순간, 누군가의 “여기는 멜론빵이 맛있잖아”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번쩍 뜨였다. 옆 테이블에 놓인 너트 토핑이 가득 올라간 ‘캐러멜넛 라스베리’와 프랑스 전통 타르트라는 플랑으로도 눈길이 갔다. 사가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 ‘골든 타임’을 떠올렸다. 주말 아침 ‘빵지 순례’가 한 번으로 끝나지 못할 것을 직감하면서.

▶곤트란쉐리에 : 서울 서초구 서래로 25 비전타워 1층, 02-599-0225, 오전 9시~오후 11시(빵 소진시 일찍 닫음),
크로와상 2600원, 스콘 오 말차 3000원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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