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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10월의 주제 - 변화를 읽는 또 다른 눈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 10월 주제는 ‘변화를 읽는 또 다른 눈’입니다. 사물 인터넷이 바꿀 미래를 전망한 제레미 리프킨의 신작을 비롯, 인터넷의 인문학적 성찰을 강조한 국내 IT 전문가의 책, 자본주의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토마 피케티의 화제작을 골랐습니다.



모든 게 연결된 세상 … 나눌수록 풍요롭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민음사

550쪽, 2만5000원




이 책은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면서 대담하게도 자본주의 쇠퇴를 전망한다.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기업가가 끊임없는 혁신활동으로 한계비용(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줄여나가다 결국 기업은 이윤 없는 장사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는 것이다. 성장 세포가 암 세포로 바뀌는 순간이다. 리프킨은 “기업의 이윤은 고갈되기 시작했다”며 “자본주의 시대가 끝나가는 것을 보니 복잡한 심정”이라고까지 말한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예측하게하는 사례는 낯설지 않다. 집과 사업장을 미니 발전소로 개조해 현장에서 재생에너지를 거둬들이는 사람들은 에너지 생산의 한계비용을 제로 가까이 낮춘다. 3D프린팅으로 소비자는 제조자가 되어 한계비용 제로에 도전한다. 증가하는 개방형 온라인 강좌 덕분에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값이면 한 강좌를 들을 수 있는 것도 한계비용 제로 사회의 부상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여기에 사물인터넷의 등장은 이런 사회의 실현을 더욱 앞당긴다. 사물인터넷은 모든 기기(온도조절장치, 조립라인, 창고 설비, TV, 세탁기, 컴퓨터)를 지능형 네트워크에 연결한다는 것인데, 2030년이면 100조 개의 센서가 기기에 부착돼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지, 언제 피크 타임을 피해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 또 도시의 탄소배출량이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인지 진단할 수 있다. 정보의 공유를 통해 지구의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건강까지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러스트=강일구]
 리프킨의 전망대로 자본주의가 쇠퇴하면 어떤 사회가 올까. 그는 “나눌수록 풍요로워지는”(소유할 것이 많아 풍요가 아닌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아 풍요한) 공유경제를 제시한다. 역사적으로 공유경제는 자본주의 교환경제보다 훨씬 오래 존재했고 사회를 유지하는 유효성이 검증됐으며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더 앞세운 사례는 수없이 많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교환경제와 공유경제의 대립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의 대응을 두고 벌이는 논쟁도 교환경제(소비중심)와 공유경제(보존중심)의 대립이다. 끊임없는 물질적 성장을 진보라고 믿는 쪽과 더 이상의 성장은 오만이라는 쪽의 대립으로 우리는 때론 익숙한 삶의 패턴과 이별해야 하는 고통을, 때론 자신의 직장이 사라지는 파괴적인 현실을 목격할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에 부각되는 탈(脫)성장론의 실천방안을 고민하는 독자,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무엇보다 이 책은 사회변화의 문화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불러일으킬 삶의 변화를 구석구석 추적하고 예상해줘 유익하고 또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박성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

[S BOX] 카셰어링·에어비앤비 … 공유가 대세다



제러미 리프킨은 ‘협력적 공유사회’를 추동하는 힘으로 인류의 공감력을 꼽는다. ‘공유사회’는 단순한 경제 시스템의 변화가 아니라 중대하고 심오한 사회적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소유권보다는 접근권을 선호하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이미 세계 곳곳에서 카셰어링 서비스(car sharing: 차량을 예약하고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하는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또 아파트 거주자들과 주택 보유자들은 에어비앤비(Airbnb)나 카우치서핑(Couchsurfing)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거주지를 수백만의 여행객과 공유하고 있다. 리프킨은 “이같은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인간의 의식 또한 바꾸어 놓는다”며 “인류의 공감적 요구가 더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공감은 문명이고, 문명이 공감”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인터넷 리더십 장악하려면? 문사철로 돌아가라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정지훈 지음

메디치미디어, 328쪽

1만6000원




인터넷은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전도서 1:9)는 말에 대한 강력한 반증이다. 인터넷이라는 말이 처음 생긴 것은 1985년이다. 인터넷의 원형인 아르파넷(ARPAnet)은 1969년에 태어났다. 위대한 탄생은 역사 쓰기를 요구한다. 기록된 역사에서는 불행한 과거의 반복을 피하게 해주는 힌트가 있다.



 인터넷의 역사가 온전히 행복의 역사인 것은 아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추산에 따르면, 아직 세계 인구의 61%가 인터넷의 혜택에서 유리돼 있다. 또 ‘불행히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 인터넷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했다. 삼성이 애플·구글은 물론이고 아마존·페이스북보다 리더십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경희사이버대학 모바일융합학과의 정지훈 교수가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를 쓰게 만든 문제의식의 골자다.



 문사철(文史哲)이 중요하다고 많이들 강조한다. 하지만 취업 시즌마다 문사철 전공자들은 ‘수모’를 겪는다. 이 책은 문사철이야말로 인터넷의 탄생과 성장의 핵심이라는 것을 논증한다. 인터넷을 테크놀로지나 산업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IT·인터넷 리더십은 영원히 확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게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사실은 인터넷의 경우에도 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은 과학기술이기 이전에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인터넷 또한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와 같은 해묵은 질문들과 연관됐다. ‘인터넷의 아버지들’은 ‘이익’ 중시파(重視派)와 ‘공유’ 중시파로 갈렸다. 어떤 이는 기계를 상호작용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다른 이는 기계를 단지 지배의 도구로 봤다.



 이 책은 인터넷의 역사 또한 결국엔 인물사라는 것을 드러낸다. 알려지지 않은 비운의 천재들의 이야기가 처연하다. 이 책에는 히피 문화의 저항 정신이 인터넷에 미친 영향이라든가 스티브 잡스가 인용한 “배고픈 존재로 남아라. 바보스런 존재로 남아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말의 원조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기쁨도 있다.



 좋은 책은 저자의 전작(前作)도 읽고 싶게 만든다. 미래학자이자 융합지식인인 정지훈 교수는 2010년 『거의 모든 IT의 역사』을 펴냈다.



김환영 기자





“불평등 해소 방법은 글로벌 자본세” 대담한 주장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글항아리

880쪽, 3만3000원




발간되자마자 고전의 반열을 넘보는 책이다. 경제학 거장들은 당대의 문제들과 씨름했다. 1차 대전 이후 영국의 엄청난 실업을 목격한 케인스는 정부의 개입을, 오스트리아 정부의 화폐남발로 무시무시한 인플레를 겪은 하이예크는 ‘작은 정부’와 자유주의를 지향했다. ‘경험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맞는 말이다. 오늘날 ‘피케티 신드롬’은 지금 최대 현안이 부와 소득의 불평등임을 뒷받침한다. 프랑스보다 복지망이 허술하고 양극화가 심각한 미국·한국에서 피케티 열풍이 거센 것 자체가 불길한 징조다.



 한글 번역본이 나오기 전부터 워낙 입소문을 탄 책이니만큼 자세한 내용 소개는 시간낭비다. 800쪽이 넘는 두꺼운 경제이론서이지만 흥미로운 사례와 매끄러운 문장으로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이 책의 장점은 300년이 넘는 장기간의 데이터를 끈기있게 분석해 불평등의 패턴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향한 더 명료한 견해를 끌어내는 데 있다. 피케티는 “자본의 수익률이 생산과 소득의 성장률을 넘어설 때 자본주의는 자의적이고 견딜 수 없는 불평등을 자동으로 양산한다”고 대담하게 결론짓는다. 이는 주류 경제학계가 애써 외면해온 소득 불평등에 대한 정면도전이며, 그들이 신봉해온 ‘자유주의’와 ‘시장 균형’의 믿음을 뒤엎는 것이다.



 피케티는 레이건과 대처 이전 수준(최고세율 80%)의 누진적 소득세율 인상, 그리고 글로벌 자본세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와 시장도 더 높은 가치인 민주주의에 예속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피케티는 영리하게 “불평등이 경제력만이 아닌 정치와 정책의 결과”라고 한 자락 깔아놓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작금의 불평등이 1980년대 레이건·대처의 시장방임과 부자 감세의 산물인 만큼 정치와 정책이 정상궤도로 회귀하면 불평등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는 온건한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첨병이던 IMF와 세계은행도 “부자감세가 빈부격차를 확대했으며, 자본주의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도 불평등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입장을 뒤바꾼 세상이다. 앞으로 피케티 신드롬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예고나 다름없다.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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