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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기업인 사면' 신중론 … 재계 "경제 살릴 기회를"

박근혜 대통령이 6박7일간의 캐나다 국빈방문과 미국 뉴욕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26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순방 기간 동안 안전보장 이사회(안보리) 등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마중 나온 유민봉 국정기획수석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박종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정부에서 구속 기업인에 대한 사면론이 제기되면서 총수 부재 상황인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26일 기업인 사면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하며 논란 확산을 경계하고 나섰다.

민정수석실 "최경환 발언 배경 몰라"
당선 전 박 대통령 "사면권 남용 안돼"
역대 정부 '투자 활성화' 들어 특사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어떤 이유로 경제인 사면 발언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청와대는 사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황 법무장관이 “구속된 대기업 총수가 경제 살리기에 헌신한다면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언급하고 최 부총리가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거들고 나선 데 대해 선 긋기를 한 것이다.



 청와대의 신중론은 서민 증세 논란과 세월호특별법 대치로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인에 대한 특혜 시비로 이어질 수 있는 사면 논란을 확대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실세로 분류되는 최 부총리와 황 장관의 잇따른 발언이 청와대의 생각과 아주 동떨어졌다고 보기에는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대통령이 사면권 행사를 자제하더라도 법무부 장관 권한인 기업인 가석방은 법적 형평성의 논리로 접근할 수 있어서다. 경제 살리기가 급한 상황에서 연말께에는 최소한 구속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 불허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거다. 정부가 기업인 사면을 자꾸 거론하는 것도 최근의 악화된 경제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 7월부터 경제 살리기에 매진했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 세월호 여파로 바닥을 찍은 민간 소비는 여전히 살아날 기미가 없다. 기업의 2분기 설비투자 역시 2.2%대로 저조하다.





 문제는 경제를 살리려면 대기업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상당수 기업이 총수 부재 여파로 투자와 고용을 미루고 있다. 총수가 건재한 기업 역시 돌다리도 두드리는 식의 조심스러운 행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는 결국 계열사 등을 동원해 기존 혹은 새로운 사업에 과감하게 돈을 푸는 것”이라며 “하지만 사업이 실패하면 여지없이 오너가 배임·횡령 등으로 처벌받는 데 누가 돈을 쓰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총수가 수감되거나 공판 중인 기업의 투자 위축은 심각할 정도다. 최태원 회장이 수감 중인 SK그룹은 STX에너지나 호주 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UP) 등에 대한 인수 계획을 아예 포기했다. 이재현 회장이 재판 중인 CJ는 상반기에 중단하거나 시기를 늦춘 투자액만 4800억원에 달한다. CJ 관계자는 “오너 경영인이 있는 한국 기업 중 오너 말고 누가 책임지고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원칙론을 앞세우는 박 대통령의 특성상 기업인의 사면·가석방 등을 기대하는 건 무리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많다. 박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사면권을 남용해서는 안 되고, 재벌 총수에게 면죄부를 주는 관행은 끊어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박 대통령 취임 후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나 SK 최 회장, LIG넥스원 구본상 부회장 등이 잇따라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이나 나라를 먹여살려야 하는 책무도 중요하다”며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부진할 때는 기업인이 역할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에서도 기업인 사면은 항상 논란거리였지만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살리기에 역할을 하라”며 사면권이 행사됐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인도 잘못한 게 있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겠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투자확대·고용창출 같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와 동시에 책임을 주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장정훈·허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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