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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섬유 경연장 된 섬유전시회

발열섬유 ‘미라히트’의 성능 실험. 햇빛과 유사한 백열전구를 쬐었을 때 온도 변화를 적외선 영상(왼쪽 사진)과 온도 측정을 통해 비교했다. [사진 웰테크글로벌]


지난 4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2014 프리뷰 인 서울’ 섬유 전시회장. 50W짜리 백열전구 30㎝ 아래서 빛과 열을 받고 있는 두 개의 천 주머니는 겉보기엔 똑같아 보였다. 색깔도, 감촉도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한쪽 주머니에 먼저 손을 넣어봤다. 따뜻했다. 반대쪽에 손을 집어넣자 저도 모르게 “어!” 하는 소리가 나왔다. 뜨겁다 싶을 만큼 후끈했다. 각 주머니에 연결된 온도계를 봤다. 처음 것은 섭씨 41.9도, 두 번째 주머니는 50.6도였다. 첫 번째 주머니는 일반섬유, 두 번째 주머니는 ‘미라히트’란 신소재로 만든 것이었다. 미라히트는 일반섬유에 나노 카본 처리를 해 햇빛을 열에너지로 바꿔주는 발열 소재다.

햇빛 쬐면 후끈 열 내는 '발열소재'
물 닿으면 무늬 생기는 '마술섬유'



 지난 3~5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주최한 ‘2014 프리뷰 인 서울’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307개 업체가 557개의 부스를 열었고, 약 1만700명이 방문했다. 특히 미라히트 같은 특수섬유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전시회를 찾은 미국 기능성 의류업체 ‘웨더프루프’의 유지혜 수석디자이너는 “일반 섬유보다 기능성 소재가 품질이 우수하고 감각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웃도어 의류시장이 유독 발달한 만큼 햇빛을 이용한 발열소재 경쟁도 치열했다. 햇살 아래 야외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소재 자체가 열을 낼 수 있다면 거위 털 같은 충전재를 줄여 겨울용 패딩을 보다 가볍게 만들 수 있다. ‘파이오스’는 지르코늄을 원사에 섞어 짠 발열 소재다. 지르코늄은 빛에너지를 받으면 열을 발산한다. 일반 섬유보다 섭씨 5~6도의 발열 효과가 있어 지난해 교복 안감으로만 4억원어치가 팔렸다.



‘아쿠아닉스’는 물에 닿으면 숨겨졌던 무늬가 나타나는 특수섬유다. 민무늬 초록우산에 빗방울이 닿자 별무늬 우산이 됐다. [사진 진진텍스타일]
 여름에 돋보이는 특수섬유도 있다. 물의 요정이란 뜻의 ‘아쿠아닉스’는 평소엔 숨어 있던 무늬가 물과 만나면 마술처럼 드러난다.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면 귀여운 캐릭터가 드러나는 식이다. 평범해 보이는 무늬 없는 우산도 빗방울이 닿으면 별무늬가 총총하게 나타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공 방식이 아니라 재료 자체가 독특한 섬유도 눈에 띄었다. ‘코지큐’는 하얀 광석인 견운모에서 실을 뽑아내 만들었다. 견운모를 곱게 가루 내 섭씨 900도에서 정련한 다음 성분을 추출해 하얀 솜으로 뽑아낸 것이다.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강하게 방출하는 견운모의 특성을 섬유에 담기 위해서다.



 버려지는 그물을 재활용한 나일론 원사 ‘마이판 리젠’,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젠’은 아웃도어 의류 원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섬유다. ‘에코에버’와 ‘에코프렌-R’도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만들었다. 땀을 빨리 흡수하고 건조시켜 주는 데다 항균·방취 기능이 있어 스포츠 의류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기능성보다도 버려지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아낀다는 친환경적인 측면 때문에 나이키 같은 글로벌 기업이 선호한다.



 한국적인 특성을 한껏 살린 특수섬유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지를 만드는 닥나무 섬유를 이용한 한지섬유다. 가볍고 습기가 잘 마르면서 항균성도 높다. 특히 예로부터 수의로 사용됐던 만큼 땅에 묻고 두 달이면 75%가량 생분해되고 태워도 유해 가스가 나오지 않는 친환경성이 돋보인다. 의류뿐 아니라 현대·기아차의 컨셉트카에 내장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국내산 참숯과 폴리에스테르를 융합해 만든 ‘코지론’도 항균 기능과 습도 조절, 원적외선 방사 등 예로부터 전해오는 참숯의 기능을 활용했다.



 아예 ‘섬유=옷’이라는 발상을 뛰어넘기도 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선보인 ‘코스메틱 섬유’는 피부에 닿으면 스르르 녹는 특성이 있어 피부 미용을 위한 마스크팩용으로 개발 중이다. 또 섬유 부피 40~60배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천연소재 셀룰로오스는 합성소재로 된 여성 생리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새 섬유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특수섬유는 막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것이 많다. 하지만 이미 상용화해 각광받고 있는 한국산 특수섬유도 적지 않다. 빛의 각도에 따라 홀로그램처럼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루비올레’는 나이키·샤넬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운동화·의류에 사용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초경량 소재 ‘에어셀’은 아디다스·에이글·마무트 같은 아웃도어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가볍고 부드러운 데다 방풍·방수 같은 기능성 코팅 가공이 쉽기 때문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권영환 상무는 “첨단 복합 기능성 및 친환경 섬유에 대해 국내외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침체를 겪었던 한국 섬유업계가 특수섬유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다.



구희령 기자



[S BOX]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거액 들여 바늘구멍 뚫기



이번 전시회에 독특한 특수섬유를 내놓은 업체 다수가 바늘구멍을 뚫었다.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도 뚝심으로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태양빛 발열소재인 미라히트를 개발한 웰테크글로벌은 불에 덜 타는 난연섬유 전문회사, 파이어스를 만든 아이엔티에스씨는 일반섬유 회사였다. 그런데 막대한 개발비와 시간을 투자해 세계적으로 드문 태양빛 발열소재에 도전한 것이다. 웰테크의 심재훈 이사는 “변하지 않으면 죽을 테니까”, 아이엔티에스씨의 안용수 차장은 “경쟁적으로 단가를 낮추는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야 했다”고 강조했다. 견운모 섬유 코지큐를 만든 힐링이야기는 원래 의료기기 회사였지만 5년이나 걸려서 새로운 분야인 섬유에 도전했다. 임희수 팀장은 “침구·의류 등 생활 전반에 응용할 수 있는 커다란 새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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