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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원순식 서울 개발에 거는 기대

최영진
부동산 전문기자
“지금 50층 아파트는 보기는 좋지만 20~30년 후엔 슬럼화될 거라고 확신한다. (재건축을 할 경우) 사업성이 있으려면 30~40층 아파트를 100층, 200층으로 다시 지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박원순 시장이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동안 박 시장은 도시개발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재선(再選) 시장이 되면서 시정(市政)에 대한 콘텐트가 넓고 깊어졌다. 1기(期) 시절 도시개발 정책의 큰 틀이 관리 위주였다면 2기에는 미래지향적이고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 같다.



 요즘 부쩍 역사성을 가미한 도시개발을 강조하는가 하면 무분별한 초고층 아파트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을 보면 도시에 대한 식견이 꽤 축적돼 있음을 볼 수 있다.



 “100년 전 시장을 했다면 지금의 서울은 세계 최고의 도시로 성장했을 텐데…. 좋은 건물 하나 지으면 100년 넘게 간다. 2017년이면 한양 도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 성곽을 둘러싼 마을 22곳은 하나하나가 북촌처럼 변하고 있다. 원래는 거기가 다 뉴타운 지역이다. 아파트촌으로 100년 후 서울을 그릴 수 있겠나.” 인터뷰 내용을 보면 도시에 대한 박 시장의 생각이 많이 정리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기 때만 해도 박 시장은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했던 시내 곳곳의 뉴타운사업을 정리하는 데 몰두했다. 개발 후유증을 치유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너무 그쪽으로 치우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강북권을 다 파헤칠 것처럼 기세등등하던 뉴타운 사업들이 경기침체로 빼도 박도 못하는 처지에 직면했으니 관련 지역 주민들의 살 길을 터주는 일이 박 시장으로서는 급선무였을 것이다. 그는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개발구역을 해제하거나 조합원들의 자금 압박을 덜어주는 데 정신을 쏟았다. 반면 정작 시급한 낙후지역 정비사업은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랬던 박 시장이 도시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은 앞으로 서울의 모습이 많이 세련되게 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한다. 특히 초고층 아파트를 비롯해 지금껏 추진돼온 도시개발의 방향을 비판한 점은 도시 정책의 구도가 크게 달라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저기 눈에 띄는 30~40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가 50년, 10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는 슬럼화될 수밖에 없다. 건물 구조체는 오래 갈 수 있겠지만 내부 자재와 설비 기자재는 한계가 있다. 중간에 보수를 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수명은 어느 정도 연장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입주자들이 더 많은 유지 관리 비용을 부담해야 할지 모른다. 재건축으로 해결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게 간단하지 않다. 그때가 되면 주택 수요가 크게 줄어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은 채산성 결여로 재건축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아파트의 외관은 새로운 건물과 조화가 안 되고 스카이라인도 뒤죽박죽이다. 50년 정도 지나면 서울은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보다 꼴사나운 형태가 될 게 분명하다.



 박 시장은 이런 점을 감안해 앞으로 개발 가능한 지역은 적극 개발하되, 100~200년이 흘러도 멋스러우면서 붕괴 우려가 없는 튼튼한 건물을 짓도록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는 토목공학 전공자가 독차지하던 도시개발 부문 담당의 행정 2부시장을 건축 전공자로 바꾸었다. 1기 시절 박 시장이 천거했던 토목 전공의 부시장을 1년도 안 돼 밀어내고 건축공학과 출신인 주택정책실장을 부시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물론 도시개발 영역이 시정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서울처럼 성장이 정체된 도시는 쾌적하고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세련된 도시여야 경쟁력을 갖게 된다.



 사실 그런 도시를 만드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서울이 살아난다.



 박 시장은 아마 요즘 현대차그룹의 거액 입찰로 부동산가에 화제로 떠오른 삼성동 한국전력부지를 비롯해 잠실운동장 등과 같은 금싸라기 땅에다 그가 생각하는 도시상을 그려 넣으려 하는 것 같다. 그것도 나쁠 게 없지만 개조가 시급한 도시의 낙후지역에다 꿈을 실현하는 것이 파급효과가 훨씬 크지 않겠나 싶다. 도랑(도시 개조) 치고 가재(경제 효과)까지 잡는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비어 있는 좋은 땅은 후세대에 넘기고 어차피 손을 대야 하는 부도심의 낙후지역에 여러 기능이 함께하는 복합시티를 개발하는 쪽이 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더 큰 이익을 거두게 될 것이다. 일본·싱가포르 같은 선진국 도시의 개발 사례를 벤치마킹해서라도 도시 내에 개성 있는 다양한 지역단위 복합시티를 많이 만들자는 얘기다. 그래야만 볼거리가 생기고 도시의 모양새도 나아진다.



 정부가 최근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서울을 경쟁력 있는 관광도시로 개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참에 박 시장도 역사에 남을 서울 개조 방안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싶다. 성공한다면 굉장한 치적으로 남을 것이다.



최영진 부동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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