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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그가 보는 초등 4학년의 아픔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황선미 글, 신지수 그림

비룡소, 128쪽, 9000원




책은 부러 교훈을 주려 하지도, 세태를 한탄하지도 않는다. 그저 가만히 “그때 너도 나처럼 가슴이 아팠니?” 묻는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51) 씨가 내놓은 신작이다. 동화는 애들이나 보는 책이라는 통념을 거부하며, 어른도 아동문학 읽기를 통해 상처입은 마음에 위로를 얻고 구름 낀 세상에서 무지개를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초등학교 4학년인 주경은 혜수와 둘도 없는 단짝이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엔 그렇다. 그러나 주경은 반장인 혜수의 ‘초콜릿 셔틀’이며 더한 괴롭힘이 두려워, 보이지 않는 무시를 꾹꾹 눌러 참는다. “전에는 혼자라는 게 뭔지 몰랐다. 난 조용한 성격이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그런데 이제는 혼자라서 외롭고 슬프다. 같이 있어 주는 친구가 없다는 건 바보라는 뜻이다. 억울하고 힘들어도 참기만 해야 하는 바보.”(20쪽) 이런 ‘나’에게 명인의 전학은 새로운 전기로 보인다. 이제 명인이 피해자가 되고, 내가 받을 ‘마음폭력’은 끝날 것 같다. 그러나 혜수는 명인의 구두를 ‘처리하라’ 시키고, 나는 잘못인 줄 알면서도 혜수의 괴롭힘이 두려워 명인의 구두 한 짝을 창 밖으로 던진다.



 말 한마디로도 마음에 큰 파문이 이는 어린 시절, 주경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먹구름을 어떻게 걷어 낼까. 비 오는 날 우산도 쓰지 않은 채 터벅터벅 걷는 여자 아이 모습으로 시작하는 삽화는, 같은 배경으로 비 개인 날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있는 아이의 밝은 모습으로 마친다. 작고 외로운 존재가 자존감을 되찾는 과정이 함축적 삽화에 담겼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사각 만화에 뒷얘기를 담아 보는 재미를 더했다.



 황씨는 전학 간 첫날 신고 간 구두 한 짝을 짓궂은 친구들이 숨기는 바람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아홉 살 때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글썽인 한 화가의 모습에서 이번 이야기의 단초를 잡았다. 피해 학생이 아니라 일을 저질러 버린 아이의 입장에서 쓴 글은,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에 대한 흔한 이분법적 접근보다 신선하다.



 황씨는 아동문학의 밀리언셀러 작가다. 지난 4월 런던도서전에서는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화를 통해 평범한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 묻고(『마당을 나온 암탉』),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지독한 가난과 마주하며(『바람이 사는 꺽다리집』), 어린 시절의 상처와 대면하는 노인으로 자기 아버지를 그리고(『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평가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선생님과 적극적 한판승을 벌이는 새로운 주인공을 제시해(『나쁜 어린이표』) 왔다. 이처럼 다채로운 이야기로 만만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는 이 시대의 아이들과, 그렇게 성장한 우리네 어른들을 위로해 왔다. 32살인 1995년에 등단했으니 내년이면 20년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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