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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한국경제에 고함 … 시장을 바로잡아라



한국 자본주의

부의 집중 등 우리 경제 이슈 진단
방대한 통계 동원해 실증적 접근
경쟁적 질서 못 만든 정책이 문제
정부·대기업 밀착고리 개선해야

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724쪽

2만8000원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후 4반세기를 거치면서 한국 자본주의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민주화 이후의 한국자본주의에 대한 연구가 그에 앞선 권위주의 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소하다는 것은 커다란 아이러니가 아닌가 생각해 왔다. 그러던 차에 장하성 교수의 신간 『한국 자본주의』가 출간되었는데, 그간의 연구 공백을 메워주는 데 부족함이 없는 대작이자 또한 역작이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방대한 경험적 통계자료를 축적하고 분석한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경제성장과 부의 집중, 불평등의 진화를 중심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동력을 분석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토마 피케티에 관한 논의를 포함시킨 것도 관심을 끈다. 그 핵심은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른다(r>g)는 피케티의 주장이 한국에는 왜 적용되지 않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그런데 서평자가 보기에 장 교수의 책이 갖는 최대의 강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저자의 이론 틀이 아닌가 한다. 저자는 국가의 경제개입을 가능케 하는 ‘국가주의’(statism)와 ‘비자유주의’(illiberalism)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확실히 한다. 달리말해 자유주의에 확고한 이론적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한국사회의 진보적 공론장에서 소수 의견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이 문제는 민주화 이후 한국경제의 지배적 운영원리를 비판하는 진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하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비판자들은 신자유주의를 시장근본주의와 동일시하면서 경제민주화와 불평등·양극화의 해소 등과 경제정의에 적대하는 경제 이데올로기로 이해한다. 자본주의 생산체제가 만들어내는 모든 나쁜 것을 총괄하는 말로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의도하든 안 하든 자율적 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로 이어지기 쉽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국가주의와 비자유주의적 이념이나 가치와 친화성을 갖는 경향도 강하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이러한 단순한 이해방식은 현실을 부정하거나 실현가능한 최선을 추구하는 일을 어렵게 한다. 장 교수의 저서는 그 어떤 한국 경제학자의 책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왜 잘못되었는가를 가장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저자는 한국경제의 문제는 시장근본주의에 의한 시장만능 내지 시장과잉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질서가 만들어질 수 없도록 한 국가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로 인해 대기업이 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시장질서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장 교수의 관점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는 시장근본주의가 아니라 국가와 대기업 및 다국적기업의 유착을 본질로 하는 것으로, 이는 신자유주의를 경쟁적 시장경제의 파괴자라고 정의했던 영국 정치경제학자 코린 크라우치(Colin Crouch)의 관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장 교수는 한국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말하되, 이를 그 어떤 이상주의적 경제체제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찾지 않는다. 저자가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우리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가치와 원리를 통해 한국경제를 개혁할 수 있다는 강력한 사실이다.



 『한국 자본주의』를 특별하게 평가하게 되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그것은 저자가 한국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현실에 기초하여 존 롤즈(John Rawls)의 『정의론』을 윤리적 평가 내지 경제정책 대안의 중심 기준에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본 서평자는 한국의 경제학자가 한국자본주의에 관한 비판적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의식을 그 중심에 포함시킨 사례를 거의 본 적이 없다. 혹자는 불평등의 완화와 재분배 및 복지를 포함하는 경제정의가 어떻게 자율적 시장경제와 양립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장교수는 존 롤스의 공정성의 원리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정의론을 한국자본주의 분석에 매우 인상적으로 결합해내는 데 성공했다. 경제정의를 민주주의와 양립 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



 중요한 책은 수많은 질문을 동반하면서 토론과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장 교수의 책은 한국경제를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분석한 중요한 책으로 평가될 수 있는데,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그동안 충분히 제기되지 못했던 한국자본주의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 토론되고 비판적으로 검토되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은 한국의 민주화와 민주주의 담론을 주도해 온 진보 성향 정치학자. 고려대 정외과와 대학원을 거쳐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어떤 민주주의인가』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을까』(공저) 등.



[S BOX] “자본주의를 다시 읽자” 서점가 열풍



요즘 출판계에 ‘자본주의 돌아보기’ 바람이 불고 있다.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키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관련 책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강신준 동아대 교수의 『오늘 ‘자본’을 읽다』(길),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자본론 공부』(돌베개), 경제학자 신승철의 『욕망 자본론』(알렙), 황태연 동국대 교수의 『21세기와 자본론』(중원문화) 등이다. 독일의 좌파 사상가 로베르트 쿠르츠의 『맑스를 읽다』(창비), 프랑스 철학자 앙리 페나 뤼즈의 『돈이 왕이로소이다: 마르크스와의 인터뷰』(솔) 등도 보인다. 출판가 흐름으로만 보면 ‘마르크스의 귀환’이라 할 만하다.



 ‘자본주의 돌아보기’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온 ‘자본주의 회의론’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대개 소득과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한다.



 장하성 교수의 『한국 자본주의』도 이같은 흐름 속에서 출간됐다. 그런데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와 분배의 문제점을 제기하지만 다른 진보 성향의 책들과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되, 자본주의 기반 자체를 부정하거나 지나치게 이상적인 논의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는 그 원인과 과정이 선진국들과는 크게 다르다”며 “선진국들의 문제가 시장 근본주의적인 정책의 산물이라면 한국의 문제들은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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