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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질서 있는 증세 위한 국민적 논의 시작해야

지금 우리나라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믿는 건 두 사람뿐인 듯싶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그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증세 없이 복지를 늘리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5%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가능하다’고 보는 쪽은 29%에 그쳤다. 경제 수준에 비해 복지 수준이 낮은 편이라는 응답이 54%를 차지해 복지 기대심리가 높았다. 또 복지 증세에 대해 45~47%로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도 조세 저항심리를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국민 스스로 ‘저(低)부담-저복지’에서 ‘중(中)부담-중복지’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로 복지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완벽히 실패했다. 최근 담뱃값과 주민세·자동차세를 올리고도 “증세는 아니다”고 꼼수를 부리다 역풍을 맞았다. 여기에다 최 부총리는 경기 부양을 위해 팽창 예산을 내놓았다. 벌써 기초연금, 영·유아 보육에 거액이 빠져나가고 고교 무상교육 공약도 발등의 불이다. 이런 추세라면 재정건전성 우려를 넘어 지속가능한 재정이 될지조차 의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편법 증세가 나올지 궁금하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의 악몽을 기억해야 한다. 손쉬운 소득세만 건드렸다가 세수 확보는커녕 중산층·서민의 반발로 홍역을 치렀지 않았는가. 이번 담뱃값 인상도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라 궁색하게 변명했지만, 소득 역진성에 빌미가 잡혀 ‘서민 증세’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넓게 보면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은 10%로, OECD 평균인 21%에 한참 못 미친다. 앞으로 복지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에 비해 우리 조세부담률은 GDP 대비 20%로, OECD 평균인 25%보다 낮다. 어차피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앞의 갤럽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우리 국민도 이런 구조를 잘 알고 있다. 단지 정치권만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불편한 현실을 애써 외면할 뿐이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나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족쇄를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균형재정을 통해 국가채무 비율을 GDP 대비 20%대로 낮추겠다는 공약부터 포기 선언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대통령이 복지비용 증가에 따른 증세 필요성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납세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생각하면 고교 무상교육 등 일부 복지 공약은 과감히 내던지는 용기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정부가 원칙과 기준도 없이 꼼수 증세만 꺼내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조세 형평성과 소득 재분배 기능만 악화시킬 뿐이다. 어차피 중(中)복지를 감당하려면 소득세·법인세·소비세 등 국세의 근간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다른 길은 없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단계적이며 질서 있는 증세다. 지금부터라도 어느 쪽에서 얼마나, 그리고 어떤 순서로 더 거둘 것인지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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