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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힌 푸틴, 1770조원 이슬람 머니 눈독 들인다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 은행가들이 줄달음치고 있다. 새 돈줄을 찾기 위해서다. 미국과 유럽의 자금줄(Credit Line)은 막혔다. 경제제재 탓이다. 자금 절벽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금융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들이 앞으로 4년 동안 갚아야 할 빚은 1120억 달러(약 116조4800억원)에 이른다. 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러시아 기업들이 1년 뒤부터 ‘자금 절벽’에 봉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똑똑한 금요일] 주목받는 아랍 금융시장

이슬람 금융이 한 단계 진화할 기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서방-러시아 갈등 속에서 이슬람 자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사진은 이슬람 금융이 활발한 이란의 5000리알짜리 돈. 이슬람 혁명의 상징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얼굴이 선명하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모들과 러시아 은행가들이 요즘 즐겨 찾는 곳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레인·카타르 등이다. 이는 1950년대 말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의 심복들이 영국과 프랑스 은행을 찾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격화하면서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은 보유한 달러를 미국 내에 두는 게 어려워졌다. 금융 제재를 피해 새로운 자금줄을 개척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때 부상한 곳이 영국 등 유럽 국가다. 달러 자금의 조달과 운용이 제3국에서 이루어지는 역외시장이 탄생한 것이다. 통화 역사가인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당시 크렘린의 움직임 때문에 미국 밖에 거대한 달러 자금(유로 달러) 시장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로 달러 시장’은 미국 금융 패권을 위협하게 된다.



 이런 역사가 이번에는 이슬람 금융시장에서 재현될 전망이다. 푸틴의 행보는 50년대 소련 지도부의 움직임과 유사하다. 미국의 금융 제재를 피해 이슬람 금융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이슬람 금융시장은 제2의 유로 달러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슬람 자금 풀은 올 6월 말 현재 1조7000억 달러(약 1770조원)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도이체방크의 예측에 따르면 2017년엔 2조7000억 달러(약 28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5위 경제대국인 프랑스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과 엇비슷하다. 이 가운데 10분의 1만 유치해도 러시아는 자금 절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국 가디언지 등은 “러시아 시중은행들이 걸프 지역 금융 허브에 전초기지를 설치하거나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바커 바레인 중앙은행 부총재
 요즘 러시아가 주목하는 곳은 바레인이다. 글로벌 파이낸스는 “역사적으로 바레인은 러시아인들에게 아주 익숙한 곳”이라며 “냉전시대 소련도 (미국 제재와 감시 속에서도) 바레인을 통해 오일머니를 유치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레인 금융감독 책임자인 압룰라만 알바커 바레인 중앙은행 부총재의 설명을 들어봤다.



 - 바레인 금융이 그토록 긴 역사를 가졌는가.



 “70년대 초반부터 바레인 금융이 발전했다. 73년에 다국적 은행과 증권사·보험사 등이 바레인에 지역본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걸프 지역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겨냥한 포석이었다.”



 - 당시 그들이 주로 했던 일은.



 “처음엔 오일머니를 유치하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나중엔 오일머니를 기업에 공급하는 도매금융이 주요 업무가 됐다. 특히 바레인이 80년대 들어선 이슬람 금융의 글로벌 허브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비해 바레인 금융의 장점은 차별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 외환은행 바레인 법인의 관계자는 “바레인 금융 법규엔 외국계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UAE는 외국계와 자국 은행을 구분해 면허증을 준다. 외국계 은행들의 돈 장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바레인은 요건만 갖추면 토착 금융회사처럼 영업할 수 있다. 두바이에 소매금융이, 바레인에 뭉칫돈을 다루는 기업금융(도매금융)이 활발한 까닭이다.



 바레인은 이슬람 국가 가운데 아주 세속적인 국가이기도 하다. 음주가 자유로울 정도다. 이런 바레인은 걸프 지역 부호 등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이슬람 최대 자금원인 사우디는 이슬람 율법(샤리아) 탓에 돈의 자유가 억압돼 있다. 이자 자체가 금기시돼 있어 ‘은행(Bank)’이란 말조차 쓸 수 없다. 중앙은행 이름이 ‘통화관리청(SaudiArabian Monetary Agency)’일 정도다. 이런 사우디와 비교하면 바레인은 ‘자금의 수로(Money Conduit)’라고 불릴 만하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 처음 발명된 이슬람 금융 장치가 바로 수쿠크(Sukuk)다.



 - 어떻게 수쿠크가 등장했나.



 “수쿠크는 90년대 말에 개발됐다. 이슬람 정부가 벌인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설계된 증서였다. 이슬람 율법이 이자 받기를 금해 무슬림 투자자들에겐 안성맞춤이었다. 첫 발행 규모는 2억 달러도 채 되지 않았다. 바레인이 수쿠크 발행 요건 등 표준을 개척했다.”



 - 한국도 수쿠크를 발행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이익을 내는 구체적인 사업이 있어야 한다. ‘이런 사업으로 이런 수익을 내니 나눠 갖자’라며 발행하는 게 수쿠크다. 한국에 그럴 만한 프로젝트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이슬람 투자자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관심이 많다.”



 알바커 부총재 말에서 이슬람 자금의 글로벌화 의지가 엿보였다. 이런 의지가 러시아 등의 필요성과 만나 이슬람 금융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종속됐던 유럽 금융이 유로 달러 시장 등장을 계기로 자기 목소리를 냈듯이 이슬람 금융도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레인=천권필 기자, 서울=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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