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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기업 '두뇌' 몰리는 지도 속 이곳

서울 도심 속 대표적 전원마을인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성촌마을’이 들썩이고 있다. 인근 우면산 쪽으로는 여전히 그림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고급 전원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양재 R&D밸리에 대기업 연구소 잇따라 둥지
삼성동 한전부지 품은 현대차
"양재 사옥은 글로벌 연구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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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 10m가 넘는 건설현장용 담장이 둘러쳐지고, 그 너머로 벌써 절반쯤 모양을 갖춘 빌딩과 타워크레인들이 우뚝 서 있다. 대형 덤프트럭과 레미콘차량도 쉴새없이 드나든다. 내년 5월이면 완공될 삼성전자 우면동 연구개발(R&D) 센터 공사현장이다. 마을의 절반 면적인 33만여㎡(약 10만 평) 부지에 들어설 R&D센터에는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연구인력 약 1만 명이 상주할 예정이다.



 들썩이는 건 성촌마을만이 아니다. 우면산 남쪽, 양재천을 끼고 위 아래로 우면동과 양재동 일대가 국내 최고의 이공계 브레인들이 몰려들면서 민간 기업들의 연구·개발(R&D) 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이 지역에 연구개발 센터를 조성한 덕분이다. 마치 길게 뻗은 산맥의 봉우리처럼 주요기업들이 이 지역에 연구단지를 연이어 조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은 ‘양재R&D밸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특히 최근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낙찰받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을 글로벌연구개발센터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재R&D밸리의 외연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양재R&D밸리의 터줏대감은 LG전자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75년 우면산 동남쪽 기슭의 3만2160㎡(약 9730평) 부지에 ‘LG전자 우면R&D캠퍼스’를 세운 뒤 지금까지 LG전자기술원과 IT융합연구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곳은 800여 명의 연구인력이 상주해, 차세대 디바이스와 선행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처음 연구소가 들어섰던 70년대는 이 일대가 말 그대로 자연녹지였지만, 이제는 세월이 지나 부근 다른 대기업 연구소뿐 아니라 아파트와 상가로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대로와 접한 남쪽에는 LG전자 서초R&D캠퍼스가 자리 잡고 있다. 2009년 7만2600㎡(약 2만1960평) 부지에 지상 20층 높이로 우뚝 서있는 서초R&D캠퍼스에는 약 3000명의 연구인력이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융합연구와 소프트웨어·특허 등의 연구를 하고 있고, 디자인경영센터도 입주해 있다. 서초R&D캠퍼스 바로 위쪽에는 올 6월 공공기관 지방이전 차원에서 충북 진천으로 옮겨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건물에 ‘LG화학 과천 R&D센터’가 올 12월 입주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LG화학 대전기술원에 있는 전지분야 연구원 약 300명 정도가 이사 온다.



 KT도 일찌감치 이 지역에 둥지를 텄다. 1991년 LG전자 우면R&D캠퍼스 오른쪽에 KT우면연구센터가 들어섰다. 이곳에는 인터넷 등 차세대 유·무선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하는 인프라연구소와 인터넷TV나 스마트홈 등에 대한 연구를 하는 서비스연구소, 사물인터넷(IoT)과 보안·헬스케어 등을 연구하는 컨버전스연구소, 빅데이터 등 미래 신사업을 육성·개발하는 ‘미래사업개발그룹’ 등이 입주해 있다.



 이뿐이 아니다. LG전자기술원 옆으로 서울시품질시험소와 대한결핵협회 연구소가 있고, 양재천 남쪽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모토로라코리아도 자리 잡고 있다.



 몇년뒤 양재동 현대차 본사 사옥에 현대차 글로벌연구개발센터까지 입주하게 되면 양재R&D밸리는 거대한 R&D단지의 정점을 찍게 된다. 현대차는 양재동 사옥을 미래 신기술 개발을 위한 핵심기지로 전환해, 앞으로 10년간 A급 글로벌 연구인력 2000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양재R&D밸리의 총 면적은 14㎢(약 423만5000평)에 이르며, 대기업 R&D센터 20곳을 포함 총 273개의 연구소가 들어서 있다.



 왜 양재·우면동에 민간기업의 R&D센터가 몰려오는 걸까. 궁금증은 이곳 일대 지도를 보면 풀 수 있다. 양재R&D밸리 동쪽 바로 옆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양재 IC가 이어져 있다. 북쪽으로는 남부순환로와 강남대로, 88올림픽도로가 서울 도심 곳곳으로 이어진다. 울산과 광주 등 전국 곳곳에 공장을 두고, 경기도 화성에 남양연구소를 둔 현대차그룹이나, 수원 등지에 공장 등 사업소를 둔 삼성그룹의 입장에서 양재R&D밸리는 서울 본사와 지방 공장·현장을 이어줄 수 있는 교통 요지에 자리한 셈이다.



 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최고급 연구인력을 유치하는데도 위치는 절대적이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서울에 연구 시설을 확보하는 것은 그룹의 숙원 과제 중 하나였는데 이번 한전 부지 낙찰로 글로벌 A급 인재 확보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며 “특히 해외 명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땄거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국내외 A급 인재들은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털어놨다.



 용산이 집인 현대차 남양연구소(경기도 화성)의 한 연구원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전철과 셔틀버스를 갈아타고 1시간 반씩 걸려 연구소로 출근하고 있다”며 “양재동으로 연구소가 옮겨온다면 우리 가족 전체가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재R&D밸리는 1970년대 LG전자 첫발을 내딛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후 대기업 R&D센터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자 관할 서초구청에서는 이 지역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2005년 우면동 일대 부지를 연구시설 용지로 지정한 뒤 삼성전자 우면R&D센터를 유치했고, 2010년엔 아예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향후 양재·우면동 일대를 세계 정상 수준의 도시형 R&D 기지로 바꿔 신성장 동력과 전략산업의 집중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초구청 기업환경과 이원형 과장은 “규제를 풀어 더 많은 기업 R&D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국토해양부·환경부·서울시 등과 계속 협의하고 설득하고 있다”며 “덕분에 용적률 확대는 물론 층수제한도 기존 4층에서 10층으로 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생적으로 시작한 연구단지이다 보니, 지방행정의 각종 규제가 민간의 개발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미 주택가와 상가로 개발된 지역 사이로 건축규제가 심한 자연녹지가 남아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 대기업 연구소 관계자는 “연구소 건물이 오래돼 금이 가고 연구인력이 늘어 공간도 부족한 형편인데 부지가 자연녹지 용도로 규정돼 있어 시설을 증축하거나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정부와 지자체에 부지 용도 변경을 지속 요청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양재R&D밸리는 지역경제 유발 효과가 적지 않다. 서초구에 따르면 삼성전자 우면R&D센터 유치 하나 만으로도 공사 기간 중 연인원 210만 명의 건설고용인력 일자리가 창출되고, 내년 5월 완공 이후에는 자체 연구원과 협력업체들이 인근 지역 상권을 이용하면서 연 300억원 이상의 새로운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덕분에 인근 지역 개발도 빨라지고 있다. 비닐하우스로 만든 화훼단지가 대부분이던 이 일대에 우면2보금자리 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이후 ‘서초 네이츠힐’ ‘LH서초 스타힐스’등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간 가라앉기만 했던 부동산 경기도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우면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서초구가 이 지역 일대를 과학도시 특구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며 “대기업R&D센터 이전으로 개발 호재가 풍부하다 보니 투자자들로 연일 북적거린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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