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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남도 바다 가을 맛 기행

거문도 외해 소원도까지 나가 감생이(감성돔) 공략에 나선 소설가 한창훈. 파도가 드세 감생이는커녕 전갱이 구경도 못했다. 낚시의 팔 할은 허풍이다.


손암(巽庵) 정약전(1758∼1816)의 『자산어보』는 한국 최고(最古)의 어류 도보(圖譜)다. 해상 동식물 155종의 모습과 생태는 물론이고 맛과 효능까지 빼곡하게 기록했다. 『자산어보』는 서울에서 쫓겨간 선비가 호기심(혹은 심심풀이) 삼아 바닷것을 적은 200년 전 글이지만, 오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년 전 바다와 지금 바다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삼치떼 들썩이네요 바다가 술상이네요



하여 어류학자부터 시인·소설가까지 수많은 후세 글쟁이가 『자산어보』를 본 딴 글을 썼다. 손암을 사사한 글쟁이 중에 소설가 한창훈(51)도 있다. 그는 전남 여수에서 뱃길로 2시간 남짓 걸리는 거문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뒤 청춘을 뭍에서 떠돌다 8년 전 고향으로 돌아가 혼자 살고 있다. 섬에서 그는 낚시하고 갯것 잡고 술 마시다 종종 글도 쓴다.



한창훈은 2009년 3월 week&에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연재를 시작했다. 손암의 해설을 인용하고, 인용한 바닷것에 제 얘기를 얹혔다. 이를테면 뭍에서 맛보기 힘든 고등어회 자랑을 한참 늘어놓다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낚시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보기 좋은 것은 가족이 와서 아빠가 회 떠먹이는 모습이다. 모름지기 아비란 먹을 것을 물어오는 존재이다.’



이듬해 6월 30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친 작가는 석 달 뒤에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를 펴냈다. 내용은 그대로인데 제목만 달라졌다. 바뀐 제목이 마음에 안 들어 물었다.



“왜 밥상을 찼나?” “내가 안 찼다. 출판사가 찼다.”



손암이 『자산어보』를 펴낸 지 200년이 된 올해, 그가 ‘자산어보 시리즈 2탄’을 내놨다. 이름하여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다. 이번엔 ‘자산어보’의 적통을 지켰다.



“밥상 다음에 술상이네, 그럼 다음엔 제사상인가?”



“출판사가 약통을 생각했다던데, 이젠 안 쓰겠다. 쓸 게 없다.”



1탄보다 바닷것 얘기는 줄었지만, 바다 냄새는 훨씬 짙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바라본 것을 닮는다. 내가 죽을 때 바다를 닮은 얼굴이 되어 있다면 좋겠으나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최소한 빈 술병이라도 닮기를 희망한다.’



가을이 익어간다. 들녘의 가을이 누렇고 산중 가을이 빨갛다면, 바다의 가을은 들썩인다. 여름 밤바다 밝히던 은갈치 배가 여전히 환하고, 바다 저 깊은 곳으로부터는 삼치 떼가 몰려온다. 여름 남도를 들었다 놨던 갯장어의 계절이 막바지에 이르는가 하면 낚시꾼의 평생 꿈이라는 감생이(감성돔)의 계절이 다가온다.



오랜만에 삼치회로 배를 채웠다. 삼치도 회로 먹느냐고? 저런, 한창훈에 따르면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 번도 못 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 한창훈 식으로 답한다. 삼치는 회부터 먹는다. 한창훈과 함께한 가을 남도바다 맛여행기를 싣는다.



글=손민호·홍지연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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