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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국 장기집권…중장기 외교전략 필요

지난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60) 일본 수상은 개각과 동시에 자민당 핵심인 간사장·총무회장·정조회장 3역을 모두 교체했다. 당내 반(反)아베 진영을 이끄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57) 전 간사장을 새로 신설한 지방창생상으로 입각시켰다. 내년 9월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강력한 라이벌인 이시바를 내각에 가두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아베는 2016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뒤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때까지 총리로 장기 집권하겠다는 전략이다. 더 갈 수도 있다. 지지율을 유지하고 2018년 총재 선거 전에 당규를 개정한다면 아베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총리로서 개막선언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62) 러시아 대통령도 장기집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야심을 드러냈다. 네 번 째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2000년 48세에 대통령에 당선된 푸틴은 재선까지 한 뒤 헌법의 3선 연임 불가 규정에 따라 2008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권을 넘기고 총리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연장하는 개헌을 단행한 뒤 2012년 대선에서 다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면 푸틴은 2024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그 해에도 푸틴은 79세로 숨질 때까지 31년 간 권좌를 지킨 이오시프 스탈린보다 젊은 72세다. 더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 시진핑(習近平·61) 국가주석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국민소득을 2010년 수준의 2배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2023년 3월까지 주석 직을 유지할 게 확실하니 가능한 약속이다. 북한은 종신제 유일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30)은 2012년 4월 당대회에서 노동당 제1비서 겸 국방위 제1위원장에 올랐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국 지도자들의 장기집권이 예상되고 있다. 한반도와 관련된 이들의 외교전략이 장기플랜에 맞춰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아베의 외교는 미·일 동맹이 핵심이다. 최근 한국·중국과 각을 세우면서 북한과 러시아를 끌어안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납치자 문제를 담당하는 부처를 신설하는 등 북·일 수교에 적극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할 수 없이 동참하고 있지만 거의 말 뿐이다.



천연가스 공급량과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가스관 외교’로 서방을 견제하고 있는 푸틴은 미국에 맞서 신동방정책으로 불리는 광폭의 동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신형대국관계의 모범 사례로 중국의 환심을 산 뒤 중국과 틈이 벌어진 북한에도 접근하고 있다. 일본과는 북방 영토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며 국익을 챙기고 있다.



중국은 당대회에서 향후 5년간의 집정 방침을 담은 정치보고를 퇴임하는 총서기가 낭독한다. 지도부 교체와 무관하게 내치와 외치의 일관성을 담보하는 장치다. 현재의 외교 기조는 선진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건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일·러·중·북한과는 달리 한국과 미국 대통령은 2017·16년 대선서 교체된다. 미국의 경우 현재로선 힐러리 클린턴(67)이 가장 유력하지만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외교는 신임 대통령이 취임 첫 해 해외 순방을 자제하며 외교정책을 다듬는 것이 관례일 정도로 신중하다.



문제는 한국이다. 정권 교체는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외교전략의 근본 기조가 바뀌는 ‘5년마다 새로 시작하는 외교’가 1987년 이래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정권 말기만 되면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한 외교 무리수를 남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선을 두 달 앞둔 2007년 10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평양에서 10개 항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국내·외 컨센서스를 이루지 못한 합의는 정권 교체 후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역시 대선을 4개월 앞둔 2012년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돌연 독도를 방문했다. 일본이 강하게 반발했고 지금까지도 대일 외교에 악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핵심은 여·야 합의된 국익에 기반한 중장기 외교 전략의 수립이다. 전술도 필요하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지난 7월 한·중 정상이 합의한 1.5트랙 외교 채널의 확대가 타개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권 교체로 외교 사령탑이 바뀌더라도 민간 전문가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은 “국내정치에서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는 균형추 역할을 할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외교 전문가들은 일관된 외교로 무장한 장기 정권에 둘러싸인 지금이 한국의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외교 악습을 바꿀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신경진 기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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