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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온전히 누리는 통나무 주택

























'시간이 더 지난 뒤라면 지금보다 여유를 갖고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이미 늦는다. 아이들이 나를 떠나 독립하기 전에, 마당이 있는 이층집에서 몇 년이라도 함께 살고 싶다. 지금 내겐 집짓기가 가장 중요한 일이고, 지금이 아니면 후회할 것 같다'

정신현 씨는 집을 지은 이유를 이렇게 고백했다. 많은 이들이 아이들을 생각해 주택 생활을 꿈꾸지만 이를 현실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출퇴근이 걱정되고 살고 있는 아파트 값이 오를까봐 주저하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커 버리고 만다. 정신현 씨는 그런 사정을 일찍부터 생각해 오며 가족들을 독려했다. 아파트에 사는 내내, 그의 마음은 늘 전원에 있었다.

정 씨는 좋은 터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하던 일을 제치고 땅을 찾았다. 그렇게 발품을 팔며 5년을 보냈더니 인근 땅들은 이제 지번만 대면 위치를 다 알 정도가 되었다. 그는 '마을 안에 있지만 조용하고, 내가 가꿀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땅'을 우선으로 쳤다.

우연히 만난 지금의 대지는 마을 회관 가까이 있지만 진입로가 약간 틀어져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또한 큰 도로에서 40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한 겨울에도 집 앞까지 차가 들어올 수 있어 편리하다. 이는 출퇴근하는 아내를 위한 정 씨의 배려이기도 했다.

구입 당시 땅에는 허물어져 가는 구옥이 있었다. 그는 철거 후 매입하지 않고 구옥까지 모두 구입해 본인 명의로 바꾼 다음, 철거와 신축의 절차를 밟았다. 이런 방법이 절세에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귀띔한다.

빈 땅이 되고 나니, 건축에 욕심이 생겼다. 막연히 갖고 있던 통나무집에 대한 로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금 무리를 해서 집을 지으면 비용적 어려움은 있겠지만, 감히 도전해 보고픈 의지가 생겼다. 그리고 오래도록 지켜봐 온 로그빌더 김용근 씨를 찾았다.

김용근 씨는 통나무 건축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 온 프로 빌더다. 풀너치부터 포스트앤빔까지 통나무로 디자인을 구현하는 능력이 뛰어나, 건축주들 사이에서 고집스러우면서도 맛깔스럽게 집을 짓는다고 정평이 나 있다.

건축 예산 범위 안에서 합리적면서 동시에 아름다울 수 있는 집을 짓기 위해 건축주와 빌더는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문득 김용근 씨가 나중에 자신의 집을 지으려고 봐 둔 샘플하우스를 꺼내들었다. 그는 "전혀 다른 느낌의 포스트앤빔 통나무집을 지어보고 싶다"며 영화 속의 소금창고를 연상케 하는 단출한 디자인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외관을 제안했다.

유리블록과 적삼목 판재를 이용한 사이딩으로 모던한 입면을 그리고, 내부는 복도식 발코니를 둔 평면을 스케치했다. 그가 펼쳐놓은 상상의 공간은 부부의 마음에 닿아 2층 통나무집으로 둥실 떠올랐다.

2011년 겨울, 김용근 빌더의 작업장에서 본격적인 치목이 시작되었다. 메인 포스트 8개의 길이는 4.5m에 달했다. 외부만 둥근 통나무의 원형을 유지하고 내부에서는 더글러스의 붉은 면을 느낄 수 있도록 3면을 평면 가공했다. 1층 전면 좌우길이는 12.8m, 여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길게 빠진 양쪽 박공처마길이를 포함하면 대략 17m가 넘는다.

빌더는 "지붕은 집을 충분히 감쌀 수 있을 만큼 넓어 눈비로부터 통나무를 지켜줘야 한다"며 "지면과 태양의 각도에 따라 여름에는 햇볕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겨울에는 이를 허락해 단열을 돕는 이치"라고 설명했다.

봄이 되어 기초 공사를 하고 포스트앤빔 조립이 시작되었다. 흔히 크레인을 이용해 한나절이면 끝나는 공사가 꼬박 이틀이나 걸렸다. 치수를 너무 완벽하게 하다보니 끼워 맞추는 데 큰 힘이 들었다. 벽체는 2×6 구조목으로 세우고 글라스울 단열재(R19)를 충진했다. 통나무 연결 부위는 가스켓(Gasket)을 설치해 수축과 변형에 대비하고 원목 방향의 몰딩을 마감해 틈 처리에 만전을 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통나무집을 여행지에서 하루쯤 묵는 집으로만 여긴다. 육중한 나무의 곡선을 중압감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고, 틈새 바람과 웃풍 등 단열이 약하고 유지 관리가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고개를 젓는다. 이 집을 지을 때도 마을 사람들은 음식점이나 사찰이 지어지는 줄 알았지, 감히 살림집이란 생각은 못했다고 한다.


김용근 빌더는 "무늬만 통나무집인 부실시공 현장들이 이런 인식을 만들었다"며 "나무가 주는 혜택을 온전히 누리는 데는 통나무주택만한 것이 없다"고 자신했다. 가스켓과 단열재 설치, 철물의 적극 적용 등 최근 지어지는 통나무주택은 살림집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건축이 진행되는 4개월간 정신현 씨는 매일 현장에 있었다. 빌더들처럼 수염이 자라고 얼굴은 검게 그을렸지만, 그는 생애 가장 행복한 표정이었다. 손재주 좋은 그는 작업보조에 촬영담당에 매일 간식거리를 챙기는 일등 살림꾼 노릇을 했다.

'평생에 한 번 짓는 집인데, 두 달 정도 내 일을 못하면 어떤가' 그의 생각은 현명했다. 전기, 수도, 배관 등 모든 것을 지켜봤기에 추후 수리할 부분이 생겨도 직접 챙길 수 있으니 오히려 이득일 것이다. 혹시 기억력이 떨어질까 모든 도면과 시공 사진들 역시 꼼꼼히 챙겨두었다.

그의 진정성에 빌더들의 열정이 더해져 집은 서서히 모양을 잡아갔다. 전면은 대형 거실창 대신 유리블록과 창을 배치한 디자인으로 독특한 인상을 풍겼다. 유리블록은 채광에 좋고 프라이버시도 보호하는 자재로 선택했다. 봄 가을이면 실내에 난반사 되는 빛이 황홀하고 밤이면 실내의 노란 빛이 밖으로 드러나 멋진 야경을 만들어 준다.

실내는 칸을 나누면서 방 2개를 2층으로 올리고, 주방과 거실은 열린 공간으로 배치했다. 2층은 발코니 덕분에 훨씬 입체적인 실내가 되었다. 자녀들의 공부방과 침실은 발코니를 통해 이어지고 난간에서 거실과 주방을 바로 내려다 볼 수 있어 개방감이 크다. 현관에서 마주 보이는 벽면은 채광을 겸한 모양 창을 내고 계단식 이미지의 루버를 설치했다. 나머지 공간은 핸디코트로 마감해 목재와 흰 바탕이 어우러진 모던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난방은 기름보일러를 메인으로 하고, 화력이 14㎾나 되는 키 큰 벽난로를 보조난방으로 설치했다. 높은 층고에 벽난로 열기의 대류 효과 덕분에 지난겨울 난방비는 장작 구입값이 전부였다.

통나무집에 입주한 이후, 정신현 씨는 퇴근 후 늦은 밤까지 매일 마당을 돌본다. 마당의 콩자갈도 직접 깐 것인데, 장장 4개월에 걸처 외발 수레로 혼자 작업했다. 아내는 포크레인을 부르면 하루만에 끝날 일이라고 타박도 했지만, 그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심정으로 매일을 매달렸다. 뒷마당의 석축 역시 17톤 규모의 사괘석을 직접 옮겨 쌓았는데, 스스로도 '누가 시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마당에는 장작을 보관해 둘 비닐하우스도 짓고 얼마 전, 태양광집열판도 세웠다. 오랜 취미였던 분재에 수목과 야생화까지 더해 그의 마당은 나날이 풍성해지고 있다. 미니 정원과 연못 등 그가 품고 있는 마당 5년 계획은 이런 열정이라면 2~3년 안에 완성될 것 같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지었으니, 마당은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도록 가꾸고 싶다. 이제 10년 후면 아내와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다닐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이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에게 집보다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그 너머도 없어 보였다.


조인스 랜드· 월간 전원속의 내집 (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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