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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벤틀리 총괄 디자이너 이상엽 “벤틀리, 오감을 만족하는 디자인”





쉐보레 범블비(카마로), 스포츠카 콜벳 이어 최고급 플라잉스퍼까지…

“벤틀리 플라잉스퍼는 선과 면을 최소화한 여백의 미, 시각뿐만 아니라 오감을 만족하는 디자인이 고급차(프리미엄 브랜드)와 구별된다. 영국의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품질과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엔지니어링으로 완벽을 담아냈다.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게 디자인 총괄의 역할이다. ”



플라잉스퍼 V8 신차 발표로 9월 18일 한국을 찾은 이상엽(45) 벤틀리 디자인 총괄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올해 3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헤드 디자이너가 됐다. 1995년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미국 ACCD 유학을 떠난 지 20년 만이다. 플라잉스퍼는 4.0L 트윈터보 V8 엔진을 단 력셔리 세단이다. 최고 507마력의 출력에 67.3kg·m의 토크를 낸다. 최고 시속은 295k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2초에 주파한다. 연비는 7.4km/L다. 4륜구동 시스템과 8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가격은 2억5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우선 벤틀리 만의 디자인 차별점에 대해 물었다. “핵심은 정제미·비례미다. ‘나를 봐줘’하며 튀는 게 아니다. 로고를 보지 않고도 ‘아 저게 벤틀리구나’ 하는 것, 눈을 감고 냄새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벤틀리 디자인은 이 차가 5~10년 후에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한다. 올드 카가 아닌 클래식 카를 추구한다. 버튼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금속의 깎은 면과 온도, 장인들이 공들여 바느질한 흔적 등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들이다.”



대학 3학년 때 무작정 떠난 미국 여행서 ‘디자이너’ 결심



이씨는 군대를 막 제대한 대학(홍익대 조소과) 3학년 때 자동차 잡지를 넘기다 미국 디자인 명문 학교인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CCD)’을 알게 됐다. 여비를 마련, 무작정 그 학교를 찾아갔다. 교정에 전시된 학생들의 모형차 디자인을 보고 강하게 끌렸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가 돼야지”라고 마음을 먹고 졸업 후 곧바로 유학을 떠났다. 영어는 초급 수준이라 고생의 연속이었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자동차와 디자인 공부에 투자했다. 그 결과 2년 후부터는 장학금을 받는 우등생이 됐다.



1999년 우등 졸업을 하고 GM에 입사했다. 이후 11년간 미국 최고의 스포츠카로 꼽히는 콜벳을 디자인했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유명한 머슬카 카마로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포드 머스탱과 함께 1970년대 머슬카 시장을 이끈 69년형 카마로를 콘셉트로 삼아 정상의 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통상 자동차 브랜드는 세 가지 등급으로 분류한다. 도요타·현대·기아 같은 일반 브랜드다. 이보다 한 단계 고급이 BMW·메르세데스 벤츠·아우디·렉서스 같은 프리미엄이다. 최상위는 벤틀리·롤스로이스 같은 럭셔리다. 이씨는 “럭셔리 브랜드는 구형·신형이라는 구분이 없다. 모든 신차 디자인이 전통을 통해 계승(timeless)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럭셔리는 시각뿐 아니라 오감을 자극하는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리사에 비유했다.



“외장 디자인뿐 아니라 인테리어 재질의 촉감, 가죽시트의 냄새, 벤틀리 만의 배기음까지 만족시켜야 한다. 선을 하나 그릴때도 당장의 이미지 변화가 아니라 5년 뒤, 20년 뒤에도 변함없는 벤틀리만의 느낌을 간직해야 한다. 유리창 주변의 몰딩만 봐도 다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플라스틱에 크롬 도금을 하지만 벤틀리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쓴다. 비슷하지만 만져보면 완전히 다르다. 실내 소재도 벤틀리는 나무·가죽·메탈 세 가지를 고집한다. 나무 느낌이 나는 플라스틱 같은 소재를 써 시각적 착각을 유도하지 않는다. 손으로 만졌을 때 터치감, 향기가 달라지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신차 디자인을 보면 특히 전면부 모습이 대동소이하다. 점점 강화되는 안전과 환경규제 때문이다. 특히 보행자 충돌 시험 같은 새로운 안전규제가 생기면서 돌출된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범퍼 디자인이 불가능하다. 모두 디자이너에게는 제약 요소다.



“요즘 신차의 앞모습은 이런 규제의 영향으로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벤틀리는 이런 제약을 럭셔리로 넘어선다. 벤틀리는 앞 범퍼가 없다. 앞 부분을 통째로(원 피스) 강철로 제작한다. 플라스틱을 전혀 쓰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다른 느낌이 난다. 만졌을 때 온도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게 럭셔리다.”



이씨는 2010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스타일을 강조했던 미국차를 넘어서 정교함과 균형미를 찾는 독일차에 대한 도전이다. 디트로이트를 떠나 캘리포니아의 폴크스바겐 디자인센터로 이직했다. 이곳에서 폴크스바겐·아우디·벤틀리 신차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늘 부족함을 메우고자 노력했던 그는 여기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그 결과 올 초 벤틀리 디자인 총괄에 임명됐다. 그는 벤틀리 연구소가 있는 영국 서부의 소도시 크루에서 16명의 디자이너를 포함한 50여 명의 팀원을 이끌고 있다. 한국인 디자이너로는 두 사람(윤일헌·김보라)이 있다. 정상에 선 비결을 물었다. 그는 한 마디로 ‘헝그리 정신’이라고 답했다.



“처음 미국 유학을 왔을 때 영어는 정말 왕초보였다. 머리가 좋았던 것도 아니라 노력 이외에는 답이 없었다. 더구나 한국을 잘 모를 때다. 동양인이라는 게 미국에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다행히 디자인은 또 다른 언어였다. 디자인이라는 언어로 나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5년이 흘러갔고 7개 국가에서 살았다. 상대방을 설득할 정확한 디자인 언어로 내 철학을 풀어냈다.”



디자이너는 항상 배고프고 목말라야



일벌레인 그의 생활은 오전 6시 기상부터다. 아침 식사를 하고, 7시 반쯤 출근해 남들보다 일찍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남들보다 늦게 간다. 요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이 무척 많다.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늘 배고파야 한다. 항상 도전에 목말라해야 하고 애인 이상으로 자동차에 대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 물론 그림을 잘 그리고 자동차 역사와 모델에 대한 공부도 기본이다. 디자인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결국 아름다운 디자인을 보여주려면 그림이 바탕이 돼야 한다. 유학을 가던 국내에서 공부를 하던 중요한 것은 본인만의 디자인 시각을 갖는 것이다. 책으로 배우는 디자인보다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벤틀리코리아 : 2006년 한국에 진출했다. 올해 8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196대를 판매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3% 성장했다. 전 세계 200여개 딜러 가운데 두바이 다음가는 세계 2위 판매대수다. 2억7000만원이 넘는 최고급 ‘플라잉스퍼 W12’ 모델 판매는 한국이 세계 1위였다. 2010년 80대 판매에서 지난해 164대,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와 같은 164대를 달성했다. 올 연말까지는 290대를 예상한다.



김태진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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