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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 "너 나와" … 토론조차 못 하게 막은 공무원 노조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노조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연금학회 주최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정책토론회’장에 들어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천권필
정치국제부문 기자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정책 토론회. 패널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나타나자 미리 와 있던 500여 명의 공무원노조원들이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 ‘새누리당, 이제 선거 안 할 생각인가’라는 피켓도 보였다. 노조 지도부가 “일단 들어는 봅시다”고 외쳤지만 고성과 호루라기 소리에 묻혔다.

[현장에서] 노조원 500여 명 몰려와 피켓 시위
"들어봅시다" 지도부 제안 안 통해
입장 밝히고 설득할 기회 날린 꼴



 ▶공무원노조원=“개XX들아 꺼져! 너 나와!”



 ▶공무원노조 지도부=“잠깐만요. 여기서 우리가 흩어진 모습을 보이면 지는 것입니다.”



 ▶노조원=“지긴 뭘 져. 무슨 X소리야!”



 단상 앞으로 뛰쳐나온 한 노조원이 토론회 자료집을 갈기갈기 찢어 패널들에게 던졌다.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나 부의장=“공무원노조 여러분 한 번 들어봐 주십시오.”



 ▶공무원노조 지도부=“여기 연금학회 안이 새누리당 안이나 정부 안이 맞는지 듣고 싶습니다.”



 ▶나 부의장=“오늘 안은 새누리당 안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원하지 않으면 토론회를 하지 않겠습니다….”



 나 부의장이 발언하는 동안에도 흥분한 노조원들은 “새누리당 안이 맞잖아”라고 고함쳤다. 굳은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보던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장이 “토론회를 안 하겠다”며 참석자들과 함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토론회는 개회 선언도 하지 못한 채 20분 만에 무산됐다.



 오래 준비해 온 아쉬움 때문인지 참석자들은 토론회가 무산된 뒤에도 옆 회의실에 모여 한 시간가량 얘기를 주고받았다. 당 공적연금개혁분과 소속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안타깝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의원은 “토론회를 다시 열 계획은 없다”며 “예정대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10월에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측은 뒤늦게 “토론회를 무산시키려 했던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면 공무원의 의견부터 들어줘야 한다(김명환 한국노총 공무원연금대책특별위원장)”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가 연금 개혁안을 제대로 따져 볼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는 사실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다. 개혁안을 만든 김용하 연금학회장은 토론회 전 공무원노조 측에 토론자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걸 노조 측이 “들러리가 되기 싫다”며 거절해 놓고 이날 실력행사에 나선 거다.



 지난 18일에도 국회에선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쌀 관세율’을 주제로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해수위 당정회의에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 10여 명이 “쌀 전면 개방을 중단하라”며 난입해 계란과 고춧가루를 던지고 식탁을 뒤엎었다.



 토론은 민주주의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다수는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소수는 다수를 설득해야 한다. 그게 토론의 힘이다. 토론을 통해 덜 피해 보는 방안을 찾는 게 민주주의다. 토론 대신 힘과 고성이 우선한다면 약육강식의 정글과 다른 게 뭔가.



 역대 정권이 폭탄 돌리기를 해 와 공무원연금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과제가 됐다. 공무원노조는 다음 달 1일 서울 여의도에서 1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반대집회를 연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투쟁보다 토론을 할 때다.



천권필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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