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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8세도 못한 '가톨릭 이혼' … 교황이 틈 열어주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알바니아를 방문해 동방정교·무슬림 지도자들과 만나 종교 간 화합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가톨릭 교도의 이혼 문제에 대해서도 포용적 입장을 취해 왔다. [티라나 AP=뉴시스]


16세기 초 영국 왕 헨리 8세는 캐서린 왕비와 헤어지고 앤 불린과 결혼하려다 바티칸이 이를 허락하지 않자 아예 별도의 교회를 세운다. 영국 성공회가 그것이다.

헨리 8세, 재혼 위해 성공회 세워
결혼 무효 판정 있지만 까다로워
교황, 포용 절차 다룰 위원회 지시
내달 세계 주교회의 격론 예고



 헨리 8세는 루터의 종교개혁에 맞서 한때 바티칸으로부터 ‘신앙의 수호자’란 상찬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데 혼인 문제로 갈라선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가 추구했던 건 이혼이 아닌 ‘결혼 무효’였다. 캐서린이 형의 미망인이었다는 점을 들어, 교회법은 죽은 형의 아내와의 결혼을 금지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미 교회의 허락을 받았던 결혼을 물려달라는 거니 교회가 수긍할 리가 없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가톨릭엔 이혼은 없다. 결혼 무효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아주 까다로워 “가톨릭 교인은 결혼하면 이혼을 못 한다”는 통념이 생겼다.



 여기에 변화가 올 수도 있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혼의 불가해소성(不可解消性·한번 맺은 관계 취소할 수 없음)을 보호하면서 ‘이혼’ 절차를 간소화할 방법을 제시할 위원회를 꾸리도록 지시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바티칸이 발표했다. 신학자와 변호사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사실 위원회 구성은 이미 지난달 끝났다고 하니 발표가 늦은 셈이다. 가톨릭계에선 “상당히 예민한 주제여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톨릭 내 보혁(保革)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현재 교리론 교회법원으로부터 결혼무효 판결을 받지 않은 채 누군가와 재혼하면 결혼 상태에서 제3자와 또 결혼한 게 돼 ‘죄의 상태’가 된다. 교회에 갈 순 있어도 각종 성사(聖事)엔 참여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게 미사 중 축성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영성체 의식이다.



 그런데 결혼 무효 판결 받기가 어렵다. 결혼을 동의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주교회의의 한 신부는 “무효 판정은 1년에 수백 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연간 10만 쌍 이상이 이혼을 하고, 가톨릭교도가 10% 정도인 걸 감안하면 적은 수치다. ‘죄의 상태’에 있는 이혼 또는 재혼 신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진보 진영에선 이 때문에 “현 실태를 반영해 혼인 생활에 관한 교리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보수 진영의 반격도 매섭다. 베네딕토 16세가 임명한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인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은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혼인의 불가해소성에 관한 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교리를 바꿀 수는 없다”며 “이혼자와 사회에서 재혼한 신자들이 성체를 모실 수 없는 것은 내 의견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지닌 교회의 가르침과 교리를 반영한다”고 맞섰다. 뮐러 추기경 등 추기경 5명이 1일 이 같은 시각을 담은 책을 발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상대적으론 포용하자는 쪽으로 알려졌다. 그는 4월 아르헨티나에서 한 여인으로부터 “이혼한 남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신부가 영성체 주길 거부했다”는 편지를 받곤 곧바로 전화를 걸어 “교회에 가서 영성체를 모시라”고 했다. 최근엔 동거 중이거나 이미 아이가 있는 20쌍의 혼배 성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교회법상으론 ‘죄인’들이다. 바티칸에선 “모든 신도를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당장 다음달 5일부터 전 세계 주교들이 모이는 회의(시노드)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제 자체도 ‘가정’이다. 진보 진영인 독일의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이념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내가 공격받을 텐데 실제 목표는 내가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입장 차이가 워낙 첨예해 교리 자체는 그대로 두되, 결혼 무효 절차를 용이하게 하는 쪽으로 봉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 당일치기로 알바니아를 방문했다. 다수인 무슬림(56%)과 동방정교회(20%)·가톨릭(10%)이 공존하는 사회다. 교황은 “종교를 구실 삼아 인간의 존엄성이나 기본권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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