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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통일 대박 발언에 숟가락 얹는 외교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정원엽
정치부문 기자
‘한·독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와 ‘한·독 통일자문위원회’의 차이가 뭘까. ‘외교정책’이 들어간 건 외교부, 안 들어간 건 통일부의 작품이다. 이런 난센스 퀴즈 같은 상황이 생긴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한·독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 출범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독일이 주변 강대국의 협력을 얻어 통일을 이뤘다는 점을 배우자는 취지다. 외교부는 “통일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외교의 성과”라고 홍보했다. 국장급 3명을 포함해 정치인, 학자 등 7명의 위원을 위촉해 연내에 1차 회의를 연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같은 날, 같은 베를린에선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9명의 민·관 위원들이 ‘한·독 통일자문위원회’ 4차 협의회를 열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주년을 기념하는 회의였다. 하지만 외교부 행사 때문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외교부는 통일부와 비슷한 협의기구를 왜 만드느냐는 지적에 “통일부 위원회가 동·서독 내부의 화학적 통합 등에 초점을 두는 반면, 우리가 출범시키는 위원회는 외교정책을 토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이런 설명은 사람들의 기억력을 무시하는 행위다. 이런 기구의 원조 격인 ‘한·독 통일자문위원회’는 4년 전인 2010년 발족했다. 통일부가 주도한 이 기구에는 박수길 전 유엔대사,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등 쟁쟁한 외교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출범할 때부터 이미 ‘외교에도 초점을 맞춰 통일을 연구하기로 돼 있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중복되는 기구를 부처별로 만드는 이유는 밥그릇 싸움 때문이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발언한 뒤 특히 심하다. 지난 6월엔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이 ‘2040 통일한국 비전보고서’를 발표하는 바람에 통일부 쪽이 어처구니없어 했다. 외교부의 한반도클럽(남북 겸임 공관 협의체)이나 평화클럽(평양에 상주 공관을 둔 주한 공관 협의체)도 통일부가 이미 관련 회의를 하고 있어 중복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들어선 기획재정부도 독일과 경제 분야의 통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끼어들고 있다. 예산 낭비에다 나라 망신이다. 상대방인 독일의 전문가들은 이런 한국을 어떻게 볼까.

 부처 간 밥그릇 싸움에 밀려 50명에 달하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명함도 제대로 못 돌리고 있다. 통준위의 한 인사는 “6자회담이나 남북회담 같은 현안에 집중해야 할 부처들이 중장기 통일 이슈로 영역 싸움을 하는 모습이 한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교통정리부터 해야겠다.

정원엽 정치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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