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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제대로 읽는 재팬] "도쿄 한복판도 26년 뒤 소멸"… 인구 1억 사수 나선 일본

김현기 도쿄특파원
지난달 9일 오전. 도쿄 도시마(豊島)구 구청에 난데없이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이들이 향한 곳은 ‘도시마 F1 출범 회의’. F1는 광고용어로 20~34세의 여성을 뜻한다. 증명서류 땔 때 빼고는 구청을 기웃도 하지 않던 이들이 이날 우르르 달려 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도시마구가 도쿄 23개구 중 유일하게 ‘앞으로 26년 후 소멸 위기 도시’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근거는 ‘도시마 F1’에 있었다. 아이를 낳는 주 연령층인 20~30대 여성이 도시마구의 경우 2040년까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온 것이다. 아이가 줄면 결국 교육시설도 문을 닫게 되고, 각종 행정 서비스와 일자리도 대폭 축소돼 지자체 기능이 사실상 상실되고 말 것이란 논리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40년 지자체 절반 895곳 사라질판



 아무리 그렇다해도 시골 산골 지자체도 아니고 세계 최대 도시 도쿄 한복판의 최대번화가 이케부쿠로(池袋)를 끼고 있는 도시마구(區)가 사라진다니…. 충격이 가장 컸던 건 다름아닌 도시마의 F1이었다. 실제 도시마구는 1958년 4만7000명 있던 초·중학생이 지난해는 9900명. 80%나 급감했다.



 “우리가 정말 도시마를 안 떠나려면 공원 같은 인프라를 더 확충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려 해도 마냥 순서를 기다려야 하니 ‘소멸 도시’란 소리를 듣는 거죠.”



 회의에선 ‘여성관점 마을 만들기’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와 쌓였던 불만이 분출했다. 마을의 ‘최고 갑’이 된 F1에 구청 측은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여러분들이 살기 좋은 도시마구로 만들테니 조금만 더 지켜봐 주세요.”



 지난 7월 15일 일본 47개 광역지자체 전국 지사모임.



 “이 봐요. 도쿄가 전국의 젊은 여성 인구를 다 집어삼키고 있잖아요. 우리 지방은 어쩌란 말입니까. 이대로 놔둘 겁니까.”



 히로시마(廣島)현 유자키 히데히코(湯崎英彦)지사의 분노섞인 발언에 전국 지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옳소, 옳소”를 외쳤다. “지방에 어린이가 줄어 최근 20년 사이 초·중학교가 5900곳이나 사라진 것을 알기나 합니까”란 하소연도 이어졌다.



결국 이날 지사들은 ‘소자화(少子化·저출산) 비상사태선언’ 결의문을 채택했다. 2009년 6월 채택됐던 결의문은 ‘인구감소 위기선언’. 5년 만에 ‘위기→비상사태’로 바뀌었다.



 일본이 국가적 차원에서 ‘인구감소와의 전쟁’에 나서게 된 것은 최근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연이어 발표한 몇 장의 보고서가 시발점이 됐다. 내용을 요약하면 크게 세가지.



인구감소 대책 마련을 위해 아베 총리가 의장을 맡은 ‘마을·사람·일 창생회의’의 첫 회의가 지난 19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렸다. [지지통신]
육아지원 등 대책, 총리가 직접 챙겨



 ▶올해 태어날 신생아는 인구통계가 남아있는 1899년 이래 처음으로 100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 ▶2008년(1억2808만명) 정점을 찍은 일본 인구는 34년 후(2048년) 1억 밑으로 떨어지고 2060년에는 ‘불과’ 8674만이 된다 ▶지방의 젊은 여성이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대도시의 고령화 또한 심화돼 2040년에는 현 지자체(1800곳) 중 절반(49.8%·896곳)이 ‘자연 소멸’ 위기에 놓인다. <그래픽 참조>



 한마디로 ‘인구 쇼크’. 원인은 뭘까. 무엇보다 젊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 출산율은 75년 2.0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해는 1.43. 인구도 2010년부터 5년 연속 급감하고 있다.



 실은 이 같은 상황은 40년 전인 74년부터 예측됐던 일, 아니 ‘기대했던’ 일이었다. 74년 4월의 인구백서는 “‘인구가 늘지도 줄지도 않는 ‘정지(靜止) 인구’를 지향하면 2010년까지는 인구가 증가하나 이후 감소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구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출산율을 좀 낮춘 다음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다시 출산율을 높이는 전략을 수립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 계산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일까.



 원인은 여럿이다. ▶‘정지 인구’가 국가목표였기 때문에 인구가 증가하는 동안에는 ‘출산율 회복’으로 정책을 전환하기 힘들었고 ▶출산율을 높이라는 지시가 “낳고 늘려라!”는 태평양전쟁 당시 선동구호가 연상돼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웠고 ▶후생노동성의 미래 인구추산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점이 거론된다.



 다급해진 일본 정부는 ‘인구’를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고 뭐든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대로 가면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는 15~64세 인구가 현 7901만명에서 2060년에는 4418만 명으로 44%가 줄어든다. 일손 부족으로 국제경쟁력 저하는 물론 기업 활동 위축도 불가피하다.



향후 50년간 예산 무제한 투입 방침



 이 때문에 일 정부가 당장 내건 목표는 “앞으로 50년 간 인구 1억을 사수하라”다. ‘실탄’도 무제한 투입할 자세다. 내년도 예산도 육아지원에 6200억엔(약 6조원), 지방취업촉진에 366억엔(약 3500억원) 등 ‘인구 급감 저지’를 위한 예산 배정을 최우선 하기로 했다. 이달 29일 개원하는 임시국회의 테마도 이것으로 정했다. 19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직접 의장을 맡아 인구감소 대책을 논의하는 ‘마을·사람·일자리 창생회의’의 첫 회의를 총리 관저에서 열었다.



 하지만 1억 사수가 쉬운 일은 아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1.43인 출산율을 2030년까지 2.07로 올려야 한다. 71~74년의 ‘제2차 베이비 붐’때와 같은 수준이다. 현재 출산율이 최고로 높은 오키나와(沖<7E04>)의 1.94보다 훨씬 높다. 한마디로 ‘제3차 베이비 붐’을 일으키지 않는 한 힘들다는 얘기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일본 내에선 ‘로마 제국’의 인구증가책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로마 제국 초대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결혼 장려책으로 ▶3명 이상 자녀를 갖는 남자는 관직 취임 및 승진 우대 등을 실시했다. 또 20~60세 남성과 20~50세 여성은 전원 결혼 상태임을 의무화했다. 어길 경우 유산 상속금지 등의 벌칙을 부과했다. 요즘 시대에 그대로 적용하긴 무리임을 뻔히 알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인 것이다.



로마제국 정책 연구하고 이민 수용론도



 이민 수용론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명문대 졸업생 중 30%만이 취업에 성공한다 하는데 그들을 일본에 불러 노동력 부족 현상을 보완하자”는 구체적 주장도 나온다.



 한국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1.19(2013년). 일본(1.43)은 나라가 곧 망하기라도 할 듯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만 볼 상황이 아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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