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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독거 → 공거 … 스웨덴서 성공한 새로운 가족 모델

대한민국의 가족 모델이 변하고 있다. 한집에서 동거하는 전통적 가족이 해체되고 1인 독거 가구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2014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다섯 유형의 ‘싱글 패밀리’를 만났다. 이들은 따로 살면서도 가족 같은 공동체를 필요로 했다. 1인 가구끼리 공동 시설을 함께 쓰는 ‘공거(共居·공동 거주)’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4 가족 빅뱅 <상> 싱글 패밀리 5인, 그들이 사는 세상

홀로 된 노인 남편 사별 임정자씨 “말벗 가장 그리워”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20.4%가 독거노인이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독거노인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2035년 1인 가구의 절반가량(45%)이 65세 이상 노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18년 전 남편과 사별한 임정자(75)씨를 인천 자택에서 만났다. 수년째 홀로 살림을 꾸리고 있다. 결혼한 두 아들은 따로 살고 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라디오 방송 미사로 하루를 열었다. 그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성당은 이제 임씨의 삶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서울 여의도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걸 빼면 임씨의 모든 일과는 성당 중심이다. 오전 8시 아침식사를 하고 집안 청소를 하면 어느새 점심이다.



 점심밥을 챙겨 먹고 임씨는 집을 나섰다. 성당에는 임씨와 비슷한 처지의 할머니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임씨도 그 사이에 끼여 앉았다. 오후 미사까지 마친 뒤 성당을 나선 임씨는 동네 공원으로 갔다. 성당 할머니들과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며 얘기를 나눴다. 임씨는 “가장 필요한 건 말벗”이라고 했다. 저녁이 되자 할머니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집으로 향하던 임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음 맞는 노인 여럿이서 함께 지내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지금은 그나마 건강하니까 괜찮지만 더 나이가 들면 처지가 비슷한 할머니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돌아온 싱글 50대 이조은씨 “노후 대비 투잡 뛰어”





보험설계사 이조은(54·여)씨의 아침은 오전 6시에 시작된다. 비슷한 연령대 여성들이 아침상을 차리는 시간에 이씨는 동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그는 10년차 돌싱이다. 2010년 우리나라 1인 가구 중 13.4%가 이씨와 같은 이혼(돌싱) 가구다. 돌싱 가구 비율은 2035년 17.2%까지 늘어난다는 게 통계청 전망이다.



 “따로 챙길 가족이 없으니 아침이 온전히 제 시간이에요. 오늘은 설계사들끼리 독서모임이 있어 좀 일찍 가야 해요.”



 이씨는 독서모임을 끝내고 아침 조회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요즘 실적이 썩 좋지 않은 편이라 조회 분위기가 무거웠다. 이혼 후 뛰어든 보험 영업은 녹록지 않았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보험상품을 파는 건 큰 도전이었다. 오후 3시 이씨는 군자동의 건강식품업체를 찾았다. 이씨는 1년 전 건강식품 판매 영업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투잡족’이다. 그는 신입 판매사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중간관리자 역할도 맡고 있다. 이씨가 투잡족을 택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노후대책 못지않게 이씨를 괴롭히는 건 주변의 시선이다. 8년 가까이 회사 안에서 이혼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이혼이 늘었다곤 해도 아직 편견이 강한 편이에요. 좀 외롭기는 해도 제 삶을 제가 꾸린다는 기쁨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아빠(전남편)가 키우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요.”



기러기아빠 개그맨 이상운 “자유 만끽은 딱 1주일”





가족을 해외로 떠나보낸 ‘기러기아빠’ 등 배우자와 떨어져 사는 남성이 2010년 현재 전체 남성 1인 가구 중 17%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035년엔 이 비율이 27.3%로 늘어날 전망이다. 개그맨 이상운(53)씨가 기러기아빠 대열에 낀 건 2007년. 부인과 두 아이를 미국으로 보냈다. 처음엔 아이들에게 선진교육을 시킨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디스크부터 담석증까지 기러기 생활을 하며 그가 얻은 병만 30여 가지다. 그는 “유학비용을 대느라 돈만 쫓다 보니 내 몸이 망가져 가는 건 몰랐다”고 말했다. 이씨의 하루는 운동으로 시작된다. 병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처방이다. 운동이 끝나면 오전 업무를 본다. 일정과 수입 관리까지 신경 쓸 일이 많다.



 오후에는 지인들을 만나거나 행사 일정을 소화한다. 한창 섭외가 몰릴 때는 지방 행사는 사양했지만 요즘은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이씨는 “기러기아빠로 자유를 만끽하는 건 일주일도 못 간다”며 “불규칙적인 식습관과 심리적 압박 등으로 나처럼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이씨를 버티게 하는 건 여전히 아이들이다.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던 이씨 아들은 올해 초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이씨는 힘들 때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의 사진을 들여다본다(왼쪽 사진). “전 쓰러져서도, 주저앉아서도 안 돼요. 제가 쓰러지면 이 아이도 쓰러지는 거잖아요.”



골드미스터 35세 김승완씨 “혼자 밥 먹는 식당 필요”





결혼을 원하지 않는 비혼(非婚) 가구는 증가하는 추세다. 본지의 면접 조사에서 20대의 8%가 ‘결혼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2004년 동덕여대 연구팀이 실시한 비슷한 조사보다 네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오전 5시30분 김승완(35)씨는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혼자 산 지 5년째. 김씨에게 ‘나 홀로 아침’은 익숙한 일상이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인근 크로스핏 체육관으로 갔다. 한 시간가량 운동을 하고 난 뒤 출근길에 나섰다. 그는 화장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기획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침과 점심식사는 회사 주변에서 동료들과 주로 해결한다. 저녁식사만큼은 제대로 먹고 싶지만 혼자서는 갈 곳이 마땅치 않다. 김씨는 “일본에서 사람들이 혼자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을 보며 정말 부러웠다”며 “우리나라 식당은 대부분 ‘2인분’을 기준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혼자 가면 뻘쭘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오후 6시20분 김씨는 회사 현관을 나섰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회사 근처 피부관리실에서 전신 마사지를 받는 날이다. 김씨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데 마사지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씨에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넌지시 물었다. “솔직히 말해 결혼을 했을 때 얻는 가치가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가치보다 클 것 같지 않아요. 당장 결혼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원룸 고시생 대졸 이준섭씨 “집은 그냥 잠만 자는 곳”





지난해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조사 결과 혼자 사는 20~34세 청년 중 23.6%가 주거 빈곤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빈곤은 옥탑방이나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에 살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대학 시절 내내 하숙집과 고시원을 전전했던 이준섭(가명·33)씨도 대표적인 청년 주거 빈곤층이다. 취업준비생인 그는 얼마 전 부모님 도움을 받아 학교 인근 작은 원룸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미 2년 전 대학을 졸업했지만 여전히 매일 아침 등교하고 있다. 오전 9시 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잡은 이씨가 좌석 번호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단체 SNS 채팅방에 올렸다. 요즘 유행하는 ‘출첵(출석 체크) 스터디’다. 각자 공부를 하러 나왔다는 인증 사진을 올려 스터디원들에게 서로 확인을 받는 방식이다. 혹시라도 지각을 하게 되면 매번 3000원씩 벌금을 물어야 하는데, 그 돈이면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점심식사는 교내 식당에서 해결한다. 종종 후배들과 먹기도 하지만 혼자 먹는 경우가 많다. 식사를 할 때는 TV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는다. 오후에는 시사상식 스터디가 예정돼 있다. 사실 스터디가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스터디를 이어가는 건 사람이 그리워서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을 때도 부지기수다.



 자정이 다 돼서야 이씨는 집으로 향했다. “집요?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잠만 자는 곳이죠.“ 그의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특별취재팀=정강현 팀장, 채승기·고석승·안효성·장혁진 기자, 고한솔(서강대)·공현정(이화여대) 인턴기자, 사진=장련성(중앙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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