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시론] 우리네 삶의 실제국면 편편상

이호철
소설가·예술원 회원
본시 집안 좋고 학벌 좋고 머리 좋은 사람들의, 이를테면 특수층이 우리 사회 안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나라의 정치며 경제며 사회며 언론이며 문화며, 머리에 문자깨나 들었다는 이를테면 그런 쪽의 특수층이라는 사람들일수록 제각기 저들만 잘났다며, 남 헐뜯거나 남들 조상마저 헐뜯는 일들에 열들을 올려 힘겹게 하루하루 평상을 살아가는 보통 백성들은 산란하기 짝이 없다.



 바로 작금에 드러난 일부 현상들, 이인호 KBS 이사장 취임을 둘러싼 조상 행태에 대한 그러저러한 이야기들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처가 쪽이나 김근태 전 의원 가족의 좌익 경력으로 ‘연좌제’ 공격을 당한 경우거나, 그 밖에도 선친이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 헌병이었다는 등등으로 여러 사람이 고초를 겪어오고 있다. 이렇게 어느 옛날의 낡은 문제들을 서로 소리소리 지르는 행태들이 과연 타당한가.



 ‘연좌제’, 일제로부터 해방 직후 남북이 갈려지면서 대한민국 수립과 함께 생겨났던 이 제도는 그 무렵 초기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치자. 실제로 그 무렵 이승만 대통령은 갖가지 억지를 총동원해 공산당을 막아내는 데만 오직 총력을 기울였고, 그렇게 그이 아니었다면 스탈린의 졸개였던 북한에 이미 6·25 전란 전에 먹혀버릴 수까지 있었던 거였다.



 그렇게 그 뒤로도 1968년의 ‘1·21사태’라는 대표적인 북한 쪽의 망동(妄動)이 이어져오는 동안 이 연좌제는 동·서·남해안을 아예 철조망으로 휘감았던 대북 경계태세에 걸맞게 시행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도 대내적으로는 여러 국면으로 생억지를 쓰긴 했지만 대북 관계에서만은 그이답게 철저했다.



 한데 오늘 2000년대로 들어서보면, 남북관계를 비롯한 이 나라의 국제적인 위상(位相)부터가 엄청 달라져 있다. 동·서·남해안의 그 철조망들도 언제부터인가 깨끗이 거둬져 있다. 실제로 이런 쪽의 세상 변해가는 양상은 우리들의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 감각을 훨씬 넘어서 있다.



 가령 본인만 해도 벌써 20년 너머 지났지만 어쩌다 캄보디아라는 데를 가보았더니, 그곳 현장은 50년대 후반의 우리나라 자유당 때와 흡사했다. 그렇게 그곳 털털거리며 오가는 낡은 버스 뒤에는 우리네 ‘답십리-불광동’ 표지가 그대로 붙어 있었고, 그런 것이 그대로 붙어 있어야 다시 고물차 시장에 내놓아도 제대로 제값을 받는다지 않는가. 한데 그 헌털박이 낡은 버스들도 거개가 밀수 전문, 반사기꾼들의 비공식 작태로 나간 것이라는 거였다.



 그러고 보면 어찌 그런 쪽의 반사기꾼들 행태만 문제일 것인가.



 20년 전쯤 그때 서울을 떠날 때는 한 검사가 뇌물수수로인가, 쇠고랑을 차서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도 있었는데, 그 얼마 뒤에 캄보디아에서 돌아와 보니, 그 검사는 어느새 풀려 나와서 새로 변호사 개업을 하고 있었고, 저번에 그이를 잡아들였던 검사도 다시 무슨 빌미로인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고 있었지만 그이도 몇 달 뒤에는 그냥저냥 나와서 다시 당당하게 변호사에다 정부 기관의 요직(要職) 하나에 발탁까지 되고 있었다. 요컨대 그 두 사람 다 뛰어나게 유능한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렇다. 바로 이 점, 우리나라의 각계각층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그렇게 유능한 사람들이 제각기 제 능력껏, 이 자유 세계란 곳에서 마음껏, 심지어는 수시로 범법자(犯法者)로 떨어지기까지 해왔으니 지난 반세기 동안의 이 나라 근대화 과정의 그 총화(總和)에는 이런 쪽의 안 좋은 부분들도 응당 포함돼 있지 않았을까.



 그런 요소들도 무한대로 불어나면서, 늘어나면서 이 나라, 이 사회는 차츰 괴이한 국면으로까지 빠져들어오며, 저 ‘세월호 참사 사건’의 유병언이라는 해괴망측한 괴물단지도 나오고, 다시 그 한쪽에는 80년대 한때는 재야 운동권에 속해 있었다던 현재 재판 계류 중인 살인을 도모한 저 혐의자(서울 시의회 의원) 같은 해괴한 자도 있지 않았을까.



 작금의 우리네를 일별(一瞥)하듯이 들여다보면, 이 나라 정치라는 속에 깊이 몸담은 사람들일수록 하루하루 정신없이 오직 ‘싸움’으로만 주로 살아가는 데 깊이 버릇 들여 있으며, 그이들은 그런 식으로만 오랫동안 길들여지다 보니까, 그런 식으로 싸울 일이 없으면, 아예 자기들 존재 이유가 없는 것처럼 착각하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심지어 ‘싸울 일’ ‘다툴 일’을 생억지로 만들기까지 하게 되었다. 이렇게 정치권 자체가 통틀어 일거에 형편없는 저질(低質)로 추락하기에 이르렀다. 세상은 저만큼 백리, 천리 밖으로 그것들 순리(順理)대로 왕창왕창 달아나고 있는데, 50∼60년 전에 지겹게 겪었던 저 진부한 소리들, 친일파니, 빨갱이니. 정신 빠진 소리들이나 해대고 있다.



 이러니 이참에 현 우리네 정치권도 아예 깡그리 통째로 해체해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야 할 국면에까지 와 있는 것 같다.



이호철 소설가·예술원 회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