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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칼럼] 별 볼 일 없을까봐 두려운 때

별은 권위의 상징이다. 장군으로 진급한 군인을 두고 “별 달았다”라고 한다. 이런 별, 군대에만 있는 게 아니다. 기업에서는 임원이 된다는 말로 쓰인다. 별을 달았다는 건 출세·권력·부(富)가 보장된다는 뜻이다. 별을 따기 위해 아우성이 벌어지는 이유다.

질문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군대 문화의 상징인 별이 왜 가장 창의적이어야 할 기업 곳곳에 스며들어 맹위를 떨칠까. 별이 뜻하는 건 절대 권위다. 전투에서 이기려면 일사불란해야 한다. 명령 불복종 병사는 즉결 처분될 수 있다. 목숨을 건 전쟁터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기업은 다르다. 창의성과 개성은 강력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펌프다. 그래야 남과 다른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게 세상을 바꾸고, 회사를 키우는 원동력이다.

중국의 스마트폰에 쫓기는 건 삼성전자나 애플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중저가 시장은 샤오미·레노버 같은 중국 기업이 추월했다. 이젠 삼성과 애플이 고가 시장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둘의 대응 방식은 비슷하다. 최신폰으로 맞불을 놓는 작전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6와 6플러스를 공개했다. 삼성은 조만간 갤럭시 노트4를 앞세운다. 벼랑 끝 대결을 벌이면서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인해전술까지 막아야 하니 두 회사는 죽을 맛일 게다.

이런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삼성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그림이 그려진다. 분기에 10조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3분기에 5조원대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 곧바로 “비용 절감” 이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늘 하던 충격요법이다. 이런 구호는 역설이다. 혁신을 할 수 없다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분석은 냉정하다. 삼성 스마트폰의 진화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쪽으로 기운다. 일사불란한 조직력, 빼어난 마케팅 전략만으로는 시장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먹구름은 더 있다. 이게 핵심일지 모른다. 별 문화다. 삼성직원에게 물어보자. “회사에서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십중팔구 대답은 이렇다. “별 다는 겁니다.”

확 오른 연봉, 멋진 승용차, 수많은 부하 직원 위에 군림하는 권력. 상상만 해도 흥분된다. 하지만 뒤집어 보자. 오직 별을 다는 게 목표인 직원이 세상을 뒤집을 미친 도전을 할 수 있을까. 미치지 않으면 혁신도 없는 법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1983년 마케팅의 귀재인 펩시콜라의 존 스컬리 사장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보낼 겁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잡고 싶습니까?” 스컬리는 이 한 마디에 애플에 합류했다. ‘다르게 생각하자. 세상을 바꾸자’라는 애플 직원들의 신념은 이렇게 뿌리 내렸다. 잡스의 뒤를 이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팀 쿡의 첫 번째 작품이 이번에 발표된 아이폰6와 6플러스, 애플 워치다. 삼성이 시장을 장악한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캐치업(Catch-up, 따라잡기)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잡스는 생전에 화면 사이즈가 아이폰(3.5인치)보다 큰 스마트폰을 두고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작은 화면은 사실상 잡스의 유훈(遺訓)이다. 쿡은 이 유훈을 버렸다. 애플의 정신을 포기했다는 비난도 컸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창업자의 유훈마저 접고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길로 나서기가 쉬울까. 쿡의 도전은 다분히 애플스러운 혁신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도 화답하고 있다. 아이폰 신제품은 출시 하루 만에 1500만대나 팔렸다.

별을 갈구하는 조직과 세상을 뒤집겠다는 조직. 누가 시장에서 승리할지 단언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별만 쫓는 직원들에게서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법이다. 별만 바라보다가는 진짜 별 볼 일 없어질지 모른다.


김종윤 경제산업 에디터 yoonn@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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