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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잊은 한국 사람들

한국과 중국은 시차를 잘 느끼지 못할 만큼 가까운 이웃이다. 그런데도 서로 간에 확연히 존재하는 문화와 관습, 사고방식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한국인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인은 도대체 잠도 없나요?”

이는 아마도 한국에 찾아 온 중국인 거의 대부분이 갖고 있는 궁금증일 것이다. 내가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느 날 한국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놀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부랴부랴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서울대 입구를 막 지난 버스가 신호에 걸려 잠시 멈춰있는 사이 내 시야에 들어온 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피로감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아니 오히려 생기와 열기로 들뜬 듯한 그들의 얼굴을 차창 너머로 바라보는 순간 밤인지 낮인지 착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은 이 늦은 시간에 잠 안자고 다들 뭐 하는 거야?”

옆에 앉은 친구에게 묻자, “아직 초저녁인데, 자긴 왜 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하면 또, 드라마를 빼 놓을 수 없다. 나 같은 ‘한국드라마광’이 ‘본방사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저녁을 일찌감치 먹고 TV 앞에서 목이 빠져라 ‘본방’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드라마 방영 시간이 중국보다 2시간 늦은 오후 10시부터라는 것을 내 어찌 알았겠는가. 나는 그 때 ‘한국인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중국인과는 정 반대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고 결론을 내렸다. 비록 이 확신은 다음 날 아침 허무하게 깨어져 버렸지만.

다음 날 새벽 이를 악물고 간신히 일어난 나는 초인의 의지를 발휘하여 조깅에 나섰다. 한국친구들과 맛집을 두루 찾아 다닌 덕분에 사뭇 늘어난 뱃살을 빼기 위해서였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아 사방이 어둑어둑한 쌀쌀한 겨울의 이른 새벽, 아파트의 꽤 많은 집이 이미 환하게 불을 켜 놓았고 거리엔 외출복을 단정히 차려 입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바삐 재촉하고 있었다.

한국에 온 지 몇 달 후 중국어학원에서 회화강사를 할 때였다. 수업 시간표를 받아 든 순간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눈을 부비고 몇 번을 다시 확인해봐도 ‘첫 수업 6시 반’이 틀림없다. 중국 수험생들의 아침 자습시간도 이보다는 늦는데. ‘그래, 이 시간에 오는 사람이 과연 있겠어’ 그러나, 과연 있었다. 그리고, 상당히 많았다. 집이 회사와 너무 멀어서 지각을 면하기 위해 차라리 남보다 일찌감치 출근해 자기개발에 투자한다는 학생, 종종 잡히는 저녁회식자리 때문에 저녁반이 아닌 새벽반을 선택했다는 학생. 그들의 열정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잠도 제대로 안 자며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인의 열정적 삶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지속적인 수면부족의 생활패턴이 가능한 것 자체가 미스터리였다.

어느 날, 친구와 둘이서 술자리를 가졌다. 우리가 주점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 친구가 불쑥 “우리 아이쇼핑 가자” 고 한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몹시 취한 모양이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그녀는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내 손을 끌고 택시를 잡았다. 우리가 내린 곳은 시간을 잊기라도 한 듯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도로변의 수많은 노점상들과 각양각색의 물건들, 구미를 당기는 다양한 먹거리들은 이미 내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나는 친구를 따라 어느 한 대형 상점에 들어갔다. 상점 안은 온통 옷 천지, 사람 천지였다. 그 곳은 바로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관광객이 그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1순위, 그 이름도 유명한 동대문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곳은 낮에도 영업을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인은 도대체 잠이 없나요?



천리 1979년 중국 선양(審陽)에서 태어나 선양사범대학을 졸업했다. 숙명여대 박사과정 수료. 한국에 온 뒤 주로 비즈니스 중국어를 가르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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