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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져도 자치권 확대 … 스코틀랜드발 ‘독립운동’ 번질 듯

영국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불발로 끝났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실시된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에서 55%가 반대표를 던져 307년 만의 독립이 무산됐다. 하지만 그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먼저 스코틀랜드 내 찬반 세력의 갈등은 투표 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또 영국 중앙정부가 자치정부의 권한을 대폭 확대해주기로 한 ‘스코틀랜드 모델’이 영국은 물론 독립을 요구하는 유럽 곳곳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영국 내에서는 스코틀랜드 외에도 웨일스와 북아일랜드 자치정부가 자치권 확대를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독립 무산’ 후폭풍 기미

 다민족으로 이뤄진 다른 유럽 국가들은 스코틀랜드를 모델로 삼아 독립을 희망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카탈루냐주는 오는 11월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스코틀랜드발 독립 열풍이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독립 선봉 새먼드 당수가 실질적 승리”
영국 정부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19일 “독립을 주장했던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수 겸 자치정부 총리가 투표에서는 패배했지만 실질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앙정부로부터 조세권과 예산권을 대폭 넘겨받는 자치권 확대 약속을 얻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 중앙정부는 조만간 스코틀랜드 지방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지방정부 권한 강화(devo-max)’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당장 영국 정부에 떨어진 과제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하느냐다. 영국 언론들은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남을 경우 세제와 재정지출 등에 있어 자율권을 대폭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조세 부문에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권한을 확대할 경우 중앙정부로서는 최대 수십억 파운드의 세수 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스코틀랜드 독립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독립안이 투표에서 부결된 후 영국기인 유니언 잭을 휘날리며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영국 중앙정부로부터 자치권 확대를 약속받았다.
 현재 영국에서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판매세) 등을 중앙정부가 직접 징수해 지방정부에 배분하고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독립 지지자들은 독자적인 징세를 통한 자율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 글래스고 출신으로 독립을 반대한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관련 법안을 다음달까지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11월에는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등 입법 준비를 마친 후 내년 1월 의회에서 본격적인 입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립 찬성표를 던진 45%의 스코틀랜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전통적으로 영국의 정치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중앙정부의 총리와 내각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고도 우려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에 따른 것으로, 이럴 경우 독립을 무산시킨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는 셈이다.

 외신들은 영국에서 또 다른 자치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웨일스와 북아일랜드에도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은 “독립투표를 실시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자치정부들도 스코틀랜드와 마찬가지로 권한 확대를 중앙정부에 요구할 것”이라며 “스코틀랜드 모델이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영국의 국가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정부가 스코틀랜드의 기대만큼 많은 권한을 이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영국이라는 국가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정부 권한 확대 싸고 험난한 협상 예상
로이터통신은 “영국 인구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와 달리 자치정부를 구성하지 않고 있지만 중앙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국 중앙정부가 스코틀랜드에 대등한 권한을 이양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과 자치정부가 대등한 권한을 가질 경우 중앙정부의 권위가 크게 손상돼 국가 차원의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코틀랜드는 교육과 복지 분야 등에서 독자적인 권한을 갖고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협상 후에도 중앙정부가 주관하고 있는 외교와 국방정책 행사권 등은 유지되겠지만, 그 결과에 따라 다른 분야 예산 활용의 상당 부분은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연방제와 유사한 형태의 체제가 영국에 도입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다수를 차지하는 잉글랜드 주민들의 반발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과 벨기에 등 다민족으로 구성된 유럽의 다른 나라에도 ‘스코틀랜드 모델’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독립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자치권 확대의 잣대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노려 독립 운동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며 “소수민족의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는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스페인 카탈루냐주에선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에서 독립이 부결된 후 오히려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주지사는 19일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영국이 독립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허용한 만큼 같은 회원국인 스페인도 투표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탈루냐 정부는 이미 주민투표 시행을 승인하는 법안을 주의회에서 통과시켰으며, 주민투표 결과 찬성이 과반을 넘을 경우 중앙정부와 독립과 관련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스페인 중앙정부는 “헌법상 중앙정부만이 이 같은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며 카탈루냐주가 추진하고 있는 11월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카탈루냐어를 사용하는 카탈루냐주는 1714년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와의 전쟁에서 패배해 스페인에 귀속됐다. 중심지는 바르셀로나이며 병합 300주년이 되는 올해 강력하게 분리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고 있어 독립을 허용할 경우 스페인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1937년 스페인 내전 때 병합된 북부 바스크주도 꾸준히 분리독립 운동을 벌이고 있다. 60년대에는 프랑코 독재 정권의 탄압으로 망명정부를 수립하고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벌였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주민의 59%가 분리독립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답하는 등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곳이다.

 이탈리아에서도 분리독립 움직임이 활발하다. 북부 롬바르디아·베네토·남티롤 지역 등이 남부와의 분리독립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베네토에서는 지난 3월 주민 400만 명을 대상으로 분리독립 의사를 묻는 인터넷 투표가 실시됐다. 결과는 89%가 독립에 찬성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무산된 배경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깔려 있지만 다른 이탈리아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베네토의 경우 이런 걸림돌이 없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특히 이곳은 과거 베네치아공국의 거점으로 1000년 이상 무역과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남티롤의 경우 당초 오스트리아의 영토였으나 제1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 병합됐다. 주민 대부분이 독일어를 사용하며 알프스의 주요 관광지로 역시 경제적 기반이 탄탄하다.

영국 교훈 삼아 독립운동 사전 차단할 듯
벨기에 북부의 플랑드르도 강력히 독립을 추진하는 곳 중 하나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남부와 달리 네덜란드어와 플랑드르어를 사용하는 이 지역에선 지난 5월 선거 후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프랑스에 속해 있는 지중해의 섬 코르시카에서도 2010년 독립지지 정당이 제1야당으로 등장하는 등 분리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외신들은 이외에도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등의 독립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터키·이란·이라크 등에 분산 거주하고 있는 3500만 명에 달하는 쿠르드족이 독립국가를 수립할 경우 유럽과 중동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은 “다민족 국가에선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실시를 계기로 독립 요구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며 “이탈리아 북부와 독일 바이에른 지역의 경우 경제 수준의 차이를 앞세워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들이 낸 세금이 다른 지역의 복지에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또 “분리독립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들이 스코틀랜드 투표를 통해 적지 않은 교훈을 얻었다”며 “이 때문에 영국과 달리 미리 강력한 정책을 통해 독립 움직임을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도 스코틀랜드 바람 불까 긴장
한편 유럽과 미국 등은 스코틀랜드의 독립 무산에 안도하고 있다. 국제질서의 급격한 변화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분리독립안이 부결되자 곧바로 환영 성명을 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19일 “스코틀랜드 주민들이 영국에 남아 있기를 원한 것에 환영한다”며 “이런 결과는 EU의 단결과 결속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EU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EU에 재가입해야 한다며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스코틀랜드인들의 열정적인 민주주의 실현을 축하한다”며 “영국보다 더 가까운 동맹국은 없다”고 말했다.

 AP통신 등은 “미국의 입장에선 강력한 동맹국인 영국의 국력 약화를 원치 않는다”며 “특히 핵무기가 배치된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유럽에서의 군사전략 개편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내정에 관한 사안”이라며 공식적인 논평을 내진 않았지만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 등 독립을 추진하는 소수민족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스코틀랜드 독립 운동의 불똥이 중국까지 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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