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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꾸민다며 밥차 내쫓는 대구 서구

지난 17일 대구 서구 북비산네거리 원고개 시장 앞 쉼터에서 무료급식 봉사단체인 ‘사랑해 밥차’ 회원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주변을 공원으로 꾸며야 하니 이곳에서 무료급식을 중단해 달라.”

북비산네거리에 공원 만들며
"미관 해친다" 급식 중단 요구
봉사단체 대체부지 요구에
"이 곳 말고도 밥주는 데 많아"



 독거노인과 장애인·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봉사단체들에 이런 요구를 한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긴 줄을 서서 무료급식하는 모습이 미관상 좋지 않고, 공원 조성 공사를 위해 자리도 비워줘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황당하기만한 사연은 이렇다. 무료급식 봉사단체인 ‘사랑해 밥차’는 5년 전부터 매주 수요일 점심 때 대구 서구 북비산네거리(교차로 옆 파고라 쉼터)를 찾는다. 어려운 이웃과 밥 한끼를 나누기 위해서다. 토요일은 ‘양무리 봉사단’이, 화요일은 ‘대구서구여성봉사회’가 이곳에서 식사를 제공한다. 3개 단체가 돌아가며 급식하기 때문에, 독거노인·노숙자들은 이곳을 ‘북비산 우리 밥집’이라 부른다. 급식이 있는 날은 늘 300명 이상이 긴 줄을 선다.



 그런데 이달 초 무료급식 중인 사랑해 밥차 자원봉사자들에게 대구 서구청 공무원 3명이 찾아왔다. 북비산네거리 주변을 새롭게 꾸며야 하니 다음달 중순부터 급식을 중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최영진 사랑해 밥차 단장은 “갑자기 왜 그러시냐고 물으니, 공무원들이 예쁜 공원으로 만든다면서 무조건 나가 달라고 요구해 왔다”고 답답해 했다.



 서구청은 무료급식이 있는 북비산네거리 일대(4000㎡)를 다음달 말부터 내년 2월까지 사업비 9억원을 들여 도심 공원처럼 새로 꾸민다. 붉은색·분홍색으로 바닥을 깔고, 조형물과 디자인 벤치, 오색 빛깔의 네온등을 설치한다. 서구청 관계자는 “북비산네거리는 대구의 대표적인 교차로 중 하나이자, 도심 진입로”라며 “지저분한 도로, 낡은 벤치, 오래된 파고라 등을 뜯어내고 도심 공원처럼 이 일대를 화려하게 꾸밀 계획인데 급식은 미관상 좀 그렇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3개 봉사단체는 서구청에 대체부지를 요청했다. 공사가 끝나면 다시 북비산네거리 일대에서 급식을 하게 해달라고도 부탁했다. 그러나 구청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서구청 사회복지과 윤송규 과장은 “이들 봉사단체가 급식을 중단해도 서구지역 다른 곳에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 일곱 군데 더 있다”며 “어려운 이웃이 밥을 굶는 일은 없다. 대체부지를 알아보았지만 마땅한 데가 없었다”고 했다.



 급식을 이용하는 이웃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모(70·여)씨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 다른 곳에 급식하는 단체가 있더라도 찾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느냐”고 말했다. 주부 박모(64)씨도 “힘든 사람은 예쁜 공원보다 밥 한끼가 더 중요하다”고 답답해 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황성재 정책실장은 “지자체에서 규정만 내세우고 어려운 이웃의 형편을 살펴보지 않아 생긴 문제”라며 “사업 시행 전 대체부지에 대해 다시 의논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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