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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심야 이사회, 임영록 해임안 가결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임영록 회장을 해임했다. 금융위원회는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놓고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내분 사태를 일으킨 임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의 중징계 처분을 한 상태다. 임 회장은 이에 맞서 법정 투쟁을 선언했으나 이사회의 이날 의결로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KB금융 이사회는 1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임 회장의 대표이사 회장직 해임안을 7대 2로 가결했다. 앞서 15일 이사회는 임 회장을 향해 “조직 안정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권유했다. 하지만 다음날 임 회장은 금융위원회가 내린 직무정지(3개월)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사실상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날 회의는 밤늦게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진통을 거듭했다. 당초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 형식으로 열렸지만 곧 이사들 전원 동의로 정식 이사회로 전환했다. 이 자리에서 KB금융의 사외이사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 회장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이사회는 해임안을 통과시키기 전 다시 한번 임 회장에게 스스로 물러날 기회를 주자는 일부 이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최종 의결을 미뤘다. 이후 일부 사외이사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임 회장 자택을 찾아 자진 사퇴를 설득했지만 임 회장은 끝내 이를 거부했다. 결과를 보고받은 이사회는 자정쯤 서울 을지로 KB금융지주 본사에서 회의를 속개해 임 회장 해임안을 상정해 찬성 7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대표이사 해임엔 이사회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해임됐지만 이사 자격은 당분간 유지된다. 이것까지 박탈하려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사회까지 돌아서면서 임 회장으로선 큰 우군을 잃게 됐다. 그간 일부 사외이사들은 금융당국의 처분에 대해 과도하다며 임 회장에게 동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사회가 15일 우회적으로 사퇴를 권유하는 입장을 내놓을 때도 이들 이사는 끝까지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들과 임 회장은 줄곧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9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은 임 회장 취임 이후 새로 선임됐고, 5명은 중임됐다. KB금융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는 이들 사외이사와 임 회장 등 10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회의가 진행되면서 사외이사들은 결국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임 회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기는 어렵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집요한 설득에 나선 데다 더 이상 KB금융의 경영 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부담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회의가 열리기 전 금융위 관계자는 “이사회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KB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가치도 훼손돼 ‘이사회 책임론’이 불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해임 결정으로 KB사태는 본격적인 수습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임 회장이 법원에 낸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해임된 만큼 이를 다툴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직무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본안 소송은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1~2년이 걸릴 수 있다. 이사회는 곧 차기 회장 선임에 착수할 예정이다.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회장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다.

박유미·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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