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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이젠 우울증과 불행을 커밍아웃하라

지표에 나타난 한국은 불행하고 우울한 나라다. 주관적·객관적 지표가 모두 그렇다. 최근 발표된 미국 여론조사기관의 ‘삶의 질(웰빙) 지수’ 조사에선 조사 대상 135개국 중 한국은 75위를 기록했다. 필리핀(40위)·인도(71위)·이라크(73위)보다 낮다. 인생의 목표, 사회관계, 경제상황, 공동체의 안전 및 자부심 등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종합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한국인의 86%는 삶의 목표 실현에 대해 ‘고전 중’이거나 ‘고통받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 지표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들과 비교한 지표에서 한국은 국민행복지수 33위, 복지충족지수는 31위, 출산율은 꼴찌다. 한데 낙태율은 1위, 자살률도 10년 연속 1위를 고수한다. 노인빈곤율 1위, 산재사망률 1위, 연간 노동시간 2위 등 일관되게 나쁜 분야에선 수위를 다투고, 좋은 분야에선 꼴찌를 다툰다. 이번 주 초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보고서에선 최근 1년 새 우울증상을 경험한 성인이 12.9%였고, 여성(16.5%)이 남성(9.1%)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미 우울증은 ‘국민 질병’이다. 우울증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각종 사고(思考)와 행동 및 판단력 등에 장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규정한 매우 위험한 질병이다. 자살 원인의 60~80%가 우울증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는 10년 새 77% 늘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율도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인 우울증의 특성을 분석한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한국인은 자살위험이 가장 높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많고, 자신의 우울을 표현하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인 우울증의 더 큰 문제는 질병의 증상들을 끌어안고 살 뿐,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병본부 조사 결과 우울증상 경험자 중 정신건강 상담을 받은 사람은 10명 중 한 명(9.7%) 꼴이었다. 우울증 치료를 하지 않는 이유로 ‘사회적 편견’을 꼽았다. 실제로 정신과 치료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들은 차고 넘친다.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위선적 체면 의식, 가족 혹은 타인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간섭주의’, 타인의 행동까지 규제하려 드는 ‘엄숙주의’ 등이 우울증에 빠지고 불행한 사람들에게 스스로 병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하고, 치료를 기피하도록 하는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우울하고 병든 사회라는 건 각종 지표들이 증명하는 것처럼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는 이런 불편한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공개적으로 털어놓고, 전문적 치료를 받는 걸 격려·응원하도록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데 정부와 국민이 함께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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