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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속도 제한 무시한 채 질주 … 지난해만 285명 숨져

9일 오후 7시쯤. 한강과 탄천이 만나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쪽 한강변 자전거도로. 아기를 안은 30대 여성이 자전거도로를 건너려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자전거 동호회원으로 보이는 10여명이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시속 30∼40㎞로 내달렸다. 이 여성이 순간 움칫했다. 30분간 지켜보니 자전거도로의 속도 제한 규정(시속 20㎞)을 무시하는 과속질주가 다반사였다.

 이날 오후 8시쯤 서울 강남구 양재천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아슬아슬 자전거 역주행도 목격했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운전자도 많았고 해가 저물었는데 조명등이 없이 질주하는 자전거도 많았다. 약 4m 폭의 좁은 도로에 자전거와 보행자가 엇갈린 방향으로 통행하도록 도로를 설계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다. 그런데도 관할 강남구청은 방향 안내 표시와 간판을 충분히 설치하지 않아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 자전거 도로는 2010년 1만3037㎞(5392개 노선)에서 지난해 1만8281㎞(6969개 노선)로 단기간에 크게 늘었다. 자전거 인구가 1000만명을 넘었다는 업계 추산도 있다. 하지만 자전거 안전 문화는 양적 팽장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어 여전히 후진적이다.

 안전에 둔감한 과속 주행은 일상이 됐다. 경주용 자전거인 ‘로드바이크’가 유행하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50∼60㎞로 달리는 1000만원대 수입산 자전거도 있다. “지나갈게요”라고 말을 하거나 벨을 울리는 추월 자전거는 그나마 양반이다. 아무런 낌새도 없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유령 추월자’도 많다. 앞 자전거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자전거 틈새를 묘기하듯 추월하는 ‘칼치기 추월’도 잦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공원을 자주 나가는 이모(30·여)씨는 “갑자기 추월당하면 덤프트럭에 추월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밤이 되면 한강변 자전거 도로 주변에는 술판이 벌어진다. 10일 오후 11시쯤 서울 뚝섬 한강공원. 땅바닥에 둘러앉은 자전거족들이 500ml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한 남성은 “차도 아니고 자전거인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전거 음주운전을 얕봤다간 크고작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행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만3852건의 자전거 사고가 발생해 자전거 운전자 285명이 숨졌다. 2010년이후 매년 사고가 증가하고 있 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분류된다. 도로교통법상에 자전거 음주 운전도 불법이지만 처벌 규정이 없다. 과속을 해도 제제방안도 없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자전거교통연구센터장은 “자전거 이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시민의 안전의식과 법 제도는 제자리 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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