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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의 두 거목 김동리·황순원의 공통점

한국 현대소설의 두 거목(巨木)인 김동리(1913∼95)와 황순원(1915∼2000)은 여러모로 비교된다. 생전 성취한 높은 수준의 문학성도 문학성이지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방대한 작품을 각각 남겼다. 각자 중앙대·경희대에서 수많은 후배 문인들을 양성한 점도 비교된다. 나이까지 비슷했던 두 사람은 조선청년문학가협회·한국문학가협회 등에서 함께 활동했고, 문인들의 화투판 같은 데서도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두 사람은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소설로 일가를 이뤘지만 시로 먼저 등단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생전 두 권씩의 시집을 냈다. 하지만 시의 색깔은 사뭇 다르다.

소설로 일가 이뤘지만 당초 시로 등단해 생전 두 권씩 시집 펴내
제11회 황순원문학제 첫째 날 문학세미나 ‘두 소설가의 시 세계’ 조명



시인 이승하(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씨가 두 문인의 시 세계를 비교한 논문을 발표했다. 두 사람의 시에 나타난 죽음의식과 시대의식을 비교한 글이다. 12일 경기도 양평의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시작한 제11회 황순원문학제 첫째 날 행사로 열린 문학세미나에서다.



이씨는 김동리의 경우 “문학 생애가 서정시에서 시작해 서정시로 끝났다”고 한 평론가 이동하의 평가를 소개했다. 10대 후반 고향 경주에서 빈둥거리던 시절 신문사에 보내 게재된 첫 글이 시였고, 말년에 쓴 유고작도 시였다는 지적이다.



그런 김동리의 시 세계에서는 죽음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고향 경주가 고분(古墳), 즉 무덤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물론 김동리는 살아 있는 인간의 세계를 소설로 다뤘고, 이는 그의 본업이 됐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인식이 본바탕에 깔린 시는 그가 허무주의자가 아니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라는 게 이씨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게 유고시 ‘무제’다.



‘아, 나 없었으면,/나 죽었으면/하루에도 몇 번씩/이렇게 맘속으로 외지만/내 오늘도 아직(여기)/살아 있네/뜰 앞에 백일홍이/피었다./하늘에 흰 구름이/떠간다./그런 거 바라보노라면/어느덧 또 하루가/지나가는 것을’.



그야말로 말년에 쓰인 유고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시에서는 처절하기까지 한 노년의 쓸쓸함이 묻어난다.



반면 황순원의 초기 시는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는 민초를 상징하는 잡초의 생명력을 노래한다. 활달한 모습이었다.



‘뜻있는 친구들아 억함에 가슴 뜯는 젊은이들아/좀먹은 현실을 보고 슬퍼만 할 텐가/우리들 참 사내는 다시 등대의 불을 켜놓아/훗날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기꺼워함을/가슴 깊이 안아야 하지 않는가, 안아야 하지 않는가.’



‘등대’ 같은 시에서는 강력한 현실 비판의식이 드러낸다.



하지만 일본 경찰에 붙잡혀가 29일간 구류를 산 이후인 1936년에 펴낸 두 번째 시집 『골동품』에서는 역사나 현실에 대한 의식은 찾아 보기 어렵다. 대신 절대순수의 세계를 지향한달까. 앙상하게 뼈만 남은 짧은 시가 많다.



‘2/자가/너를/흉내냈다’. 숫자를 포함해 9자가 전문인 시 ‘오리’다.



물론 황순원의 말년에 쓰인 시 ‘기쁨은 그냥’에는 늙고 병들어 세상 모든 것에 허망해하는 시적 화자가 나온다.



하지만 이씨는 “황순원 시에서 죽음은 생명을 거부하는 요소라기보다는 피차 상생의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삶이 있어 죽음은 삶의 종착점이 아니며 삶 또한 죽음의 출발지점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날 황순원문학제는 오전 11시 추모제로 시작했다. 문학세미나 후 제3회 소나기마을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황순원 연구자 김주성(55)씨가 『황순원 소설과 샤머니즘』(나남)으로 황순원문학연구상을 받았다. 황순원신진문학상은 소설집 『향나무 베개를 베고 자는 잠』(작가세계)을 쓴 평론가이자 소설가 김용희(51)씨가 받았다.



13일에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백일장, 그림 그리기 대회가 열린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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