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좌제' 외국에선
"아버지 죄 아들에게 돌리지 말라"
오바마의 무슬림 생부도 문제 안 돼
2008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생부가 한때 무슬림이었다는 게 논란이 되긴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나는 기독교인이며 (상원의원이 될 때) 성경을 놓고 맹세했다”고 상기시켰다. 무슬림 논란은 더 이상 변수가 되지 못했고 이후 미국의 주류 정치권은 이를 다시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일본 역시 연좌제는 메이지(明治) 시대인 1882년 완전 폐지됐다. 오히려 일본 사회에서는 가족사와 연관시켜 특정인을 언급하면 사회 전체가 문제를 제기한 측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대표적 사례가 2년 전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시장의 혈통을 파헤친 주간지 보도다.
2012년 10월 ‘주간 아사히’는 하시모토의 부모나 집안의 뿌리가 한국의 ‘백정’에 해당하는 이른바 ‘피차별 부락’ 출신이라는 프리랜서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또 자살한 부친은 야쿠자였으며 사촌은 살인 혐의로 구속됐던 경력이 있다고 폭로했다. “하시모토의 사상이나 행동의 뿌리는 그 혈통과 친족의 전력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일본 사회는 잡지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어느 시대에 이따위 주장을 펼치느냐”는 여론의 포화에 결국 주간 아사히는 2탄을 싣겠다는 예고를 접고 간부들이 하시모토를 찾아가 사과했다. 잡지를 발행하는 아사히신문출판사의 사장까지 물러나야 했다.
춘추전국 시대부터 2000년 넘게 지속돼온 중국의 연좌제 역시 청 말인 1905년 폐지됐다. 1949년 수립된 공산정권도 연좌제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권력 투쟁 과정에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연좌제 피해자다. 부친인 시중쉰(習仲勳)이 1962년 류즈단(劉志丹) 사건으로 실각하자 시 주석도 농촌으로 하방돼 고초를 겪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시중쉰의 전우였던 류즈단의 생애를 묘사한 소설이 출간되자 ‘소설을 이용해 반당 활동을 했다’며 시 당시 부총리를 해임하고 가족들을 반동분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기업이 연좌제를 활용한 경우도 있다. 지린(吉林)시 중급 인민법원은 2006년 창춘(長春)시 강지(港集) 집단의 상웨춘(桑<7CA4>春) 총재에게 부패 외에 연좌제 시행 혐의를 덧붙여 사형을 선고했다. 그는 사원들이 영업에 손실을 끼치면 가족과 동료들이 집단책임을 묻는 ‘연합 책임제’를 실시했었다. 현재 진행 중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측근들에 대한 조사도 ‘신종 연좌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도쿄·워싱턴=최형규·김현기·채병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