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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독점 당국 파워 절정 … 손정의도 꺾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승부사다. 그는 재일동포 3세다. 필생 염원은 세계를 아우르는 통신제국 건설이다. 그는 목표 달성 일보 앞까지 갔다. 자회사인 미국 3위 통신사 스프린트가 4위 업체인 T모바일을 인수합병(M&A)하려는 시도가 성사 직전까지 갔다. 320억 달러(약 33조원) 규모의 거래가 완결되면 소프트뱅크는 세계 2위의 이동통신사로 발돋움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스프린트는 T모바일 인수를 포기했다. 손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미국의 독점 규제 당국이었다. 물론 소프트뱅크 간부들이 승인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규제 당국은 철벽이었다.



[똑똑한 금요일] 돌아온 규제의 시대
미 4위 통신사 T모바일 인수 실패
세계 2위 통신제국 건설 물거품

 T모바일은 2011년 AT&T가 인수하려 했던 회사다. 현금과 주식을 합쳐 390억 달러를 제시한 빅딜이었다. 그때도 반독점 당국이 막아 섰다. AT&T가 물러서지 않자 법무부는 ‘소송’ 카드를 꺼냈다. AT&T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다. 톰 휠러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의 반대 이유는 “이동통신사가 4개는 있어야 미국 소비자에게 좋다”는 것이었다.



 스프린트의 M&A 실패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미국 독점 규제 당국의 영향력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보여 준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집권 이후 독점규제당국의 활동은 위축됐다. 자유방임(신자유주의) 정책이 세를 얻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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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CEPR) 공동 소장은 “반독점 당국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아 60년 전성기를 마감해야 했다”며 “그들은 어느 사이엔가 기업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쁜 녀석들(Bad Boys)’로 비쳐졌다”고 설명했다.



 그 시절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 반독점소송이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동안 진행된 세기적 재판이었다.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이 총출동해 시장의 신흥 강자 MS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윈도에 익스플로러 등을 끼워 판 게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1심에서 MS는 졌다. 반독점 혐의가 인정돼 기업 분할 명령이 내려졌다. MS는 즉각 항소했다. MS는 재판 도중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쳤다. 창업주 빌 게이츠는 미국인을 향해 “MS는 언제나 소비자를 위해 일했다”고 호소했다.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 공세를 벌였다. MS의 작전은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미 법무부는 기업 분할 명령을 내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MS와 타협을 시도했다. 결국 윈도 시스템 정보를 일부 공개하는 선에서 타협은 이뤄졌다. 반독점 당국의 역사적인 패배였다. 시장주의와 자유방임 논리가 힘을 발휘했던 ‘광란의(Roaring) 1920년대’ 이후 60여 년 만이다.



 사실 미 반독점 역사는 자유방임과 위기라는 씨줄과 날줄로 짜인 피륙과 같다. 1870년대 자유방임 시대 거대 독점 기업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20년 뒤인 1890년대 자유방임이 낳은 방종이 경제위기로 이어지면서 셔먼법 등 독점에 대한 규제가 탄생했다. 미 정부가 본격적으로 법규의 칼날을 갈아 독점 기업을 겨냥한 시대는 ‘혁신주의 시대(Progressive Era)’로 불린 1910년대다. 석유왕 존 D 록펠러가 구축한 스탠더드오일이 소송을 거쳐 1911년에 34개 회사로 쪼개졌다. 현재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은 그 당시 생겨난 엑손과 모빌이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다시 몸집을 불린 결과다.





 자유방임 흐름은 1920년대에 부활했다. ‘재즈시대’ 또는 ‘광란의 1920년대’ 등으로 불린 그 시절 거대 철강그룹 US스틸에 대한 반독점소송이 진행됐다. 해체 판결은 내려지지 않았다. 시대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제프리 가튼 전 예일대 경영대학장은 저서 『부의 혁명』에서 “자유방임은 대공황을 낳았다”며 ‘위기는 다시 규제의 시대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규제 시대를 불러온 가장 큰 원동력은 대공황이 낳은 미국인들의 분노였다. 사상 유례가 없던 공황이었기에 규제의 시대도 길었다.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가튼 교수는 “최근 자유방임(신자유주의) 흐름은 2000년대 초 닷컴 거품 붕괴와 엔론 파산을 계기로 꺾이기 시작했다”며 “이는 시계추가 다시 규제의 시대로 회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닷컴 거품과 엔론 붕괴로 기업들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났다. 대중의 분노가 커지면서 반독점 당국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는 반독점 당국 영향력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기가 됐다. 재판 결과도 달라졌다. 2004~2013년 나온 대법원의 반독점 판결 11건은 모두 법무부의 승리였다.



 자유시장경제를 움직이는 요체는 경쟁이다. 그러나 M&A 결과 독점적 기업이 탄생하면 경쟁이 사라진다. 기업이 가격을 높이고 품질을 떨어뜨려도 소비자에겐 다른 선택이 없다. 독과점의 폐해다. 여기서 반독점 당국의 개입 명분이 생긴다. 이른바 경쟁 보호다. 현재 반독점 당국의 책상 위엔 초대형 M&A가 여러 건 놓여 있다. 컴캐스트의 타임워너케이블 인수(450억 달러)와 AT&T의 다이렉트TV 인수(485억 달러)도 그 속에 있다. 둘 다 통신과 케이블산업의 빅뱅을 가져올 빅딜로 평가된다. 하지만 심사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 기업의 역사가 어떻게 쓰일지는 여전히 반독점 당국에 달려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미국 독점 규제체계<.strong>=독점을 규제하는 대표적인 법은 1890년 제정된 셔먼법과 1914년 만들어진 클레이튼법이다. 반독점 당국의 양대 축은 법무부의 반독점국과 공정거래위원회(FTC)다. 통신업계 M&A의 경우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간여한다. FCC가 통신업 라이선스를 발급하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각각 전담 분야가 있다. 법무부가 금융·농업 분야를 맡는 반면 공정위는 유통·제약·방위산업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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