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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의 전설이 된 그, 전설의 노래 연주한다

30여 년간 기타와 한 몸으로 산 함춘호는 “처음엔 좋아서 쳤고 최고라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20년이 넘어가면서 기타치는 게 무서웠다”고 했다. 표현하고 싶은데 기술이 따라주지 않을 때 정말 어려운 악기라며 좌절했다. 지금 함춘호에게 기타는 책임감이다. 좋은 소리를 들려드려야 한다는 책임감, 그것이 함춘호를 계속 연주하게 만든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기타리스트 함춘호(53)가 한국 대중가요사의 한 획을 그은 ‘레전드 100송’을 연주한다. 레전드 100송은 올해 초 음악평론가 및 음악 관계자들이 ‘동백아가씨’(1964)부터 ‘강남스타일’(2012)까지 대한민국을 움직인 노래 100곡을 선별한 것이다. 함춘호는 이 중 70여 곡을 연주곡으로 편곡했고, 21일 공연에서 14곡을 선보인다.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는 희대의 명곡들을 어떻게 재해석했을까. 공연을 앞두고 4일 그를 만났다.

함춘호 가요 레전드 100송 콘서트
노래 부르고 싶었는데 한계 느껴
기타에 집중, 당대 최고 연주자로
"기교보다 소리, 이제야 깨달아"



 “특정 가수가 아니라 멜로디가 온전히 주인공인 공연이에요. 보컬도 악기처럼 들어가도록 편곡했어요. ‘동백아가씨’ ‘사랑하기 때문에’(1987) ‘낭만에 대하여’(1995)처럼 가락 그 자체가 감동인 노래부터 2000년대 이후 치밀한 전략으로 만든 ‘쏘리쏘리’(2009) ‘Gee’(2009)까지 연주할 예정이에요. 대중가요사를 한번에 훑을 수 있을 겁니다.”



 레전드 100곡은 함춘호 개인에게도 의미가 깊다. 86년 시인과 촌장으로 데뷔한 그는 대중가요의 성장과 부침을 함께해 왔다. 어린 시절엔 60~70년대 명곡을 들으며 음악적 자양분을 쌓았고 80년대 이후엔 직접 플레이어가 되어 명곡의 탄생에 일조했다.



 “펄 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1968)을 듣고 대중가요에 눈을 떴어요. 박인수의 ‘봄비’(1970), 김추자의 ‘님은 먼곳에’(1970)도 정말 좋아했죠. 가정환경도 우울했고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이었는데 그 어둡고 묘한 분위기와 가사가 폐부를 찔렀던 것 같아요.”



 노래에 감전된 어린 함춘호는 성악을 전공하려고 예술 중학교에 입학했다. 기타는 중학교 입학 후에 친형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반하면서 입문했다.



 “중학생때 송창식 선생님을 처음 봤어요. 스트로크 주법으로 연주하는데 소리가 너무 좋은 거죠. 어릴 땐 이론이나 지식을 모르니까 ‘송창식 주법’이라며 따라쳤어요. 그게 제 연주의 근간이 됐어요. 귀로 듣고 독학한 거죠. 저는 레전드 100곡에 들어간 ‘고래사냥’이나 ‘왜 불러’보다 ‘밤눈’ ‘그대 있음에’ 같은 노래를 더 좋아해요. 가사만 들어도 눈물이 나거든요.”



 송창식 키즈가 기타리스트로 진로를 확정한 것은 들국화의 전인권 때문이었다. 80년 함춘호는 전인권과 듀엣을 결성해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활동했다. 배고팠지만 진짜 음악의 멋을 알아가던 시절이다.



 “하루는 전인권 선배가 ‘왜 송창식처럼 노래하냐’고 하더라고요. 그건 나의 아킬레스건이었거든요. 나도 전인권처럼 노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 점점 노래가 싫더라고요. 호흡도 달리고 기침도 나고요. 자연스럽게 기타에 집중하게 됐어요(웃음).”



 기타리스트로서 존재감을 드러낸 건 데뷔작인 시인과 촌장 2집 ‘푸른 돛’이다. ‘고양이’ ‘비둘기 안녕’ 등이 수록된 이 앨범은 80년대 서정주의 포크의 대표작으로 통한다.



 “대구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하고 있는데 하덕규 선배가 찾아왔어요. 2집 수록곡을 쭉 들려주며 ‘같이 하자’고 하더군요. 바로 짐 싸서 서울로 올라갔어요. 젊은 날의 에너지가 초응집된 앨범이에요. 또 다른 음악세계로 넘어간 문이 됐고요. 당시 팝스럽고 독특한 연주란 평을 많이 들었는데 후배들이 그 스타일을 따라하면서 하나의 가이드가 됐어요.”



 함춘호는 당대 이름난 가수와 협업하며 뮤지션이 사랑하는 기타리스트가 됐다. 레전드 100곡 안에도 ‘붉은 노을’(1988) ‘춘천가는 기차’(1989) ‘보이지 않는 사랑’(1991) ‘서른 즈음에’(1994) ‘벌써 1년’(2001) 등 그가 참여한 곡만 10곡이 넘는다.



 “제 장점이자 단점인데 외울 수 있는 곡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모든 곡을 다른 방식으로 연주할 수밖에 없었죠. 연주할 때 상상을 많이 해요. 고요함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담으려고요.”



 30년 넘게 기타를 쳐 온 함춘호는 이제야 기술보다 소리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한 음, 한 음 정성스레 연주해 관객에게 안식과 감동을 준다면 음악인으로서 성공하는 길인 것 같다고 했다. 기타 위에서 명곡을 조련하는 비법은 마음에 있었다.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함춘호 콘서트=2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4만4000원~9만9000원, 문의 02-558-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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