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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적 어젠다로 떠올랐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국가들의 공동체인 유엔의 총회가 2주 후 뉴욕에서 개최된다. 이번 총회는 북한 국민이 처한 상황에 대해 세계인들이 우려를 표명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지난 3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인권 유린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 북한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이제 오랫동안 정책결정자들의 우선 순위에서 밑으로 밀리던 북한 인권 문제가 세계 여론을 들끓게 하는 이슈가 됐다. COI 보고서 때문에 미국 정치가들은 북한에 대한 발언을 할 때마다 인권 문제를 거론해야 할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드디어’ 북핵 문제에만 집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세계 각국 사람들은 북한 내 인권 실태에 대해 보다 깊이 인식하게 됐다.



 이제 문제는 COI 보고서가 고양시킨 세계인의 관심을 앞으로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다. 이번 유엔총회는 보고서 내용을 공적인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침 이번 가을에 미국 의회의 북한인권법이 10주년을 맞게 된다. 이 법으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전담하는 북한인권특사라는 고위직이 미 국무부에 신설된 것이다. 현재 북한인권특사는 로버트 킹이다. 또 미국은 북한 난민의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국 외부에서는 최초다.



 COI 보고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권고했다. 제소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 사안에 대해 안보리가 토론하는 것을 저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유엔 회원국들은 ‘아리아 방식(Arria-Formula)’의 모임을 개최할 수 있다. 안보리 회원국들이 북한 문제를 비공식적으로는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향해 “이번 유엔총회 기간에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고위급 회담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목표는 세 가지다. 첫째, COI 보고서가 잊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중국과 북한을 압박해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것이다. 셋째, 북한 내 인권 유린을 다룰 정기적인 국제모임을 창설하는 것이다.



 COI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근본적인 정치·경제 개혁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실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북한의 인권 유린과 북한 체제의 본질이 관련 있다는 것을 유엔이 지적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발언이다. 압력의 또 다른 타깃은 중국이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국경을 넘어온 북한 여성들과 어린이들은 중국에서 학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 정부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북한의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인권 문제를 고의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중국이 사람의 목숨에 대해 가치를 두지 않으며, 인권을 단지 정책상의 골칫거리로 간주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중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한편, 미·중 고위급 양자 회담과 유엔 같은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가 정책을 바꿀 이유가 없다.



 일단 COI는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의 어젠다로 공론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앞으로 보다 광범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미국 국민의 극소수만이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인지하고 있다. 한데 이런 미국인들은 정작 한국이 북한 인권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여러 그룹이 협력해 북한 인권 유린 사례, 사진, 정보를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해 확산시키는 게 세계가 북한 국민 편이 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캠페인에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명사들도 가담시켜야 한다. 티베트 문제의 대변자로는 리처드 기어가, 깨끗한 물의 전도사로는 맷 데이먼이 있다. 할리우드에는 북한의 여성과 어린이를 위해 나설 배우가 없는 것일까.



 북한 인권 캠페인의 목적은 북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외부 영향을 차단하려는 북한 정권의 속성 때문에 캠페인의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풍선, 단파 라디오, USB를 활용해 북한 사람들에게 꾸준히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확산하는 데 주력해 왔다. 정보 확산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보다 많은 관심과 물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상은 탈북자들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봐도 결론은 그들이 곧 북한의 미래라는 것이다. 탈북자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고,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조건을 개선하는 가시적인 방법이요 북한 사람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보장하는 길이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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