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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중심 못 잡고 … 은행은 비전 안 보이고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닌데요 뭐…은행 내부는 생각보다 차분합니다.”



KB금융 사태로 본 문제점
금융위 징계 널뛰기, 혼란 부추겨
'낙하산 경영진' 단기 실적만 관심
은행 전체 영업이익 2000억 줄어

 이건호 행장의 전격 사임으로 행장 대행체제로 들어간 국민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경영공백이 일상화한 탓에 직원들이 큰 위기 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수시로 낙하산 회장과 행장이 떨어지고, 징계를 받거나 감독당국의 사퇴 압박에 중도 퇴임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KB 잔혹사’가 빚은 아이러니다. KB의 ‘경영 시계’는 5월19일 이후 멈춰있다.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벌어진 경영진의 내분에 금융감독원이 특별검사에 착수한 날이다. 이 행장과 임영록 회장이 제재 대상이 되면서 이후 임직원 인사는 물론 CEO들의 주요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최근 국민은행은 떠오르는 시장인 미얀마에 지점을 내기 위해 일본·중국계 은행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행장이 지난달 재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의견이 나오자 가장 먼저 한 일도 미얀마 당국자를 만나기 위한 출장이었다. 국민은행 고위 간부는 “협의 당사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난 걸 미얀마 당국에서 어떻게 볼 지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영업점들도 사실상 일손을 놨다. 일선 직원들이 발로 뛰어 확보하는 입출금·월급통장 등 핵심예금이 지난 2분기 주요 은행 중 유일하게 줄어든 게 그 방증이다.



 12일 금융위원회는 임 회장의 징계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내분 사태가 표면화된 지 넉 달 만에 마지막 절차까지 온 것이다. 그 사이 당국의 징계 수위는 중징계→경징계→중징계로 널을 뛰었고, 한국의 대표 금융그룹도 그때마다 흔들렸다. 금융위 결정 이후에도 KB를 둘러싼 안개가 당장 걷힐지는 미지수다. 임 회장이 이의신청, 행정소송으로 버틸 경우 내분사태는 금융당국과 임 회장간의 갈등으로 번지며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임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KB가 당분간 ‘본업’에 충실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회장과 행장을 새로 선출하는 과정과 대대적인 임직원 인사가 이어지며 KB금융 전체가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임 회장은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새로운 CEO가 온다면 KB는 1년 가까이 또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가 회장직에 오른 뒤 1년간 주로 한 일도 전임 시절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고, 흔적을 지우는 일이었다.



 KB금융 사태로 한국 금융은 그 민낯을 생생히 드러냈다. 금융당국의 전매특허인 ‘관치’도 한계를 보이며 시효가 다 되간다 사실을 확인시켰을 뿐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왔다갔다하면서 혼란을 더욱 부추겼을뿐 아니라 제재권 자체가 희화화됐다”고 말했다. ‘단명 낙하산’들이 장기 비전을 추구하는 대신 권력투쟁과 단기 실적에 목매는 건 KB금융만의 일이 아니다. 그사이 한국 금융은 골병이 들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은행의 당기 순이익은 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7000억원)보다 37% 늘었다. 하지만 이는 드러난 숫자일 뿐이다. 이자 이익, 수수료 이익 등 국내 은행의 핵심 영업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9조 7000억원)보다 되려 줄었다. 외형상 이익이 회복된 것은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줄어든 덕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권우영 수석연구원은 “은행의 수익 창출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면서“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이자마진이 주는 데다 경기 회복이 늦춰지면서 기업 대출의 부실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와 보험사에서 시작된 금융권 일자리 대란도 은행권으로 번지며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내 7개 시중은행의 지점 수는 2012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노조의 반발에 구조조정은 지연돼왔지만 임직원 수도 지난해 말을 고비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낙하산 CEO의 부작용을 금융당국의 재량권과 관치로 억지로 메워 오던 것이 이제 한계에 부닥쳤다”면서 “땜방식 대책보다 은행의 지배구조를 안정시키고 장기 수익성을 확보할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근·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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