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안성식 기자의 새 이야기 ⑦ 잣까마귀



































대청봉은 비바람이 거셌다. 어둠을 뚫고 정상에 오른 산객은 일출 구경은커녕 제 몸 추스르기도 급급했다. 산등성이 너머로 강풍에 떠밀린 새 한 마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까마귀과 새 가운데 가장 작은 잣까마귀다. 흰 점이 촘촘히 박혀있는 이 새는 고산지대가 아니면 관찰이 쉽지 않다. 리처드 바크는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고 했지만, 잣까마귀가 이 높은 곳에 오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설악산에는 키 작은 눈잣나무가 산다. 강풍을 피해 낮게 누워 자라는 모양에서 ‘눈’자가 붙었다는 이 나무의 남방한계선이 설악산이며, 대청봉 일대는 국내 유일의 눈잣나무 군락지다.

잣까마귀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눈잣나무에서 잣송이가 열리는 초여름이다. 그러나 기후온난화와 탐방객 증가로 군락지가 줄어든다고 한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종자 증식을 위해 잣송이에 보호망을 씌웠다. 잣까마귀나 청솔모 등이 잣송이를 따먹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란다. 잣까마귀는 귀한 수종에 해를 끼치는 존재로 눈총받는 신세가 되었지만, 눈잣나무의 증식에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잣까마귀가 묻어 놓은 종자에서 이듬해 싹이 트기도 한다.

열망하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러나 산 아래 까마귀도 있고 대청봉 잣까마귀가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쉽게 딴 열매에 만족할 때 어떤 이는 아무도 꿈꾸지 못했던 열매를 찾아 까마득히 높은 곳으로 오른다. 대청봉 잣까마귀는 꿈을 찾아 더 높이 날아오르는 또 다른 조나단이 아닐까? 당신처럼.

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