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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vs 개밥 … 인격비하 치닫는 광화문





세월호 대책회의 단식장 옆에서
'일베' 회원들 피자·치킨 폭식 행사
반대측은 개사료·개집 들고와 맞불
"극단적 조롱·비판 … 모두 신뢰 잃어"





































단식과 폭식의 충돌. 최근 우리 사회의 보수·진보 갈등은 이처럼 극단적인 두 단어로 요약된다. 진보 진영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자 일부 보수 인사들이 그 곁에서 치킨·피자 등을 보란 듯이 먹는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 6일 보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과 보수 대학생 단체의 회원 100여 명이 일명 ‘광화문 도시락 나들이’에 나섰다. 이들은 진보 인사들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서 햄버거나 피자 등 음식을 꺼내 먹었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측은 앞서 ‘일간베스트 회원님들 식사하는 곳’이라고 적힌 파라솔을 미리 설치했었다. “우리가 마련한 식탁에서 당신들이 이곳에 앉아 먹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깊이 성찰해보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식탁을 매개로 일베 등의 ‘도시락 나들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진보의 이 같은 대응은 일베 주도의 ‘폭식 조롱’으로 이어져 갈등이 더 격화됐다. 합리적 비판은 사라지고 인신 공격성 비난만 난무하는 고질적인 보·혁 갈등 양상이 되풀이된 것이다.



6일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피자 등을 먹으며 ‘도시락 나들이’ 퍼포먼스를 벌였다(왼쪽). 9일에는 한 인터넷 카페 운영자가 .일베. 회원들을 개에 비유하며 ‘개밥’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 오마이뉴스, 뉴스1]




 실제 이날 광화문광장에선 단식하는 이들과 이를 조롱하기 위해 음식을 꺼내 든 이들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일베 등 보수 인사들은 “정치적 놀음에 신음하는 광화문광장을 돌려달라”며 단식하는 이들 앞에서 음식을 먹었다. 사업가라고 밝힌 한 시민은 “일베가 나라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많이 드시고 앞으로도 나라를 지켜달라”고 말한 뒤 현장에서 피자 100여 판을 기부했다. 일부 일베 회원들은 이 음식을 들고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 천막 앞을 활보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석자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폭도’나 ‘빨갱이’로 지칭하며 정치 공세를 펼쳤다. 일베의 상징인 손가락 모양을 한 채 단식 농성장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는 참석자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대책회의 측과 고성이 오가는 등 감정이 격화됐다.



 온라인상에서도 양측의 충돌은 벼랑 끝으로 치달았다. 이날 행사 직후 일베 게시판에는 행사 참여 인증사진과 참가 사연들이 꾸준히 올라왔다. 일부 회원들은 행사를 비판한 유명 인사들을 거론하며 비난에 열을 올렸다. 가수 레이디제인은 “기본의식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섬뜩하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비난이 일자 삭제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뜻이 좋아도 표현하는 방법이 엽기적이면 과연 누가 지지할 수 있겠느냐”며 행사를 비판했다가 일베 회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진보·보수 간 갈등은 사흘 뒤인 9일 일베 측 행동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로 인해 다시 불이 붙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가 일베의 행사를 비꼬는 의미로 개밥과 개집을 광화문광장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그는 “(일베 회원들이) 피자와 치킨을 먹었는데 개는 닭 뼈를 먹으면 죽기 때문에 사료를 먹어야 한다는 뜻으로 사료를 가져왔다”며 “일베 회원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정근식(사회학) 교수는 “일베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특별법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서로를 조롱하는 극단적인 비판만 난무하다 보면 진보나 보수 진영 모두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진보·보수 간 충돌에 눈살을 찌푸렸다. 회사원 김기정(52)씨는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각자 입장은 있겠지만 유가족들을 치졸한 방식으로 조롱하는 건 인간적인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관광객 조너선 벤슨(38·뉴질랜드)도 “민주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이지만 상대를 인격적으로 비하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고석승·이서준 기자

[사진 뉴스1, 뉴시스]

영상취재=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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