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핵 폐기물 둘 곳 없는 한국 vs 저장공간 넉넉한 미국

미 버지니아주의 노스애너 원전. 사용후 핵연료를 두께 24㎝의 금속 저장 용기에 저장한다. 부지는 주 정부 허가를 받아 넓힌다. [사진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


“미국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장시설이 충분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재처리할 필요가 없는 거죠.”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난 데일 클라인 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의 말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로 연료로 쓰인 뒤 수명을 다한 우라늄 폐기물(폐연료봉)이다. 많은 방사능과 열을 발산하는 고준위 폐기물이어서 저장시설에 격리 보관한다.

발등의 불, 핵 쓰레기 <상>
한국, 부지 확보 못 해 10년 뒤 포화
미국, 안전시설 인식 공간 쉽게 마련
재처리는 기술력 없고 미국도 반대
정부 "국민 의견 모아 곧 대안 제시"



 저장공간이 충분하다는 것은 워싱턴DC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노스애너 원전(버지니아주 루이자카운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원자로에서 500m 떨어져 있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에는 원통 모양(5m 높이)의 흰색 용기 50여 개가 줄지어 있었다. 원자로 가동에 쓰인 폐연료봉을 보관한 캐니스터(금속 밀폐용기)였다. 두께 24㎝의 합금 강철이 방사능을 차단한다. 폐연료봉을 식히기 위해 약간의 열만 강철 표면을 통해 밖으로 조금씩 나갈 뿐이다. 안내직원인 페이지 캠프는 “저장공간이 모자라면 주 정부의 허가를 받아 부지를 넓히면 된다. 지역 주민들도 안전한 걸 알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가 ‘발등의 불’이 된 한국으로서는 이런 미국의 상황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한국은 2년 뒤인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월성(2018년)·영광(2019년)·울진(2021년)·신월성(2022년) 순으로 저장시설이 꽉 찬다. 5개 원전을 합치면 저장공간의 71%가 차 있다. 간격을 좁히고 다른 원전에 옮기는 고육책을 쓰더라도 2024년이면 완전 포화 상태가 된다.



 그럼에도 해법 마련은 쉽지 않다. 혐오시설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서다. 당장 포화를 막으려면 미국처럼 원전 내 추가 저장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의 강한 반발을 우려해 제대로 언급조차 못 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용후 핵연료 저장 부지를 따로 지정하는 것이다. 우선 40~80년 정도 보관할 수 있는 중간시설을 선정해 사용후 핵연료를 모아놓은 뒤 이후 영구처분 부지를 찾아 땅속 깊이 묻어버리자는 얘기다. 현재 원전 보유국 31개 중 22개(71%)가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처럼 영구처분시설을 건설 중인 곳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역 민심 설득이 어려운 과제다.



 재처리를 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도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재처리를 할 수 있는 폐기물 양을 줄이면 저장공간 포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핵물질을 처리할 때 미국의 동의를 받도록 한 한·미 원자력협정이 근거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재처리할 수 있도록 협정 개정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의 협상과는 별개로 우리의 기술력이 뒷받침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한국은 2011년부터 미국과 함께 핵무기로 개발되지 않는 재처리 방식인 ‘파이로 프로세싱’을 공동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이 방식이 상용화되려면 앞으로 수십 년은 더 걸리기 때문에 현실적 대안이 못 된다고 반박한다.



 정부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10월 민간 전문위원들로 구성된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일단 올해 말까지 국민 여론을 수렴한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조성경 공론화위 대변인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모은 뒤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DC·루이자=이태경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