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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남자, 그들의 사랑 … 무대를 접수하다

현재 공연 중인 성소수자 소재 작품들. 주인공은 모두 남성 배우들이다. 사진은 연극 ‘프라이드’. 게이 커플 올리버(박은석·왼쪽)와 필립(정상윤)의 키스 장면. [사진 연극열전·설앤컴퍼니·쇼노트]


“보내줄게. 더 매달리지 않을게. 너 만나고 알았어. 사랑받는 거. 난 그걸로 충분해.”

10주년 공연하는 '헤드윅'부터
대학로 흥행작 '프라이드' 까지
고난 이겨내는 극적 장치 많고
여성관객 겨냥 미남스타들 포진



 “너에 대해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왜 자꾸 돌아오는지. 난 아무래도 멍청하고 돌대가리거나…”



 “아냐, 넌 현명해.”



 “아님, 완전 너한테 미쳤던가.”



 두 남자의 대화가 진지하게 이어졌다. 서울 동숭동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프라이드’의 한 장면이다. 여느 평범한 연인들의 다툼 상황과 별다르지 않다. 지난달 20일 막을 올린 ‘프라이드’는 1958년과 2014년을 넘나들며 게이 커플이 사회적 억압과 갈등 속에서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현재 평균 객석점유율은 85%선. 대학로 소극장 공연 중 단연 눈에 띄는 흥행작이다.



뮤지컬 ‘헤드윅’. 김동완이 트랜스젠더 록 가수 역을 맡았다. [사진 연극열전·설앤컴퍼니·쇼노트]
 동성애자·성전환자·드래그 퀸(여장남자) 등 성소수자가 연극·뮤지컬 등 공연 무대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다섯 달째 10주년 공연을 펼치고 있는 뮤지컬 ‘헤드윅’을 비롯해, 국내 초연 중인 뮤지컬 ‘프리실라’와 8주년을 맞은 ‘쓰릴 미’ 등은 모두 성소수자가 주인공이다. 각각 지난 6월과 8월까지 무대에 올랐던 연극 ‘엠 버터플라이’ ‘수탉들의 싸움’도 마찬가지다. 올 연말 공연 예정인 뮤지컬 ‘라카지’ ‘킹키부츠’ 등에도 다양한 성소수자가 등장한다.



 ◆파란만장한 인생, 뚜렷한 희로애락=성소수자가 무대 전면에 나선 이유에 대해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은 “성소수자는 사회적 약자라는 측면에서 관객이 자신과 동일시하기 쉬운 캐릭터”라며 “드라마틱하게 이야기를 끌어갈 요소도 많다”고 해석했다. 극적으로 이겨내야할 난관이 많은 만큼 관객의 감동을 더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 ‘프리실라’. 트렌스젠더인 버나뎃(조성하·왼쪽)과 게이 아담(조권) 등 세 명의 ‘드래그 퀸’(여장 남자) 댄서가 등장한다. [사진 연극열전·설앤컴퍼니·쇼노트]
 뮤지컬 ‘프리실라’에선 동성애자 틱의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큰 축이다. ‘라카지’에선 게이 부부의 아들이 극우파 정치인의 딸과 결혼을 선언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뻔한 사랑 이야기’란 한계를 넘기에도 성소수자는 효과적인 설정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남녀 사이 이야기는 사랑해서 결혼하거나, 사랑하지만 운명적으로 결혼 못하거나 둘 중 하나 아니냐”면서 “동성 간의 사랑은 우정의 요소도 담을 수 있어 훨씬 할 말이 많다”고 했다.



똑같은 장면을 표현해도 동성 사이 일은 관객에게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연극 ‘프라이드’에서 두 남자주인공의 키스 장면은 관객들을 순간 긴장시킬 만큼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여성관객 겨냥 ‘꽃미남 잔치’=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이 봇물을 이루지만 여성 성소수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유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은 “외국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20∼30대 여성이 관객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공연 시장에서 미남 스타 배우 중심으로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들은 대개 남자 배우가 곱게 여장을 하고 나와 ‘미모’를 뽐내거나, 세련된 정장 차림으로 남성미를 드러내는 식이다. 여배우들은 단역에 머무른다. 뮤지컬 ‘쓰릴 미’에선 남자 배우 2명이 출연진의 전부다. 문화평론가 이영미씨는 “최근 무대에서 게이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는 데는 여성들이 갖고 있는 게이 친구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며 “남성이지만 마초적이지 않고 섬세하고 부드러운 게이 친구에 대한 환상을 무대가 충족시켜주고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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