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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직의 바둑 산책] 한국 킬러 스웨 "평상심 없이는 싸움도 없다"

지난달 28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2014 삼성화재배 본선 32강전에서 스웨 9단(왼쪽)이 이창호 9단과 대국하고 있다. 스웨 9단이 불계승했다. [사진 한국기원]


최근 세계 바둑계를 흔드는 이름이 있다. 중국의 스웨(時越·23) 9단이다. 소위 ‘90후 세대’의 대표주자다. 1990년 이후 출생자를 가리키는 ‘90후’는 요즘 바둑계를 이끄는 힘이다. 지난해 세계대회 우승자 6명 중 5명을 배출했다.

3년간 한국 정상급과 34승 11패
『논어』 『도덕경』 등 고전에 심취
"한국 속기 지향, 중국은 천천히
조급하면 자신을 돌파할 수 없어"



 스웨 9단은 90후 중에서도 발군이다. 지난해 LG배 세계대회 정상에 올랐고, 지난달 ‘2014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도 한국 랭킹 1위 박정환(23) 9단과 이창호(39) 9단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현재 중국 랭킹 1위다.



 스웨는 ‘한국 킬러’로도 불린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한국 정상급 기사들과 붙어 총 34승 11패를 기록했다. 이세돌(31) 9단은 “스웨는 싸움꾼이다. 한국 기사들이 가장 까다롭게 여긴다”라고 말했다. 스웨를 지난달 28일 중국 칭다오(靑島) 샹그릴랴 호텔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대회 현장에서 만났다.



 -최근 중국 바둑의 힘이 거세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많은 인구와 국민의 높아진 인식이 첫째다. 하지만 전통의 힘이 그 못잖다. 바둑은 고대 중국에서 발생했다.”



 -문화가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그렇다면 반상에서 한·중 차이는.



 “크게 보면 차이가 없지만 미세한 점에서는 다른 점이 있다. 시간을 예로 보자. 한국은 속기 지향적이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둔다.”



 -당신은 문화를 강조했다. 바둑의 본질은 뭔가.



 “『역경(易經)』의 논리가 바둑과 비슷하다. ‘변화’가 역경의 초점이자 바둑의 핵심이다. 『역경』은 중국 문화의 산물이다. 그 논리에 중국인이 익숙한 게 아닌가 싶다.”



 -『역경』은 어려운 책이다. 마음에 남는 책은.



 “『논어』와 『도덕경』이다.”



 스웨는 이제 20대 초반. 인터뷰 도중 부끄러운 듯 볼에 홍조를 띠었다. 하지만 어조는 명료하고 답변은 간결했다. 그의 말에선 고전의 힘이 느껴졌다. 실력 1인자의 기풍과 인격은 공동체에 주는 영향이 크다. 이상훈(41) 9단이 “앞으로 계속해 성적을 낼 기사다. 중국 바둑계의 복”이라고 말할 정도다.



 -스스로를 ‘싸움꾼’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반면에 평상심도 강조했는데.



 “바둑에서 기술적으로 중요한 것은 형세판단인데, 그 밑바닥에는 평상심이 있다. 바둑은 싸움이라 마음이 격동되기 쉽다. 격동되면 집중력이 약해진다. 평상심 없이는 싸움도 없다.”



 -바둑은 용어가 신랄하다. ‘두점머리 때리다’ ‘젖히다’ 등 용어를 볼 때 정적(靜的)인 놀이가 아니라 동적(動的)인 놀이다.



 “하지만 흑백 돌은 병정(兵丁)이다. 대국자는 장군이고. 그래서 정적인 게임으로 본다. ‘군막(軍幕)을 나서지 않고 천리를 내다본다’는 말이 있잖은가.”



 -평상심에 다다르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마음을 훈련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다.”



 -명상을 말하는가.



 “ 종교나 명상과 관계 없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되느냐, 그게 관건이다.”



 -우칭위안(吳淸源·100) 선생도 수법에 앞서 마음을 먼저 닦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우 선생의 거울 비유가 있다. ‘거울의 표면을 닦지 말고 내면을 닦아라’라고 했다. 나는 그것을 잡념 없는 마음, 순수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다.”



 -마음에 새겨두는 글귀가 있나.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아니다. 고전은 읽을 때마다 뜻이 다르게 다가온다. 어느 하나를 붙잡아 말하지 못하겠다.”



 스웨만이 아니다. 요즘 중국 젊은 기사들의 안목은 범상치 않다. 2013년 응씨배 우승자인 판팅위(范廷鈺·18) 9단은 응씨배 결승을 앞두고 “나는 관념의 창조를 원한다. 기술을 넘어서서 바둑이 함축하는 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바둑 이외의 지식과 경험에서 온다”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앉는 게 일인 기사는 운동이 필요한데.



 “평소 게으르다. 하지만 차를 타지 않고 주로 걸어다니는 편이다. 시간이 나면 영화는 좀 본다. 주로 ‘의미가 깊은 것’을 본다.”



 -힘들 때는 없었나.



 “왜 없겠나. 다행히 나는 빨리 잊는 스타일이다. 누구나 마음이 오래 상하면 좋지 않다.”



 -이창호는 왜 요즘 바둑이 잘 안 되고 힘들까.



 “가족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관심사가 늘었다. 바둑의 집중과는 배치될 수 있다.”



 -한국이 어떻게 하면 중국을 이겨낼까.



 “(난처해 하다가 곧 웃으면서) 승패를 따지지 않는 게 좋다. 조급한 태도로 따지는 습관이 들면 ‘자기 자신’을 돌파할 수 없다.”



문용직 객원기자



◆스웨 9단=1991년 허난(河南)성 뤄양(洛陽) 출생. 2003년 입단. 2009년 신인왕전 우승. 2013년 창기배·LG배 세계대회 우승. 박정환 9단과 세계 1위를 다투고 있다. 배태일(한국기원 공식 랭킹시스템 창안자) 산정 비공식 세계랭킹을 보면 올 1월엔 스웨가, 7월엔 박 9단이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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