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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골프 6년 타야 쏘렌토와 차값 차액 떨어진다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동탄신도시)에 사는 이모(40)씨는 명절 때만 되면 900㎞ 가까이 주행을 한다. 이번 추석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고향인 경기도 양평(왕복 180㎞)을 다녀왔다. 추석 당일(8일)엔 집으로 돌아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의 짐을 챙겨서 처가인 전북 남원으로 출발했다. 이씨는 “중간에 쇼핑도 하고, 여행도 다니다 보니 닷새간 총 이동거리가 892㎞였다”고 말했다.



많이 팔린 국산·수입차 40종 연비

 이씨는 2009년식 아반떼를 운전하는데 연비가 L당 14㎞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번 연휴 기간 중 그는 기름 값으로 11만7000여 원을 지출했다. 이씨는 10일 오후 아내와 함께 계산기를 두드렸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수입 차와 기름값을 따져 본 것이다. 폴크스바겐 골프 2.0으로 같은 구간을 이동했을 때는 기름 값이 8만8000원(경유)이 나왔다. 3만원 가까이 차이가 벌어진다. 이씨는 “사실 요즘이야 기름 값이 안정적이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서울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아반떼도 유류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새 차를 살 때는 연비가 우수한 독일 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수입차에 대한 묘한 동경 심리가 있는데 뛰어난 연비는 ‘자극제’가 됩니다. 1000만~2000만원 더 부담하더라도 기왕이면 연비 좋은 차를 사자고 아내를 설득하는 거지요. 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꽤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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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 같은 중산층 소비자들의 심리는 자동차 시장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수입차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이 연비가 화두가 된 이후론 싹 바뀌었다. 30~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고가의 독입 수입차들이 구매를 적극 고려할만한 합리적인 차종이라는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차종이 BMW 520d이다. 520d는 최근 몇 년째 수입차 시장에 부동의 판매 1위를 기록하는 차종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3863대가 팔렸다. 사양이 조금 다른 520d x드라이브까지 더하면 단일 모델로 5711대가 팔렸다. 여름 들어 판매가 늘어 7월 한 달 동안에만 1009대가 팔렸다.



 520d의 인기 비결은 고연비 디젤 엔진에 있다. 그러면서도 가솔린 세단 못지않은 조용함을 자랑한다. BMW 520d는 연비가 L당 16.9㎞다. 소비자들은 국내 판매가격이 6330만원인 BMW 520d를 구매할 때 현대차 제네시스를 떠올린다. 제네시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사양인 G330 (판매가격 5030만원)은 1L의 휘발유로 8.8㎞를 달릴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연비=경제성’이란 믿음으로 차량을 고르면 착시 현상에 빠질 수 있다. 연비가 좋다고 소문난 수입차의 경우 대부분 차량 가격이 국산 동급 차량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실제로 BMW 520d 의 경우 국내 자동차 운전자들이 연평균 1만4527㎞를 주행하고, L당 휘발유 값 1914원, 경유 1726원(9일 오피넷 서울 평균)을 가정하면 7.75년(약 7년9개월)을 타야 국산차(제네시스)와 값 차이가 없어진다. 물론 배기량은 제네시스가 3342㏄로 520d(1968㏄)보다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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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로부터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20종씩을 집계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비 분석을 진행했다. 같은 모델에 여러 가지 사양(트림)이 있는 경우에는 그 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사양을 조사했다.



 배기량당 가격을 기준으로 ㏄당 ▶2만5000원 이상 ▶1만5000~2만5000원 ▶1만5000원 미만 등 3개 그룹으로 나눠서 분석했다. ㏄당 2만5000원 이상인 프리미엄 수입차 그룹에서는 단연 BMW의 520d가 최고 연비를 보여줬다. 이 차는 ㏄당 3만1729원으로, 연비는 16.9㎞/L에 달했다. 그 뒤를 벤츠 E220 CDI(㏄당 2만8931원, 연비 16.3㎞/L), 아우디 A6 2.0 TDI(㏄당 2만3087원, 연비 13.1㎞/L)가 이었다.



 배기량당 가격이 1만5000원~2만5000원인 그룹에는 수입 중형 세단과 현대차 제네시스·기아차 쏘렌토가 속했다. 대형 수입 세단인 E300과 E300 4매틱, 아우디 A6 3.0도 이 그룹에 들었다. 이 그룹에서는 차체가 작은 BMW의 320d, 118d 어반이 연비가 좋았다. 각각 18.5, 18.7㎞/L의 연비를 보였다.



 폴크스바겐 2.0 엔진 차량 중에서는 골프(16.7㎞/L)가 가장 연비가 좋았고, 그 뒤를 제타(16㎞/L), 파사트(14.6㎞/L), 티구안(13.8㎞/L) 순이었다.



 3.0급 세단 중에서는 유일하게 아우디 A6 3.0 TDI 콰트로가 베스트셀링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비슷한 엔진의 BMW 530d x드라이브(8830만원), 크라이슬러 300c 디젤(6140만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 A6 3.0 TDI 콰트로는 연비도 15.9㎞/L로 530d x드라이브(14.3㎞/L), 300c 디젤(13.8㎞/L)에 비해 높다.



 국산차가 몰려있는 ㏄당 1만5000원 이하 차량 중에는 경차인 현대차 모닝(15.2㎞/L), 한국GM 쉐보레 스파크(14.8㎞/L)가 고연비를 뽐냈다. 모닝은 올해 상반기 4만6759대를 팔아 국산차 내수 1위를 차지했다. 경차를 제외하고는 SM3 네오가 15㎞/L로 연비가 가장 높았다. 현대와 기아의 주력 차종인 그랜저·K7·LF쏘나타·K5·YF쏘나타 등은 모두 L당 11㎞대로 상대적으로 연비가 낮았다.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운데는 현대차 투싼·싼타페·기아차 스포티지·쏘렌토가 14㎞/L를 전후하는 연비를 보이는 한편 쌍용자동차의 코란도가 12.8㎞/L로 연비가 다소 낮았다. 국내 SUV 중 가장 비싼 쏘렌토는 가격이 3340만원인 폴크스바겐의 해치백 골프와 불과 185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연비는 쏘렌토(13.8㎞/L)보다 골프(16.7㎞/L)가 높다. 넓직한 실내공간과 웅장함을 선택한다면 쏘렌토, 컴팩트함과 연비의 효율성을 생각하면 폴크스바겐 골프가 낫다. 연비 차이로 인한 기름 값으로 두차 가격 차이를 상쇄하려면 5.86년(약 5년10개월)이 걸린다. 수입차 및 국산차 전체 40종류 중 가장 연비가 떨어지는 차량은 포드 익스플로러 3.5L V6 Ti-VCT 엔진이었다. 비슷한 배기량의 벤츠 E300 아방가르드(3498㏄)보다 2.6㎞/L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현대차 제네시스 G330(3342㏄)보다도 1.1㎞/L이 떨어졌다.



 상반기 베스트셀링차 중 가장 비싼 차량은 벤츠의 E300 4매틱이었다. 가격 7380만원에 연비 9㎞/L로 상반기 중 1057대가 팔려 20위를 차지했다. 3498㏄ 엔진으로, 연비로만 치면 3342㏄인 제네시스 G330(8.8)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가격은 제네시스가 2350만원 더 싸다.



 문제는 국산차들의 연비 후퇴다. 지난해 말 출시된 제네시스, 지난달 발표된 올 뉴 쏘렌토 등은 연비 효율이 뒷걸음질했다. 현대차의 대표 차종인 신형 쏘나타는 연비 개선이 0.2㎞/L에 그쳤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최근 내놓은 대형 세단 뉴 SM7 노바 역시 연비는 종전과 그대로였다. 이들 업체들은 하나 같이 “안전장치·주행 성능이 개선됐다” “승차감이 탁월해졌다”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소비자들은 갈수록 연비 좋은 차를 찾고 있는데 이 같은 시장 목소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비 경쟁에서 국산차 업체들이 기술적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진전이 없다보니 다른 세일즈 포인트로 성능·안전 등을 들고 나오는 것”이라며 “요즘 대세인 ‘친환경 디젤’에 대한 연구가 없으면 대중차 메이커로서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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