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취재일기] 대공수사, 자백에 기대는 시대는 끝났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정효식
사회부문 기자
추석 연휴 직전인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 김우수)는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 사건의 피고인 홍모(41)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홍씨가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 했던 자백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1, 2심 재판부가 피고인 유우성(34)씨 여동생의 합신센터 자백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데 이어 두 번째다.



 국정원이 홍씨 수사에 착수한 건 “탈북 과정에서 북·중 국경에서 활동하는 탈북 브로커 유모씨를 납치하려 했다”는 제보를 받고서다. 총 135일간 합신센터 구금 동안 12차례나 홍씨의 진술을 받았다. 검찰에서도 홍씨를 여덟 차례 조사했다.



 하지만 법원은 홍씨의 자백에 대해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증거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홍씨가 구속 전 피의자신문 때 10분간 국선변호인과 면담한 게 전부인 데다 재판에 들어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인을 선임한 뒤에는 모든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검사 신문에서도 “진술거부권 행사하시겠어요? 변호인 조력 받으실 수 있는데 우리가 선임해 드릴 순 없고…”라는 식으로 불분명·불충분하게 고지했다는 이유였다. 법원이 국정원·검찰의 편의적인 수사관행에 정면 제동을 건 셈이다.



 미란다 원칙은 ‘모든 국민은 진술거부권과 변호사 조력권을 보장받는다’는 헌법 제12조에 따른 형사법의 기본 절차다. 2007년 도입된 형사소송법 조항(제244조의 3)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신문 전에 ‘①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고 ②진술을 거부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③진술거부권을 포기한 상태에서 한 진술이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고 ④신문 때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네 가지를 알려주도록 의무화했다.



 검찰과 국정원은 “간첩 수사의 특수성이 있는데 합신센터 단계부터 민변 변호사들이 붙을 경우 간첩이 자백을 하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2008년 합신센터 개소 후 12명의 탈북 위장 간첩을 적발해 유죄를 받았는데 최근 법원이 형식적 절차 위반을 문제삼는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양대 대공수사기관은 유우성씨 간첩 증거 조작 사건으로 신뢰를 잃은 상태다. 지난 4월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도 “낡은 수사관행과 절차의 혁신을 위해 강도 높은 쇄신책을 마련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제라도 대공 수사에서의 ‘자백 조사’ 관행은 전면 수정할 때가 됐다. 위기에 봉착한 대공 수사를 살려내려면 법원을 탓하기보다 과학 수사를 강화하고 법 절차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첫 수순일 것이다.



정효식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