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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힐링까지 필요한 명절이라면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이때쯤 쏟아지는 기사가 있다. ‘주부 명절증후군 극복법’이다. 시댁에 다녀와 생기는 이상 징후들, 그러니까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고, 허리나 어깨가 부서질 듯 아픈 증상들에 대해 해결책을 알려 준다.



 한데 내용이 한참 허접스럽다. 찜질방 가서 실컷 수다를 떨라거나, 스트레칭을 해보란다. 또 남편이 ‘고맙다’ ‘수고했다’ 같은 말 한마디를 전해 보라고 권한다. 최고의 ‘명약’이라면서.



 혹시나 찾아 본 명절 증후군의 예방법도 역시나다. 자세를 바꿔 가며 요리를 하라는 둥, 소화가 잘 안 되는 기름진 음식을 삼가라는 식이다(전만 부쳐 주고 먹지 말라는 소리로 들린다). 특히나 주부습진을 막기 위해 핸드크림을 준비하라는 조언에선 할 말을 잃는다. 결국 명절이란 ‘어떻게든 버티고 치러 내야 할’ 의식이며, 그걸 극복하는 건 주부 한 개인의 역량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서다. 매년 두 번씩 반복되는 ‘명절 스트레스’ 현상에 대해 정녕 이것이 최선일까.



 하여 뒤져보니 올해 발표된 연구가 있다. 일단 현상 파악. 첫 번째 논문(『한국 기혼 남녀의 명절 스트레스 점수 비교』)은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를 수치화시켰다. 100점을 기준으로 32.41점이다. 연구자는 이를 1만 달러 이상의 부채(31), 부부싸움 횟수의 증가(35)와 비슷한 수준의 정신적 압박이라고 했다. 기혼 남성의 점수가 25.85인 사실이나, 서양 주부들이 크리스마스에 느끼는 스트레스가 12점에 비추어 보면 주부들이 명절 때마다 어느 정도 마음이 편치 않은지를 알 법하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은 뭘까. 여기에 대해선 보다 세밀한 연구가 있다. 기혼남녀 1179명을 조사한 논문(『명절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은 명절 스트레스의 원인을 시간적·육체적·경제적·정신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가령 나물 무치고 전 부치는 가사 노동이 힘든 건 육체적 스트레스만큼이나 시간적 스트레스를 동반해서다. 평소 핵가족의 먹거리보다 훨씬 많은 분량을 그것도 명절 전 하루 안에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차례 뒤에 낯 모를 시댁 손님과 일정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이나 당일에 친정에 가지 못하는 것 역시 예상치 못한 스케줄 관리에서 오는 ‘시간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현황과 원인이 이렇다면 결론은 뻔하다.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딱 두 가지, 음식을 차례용으로만 준비하고 가족이 다 같이 모일 시간을 미리 정해 두자는 거다. 남자의 가사노동 분담까지 현실화되면 상당한 개혁이다.



 추석 다음날, 백화점에서 보낸 문자 하나가 마음을 흔든다. “○○○ 고객님, 연휴의 마무리는 힐링이 어떨까요? ○○○와 함께 하세요.” 어느새 명절이 치유까지 필요한 힘든 시간인가 싶다. 사회적 공론화 한 번 없이 마케팅 전법에 활용되는 현실은 더 착잡하다. 명절 증후군을 더 이상 극복이 아닌 해결할 대상으로 봐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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