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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손저림병, 남성의 4배 … "남편이 집안일 나눠 하길"

대형마트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주부사원 김은경(51·서울 중랑구·가명)씨는 지난여름부터 손바닥이 저린 증상 때문에 밤잠을 설치곤 했다. 손가락 끝이 감각이 없는 것 같은 느낌, 타는 듯한 통증도 찾아왔다. 손목을 터는 동작을 몇 차례 하고 나면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낮에도 손이 저린 증상이 나타났다. 김씨는 이달 초 병원에서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그는 “추석 연휴가 가까워지면서 마트에서 연장 근무시간이 길어졌고, 귀가 후엔 추석맞이 대청소와 음식 준비 때문에 집안일도 많아져 증세가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여성이 환자의 34%
손목 얇고 가사노동에 지친 탓
신경 오래 눌리면 회복 어려워
손목 자주 털고 보호대 착용을

 여성의 손이 더 바빠지는 명절과 함께 찾아오는 질병 중 하나가 손목터널증후군이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의료급여 심사자료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10명 중 8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성 환자는 78.4%로, 남성(21.6%)의 약 4배 수준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손목터널증후군을 가장 많이(40.4%) 앓았고 40대(19.9%)·60대(17.7%)가 뒤를 이었다. 성별과 연령을 모두 고려할 때 환자 100명 중 34명은 50대 여성이었다.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수는 2009년 12만4000명에서 지난해 17만5000명으로 5년 새 40.9% 늘었다.





손목 안에는 뼈와 인대·신경·혈관 등이 지나가는 작은 통로(수근관)가 있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이 ‘터널’이 압력을 받거나 좁아지게 되면서 신경이 자극을 받아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보다 이 질병에 더 잘 걸리는 위험인자는 몇 가지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적으로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 ▶여성 ▶비만인 사람 ▶당뇨 환자 ▶갑상샘 질환자 ▶폐경 후 여성 등이 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삼성서울병원 김상준(재활의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집안일을 할 때 손을 많이 쓰고, 손목 깊이가 얕기 때문에 압력에 의해 손목터널이 눌릴 가능성이 더 크다”며 “특히 가사 노동과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40~50대 중년 여성들은 요주의 대상인 만큼 남편 등 가족의 가사 분담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손목터널증후군 자가진단법은 ▶손목을 가느다란 망치로 두드렸을 때 ▶손등을 맞대고 손목 부위를 90도로 꺾은 자세를 1분간 유지했을 때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해 볼 수 있다. 증상이 늘 있는 게 아니라 손을 많이 쓸 때 생기고 휴식을 취하면 없어진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발병 초기에 바로 병원을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래 방치하면 운동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신경이 오래 눌려 엄지손가락 쪽 근육이 위축되면 치료를 해도 회복이 안 돼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잘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소염제와 저린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신경안정제·신경차단제를 투여하고, 손목에 국소 마취제나 소량의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다. 손바닥 근육이 위축되거나 주사·재활치료로 호전이 없을 경우에 한해 좁아진 터널을 넓혀 주는 수술을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일하지 않고 ▶집안일을 할 때 손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자주 휴식을 취하며 ▶손목 스트레칭 운동을 하고 ▶손목을 자주 털어 주고 ▶손목을 쓸 때 보호대를 착용해 힘을 분산하는 게 좋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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