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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보다 삶 가르칠 것 멋있게 잘리는게 목표"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는 테너 이용훈씨가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특채돼 9월 1일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해온 그는 “닷새 동안 27시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공연 스케줄이 빠듯하므로 가능할 때 집중적으로 레슨하고, 외국에서는 화상통화 등을 이용해 학생을 계속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젬스키그린]
테너 이용훈(41)씨. 국내에는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음악 무대에서 한국 출신의 대표적 오페라 가수로 활약하는 인물이다. 국내에서는 공식 무대에 선 적이 없지만, 뉴욕·런던·밀라노·빈 등 세계 오페라 중심지에서의 공연은 2019년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한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가 그를 선택했다. 지난해 4월부터 교수 채용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성악과다. 서울대 총장 직속의 특별위원회에서 이씨를 교수로 특채함으로써 1년 6개월을 끈 논란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성악 교수 특채된 이용훈
세계 오페라 중심서 주로 활동
2019년까지 공연 예약 꽉 차

 지난 9월 1일 성악과에 첫 출근한 그는 6일 전화 인터뷰에서 “대학 본부와 e-메일을 주고받으며 6번 고사했다”고 밝혔다. 고사한 이유는 해외 공연과 기독교 선교 때문이었다. 그는 스스로 성악가 아닌 사역자라 생각할 정도다. 데뷔 초기에 세계적 지휘자 로린 마젤의 오페라 무대 초청을 거절했는데, 캐나다 한인 교회에서의 간증과 찬양 약속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의 특채와 함께 서울대 성악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한 해 열 달 이상을 오페라 무대에 서서 힘있고 찌르는 듯한 목소리로 독보적 위치에 오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수직 수락은 의외다. 해외 스케줄 때문에 한국 공연도 한 적이 없는데.



 “2019년까지 오페라 계약이 다 돼 있다. 일년에 한 달 정도 쉰다. 나도 당연히 (교수직 수락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한국 음악계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가.



 “아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학교에 도움이 되고, 음악계를 정화 시키라는 뜻인가 했다. 하지만 내가 뭔데 그런 일을 하나. 그저 나는 하나의 샘플이 되려 한다. 나는 음악인이지만 더 큰 정체성은 크리스천이다. 음악계에서 믿음을 가지고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가르치는 것도 선교의 일환이란 뜻인가.



 “‘교회 나가라’ ‘새벽기도 해라’ 이런 게 아니다. 노래하는 삶이 어떤지, 연주자는 어떤 건지 보여주고 싶다. 이번에 제자를 9명 받았다. 보통은 실기시험 점수를 보고 고른다. 나는 점수를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다. 나는 대학교 때 노래만 배웠다. 근데 나중에 보니 노래가 노래를 늘게 하는 게 아니더라. 삶이 중요하다. 학생들과 삶을 나누고 싶다.”



 -서울대 성악과 사태를 어떻게 봤나.



 “사실 한국의 학교 사정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언론에 나는 것만 간간이 보고 모교이기 때문에 안타깝다 생각했던 정도다. 내가 교수로 일한다고 해서 파가 나뉘고 대립하는 일 등 갈등을 다 치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성악가로 갑자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서울대 입학 전 2년 동안 다른 공부를 해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다. 신학·영문학·경영학을 해보다가 성악과에 들어왔다. 그래서 처음엔 노래에 기본이 없었다.“



 이 교수는 대학 졸업 후 노래를 완전히 그만두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큰 절망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때 완전히 다른 삶을 만났다. 전도사가 되려고 기도원에 들어갔는데 ‘노래로 전도하는 삶을 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후 뉴욕으로 유학을 갔고, 너무 가난해 학교의 물을 여러 통 집으로 가져와 끼니를 때운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 힘든 과정을 거치며 자신도 모르게 노래가 성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 후 콩쿠르 입상을 거쳐 2007년부터 세계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 많은 젊은이가 무엇 때문에 태어났는지몰라 절망하고 있다. 돈 많이 벌고, 성공하려다 좌절한다”며 “젊은이들이 나 같은 전환점을 만나길 바란다. 나의 절망에서 일어난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전성기의 테너가 결국 교수라는 안정적 직업을 택한 것은 아닌가.



 “말로 대답하지 않고, 삶으로 보여주겠다. 많은 성악가가 종착역을 교수로 보고 있다. 난 좀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멋있게 잘리는 게 목표다. 서울대에 머무는 기간 동안 하나의 멋있는 샘플이 되고, 다시 다음 사명을 받을 것이다.”



 -공연 일정과 학교 수업을 어떻게 조정할 건가.



 “오페라 출연을 함부로 취소할 수는 없다. 외국에 나가서도 화상 통화, e-메일을 통해서 학생들을 만날 것이다. 그들이 녹음 파일을 보내면 듣고 이야기하고, 계속 의견을 나눌 것이다. 학생들의 노래뿐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함께하려 한다.”



 서울대 성악과의 향후 교수 채용 관련 김귀현 음대 학장은 “특별위원회는 해체됐으며 추가 임용은 공채를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호정 기자  



◆이용훈=1973년생. 서울대 성악과와 미국 매네스 음대를 졸업. 미국·이탈리아·프랑스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 200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돈 카를로’로 데뷔했다.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베를린 국립오페라, 시카고 리릭 오페라, 밀라노 라스칼라 등 ‘꿈의 무대’에 잇따라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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