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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제까지 ‘원칙 외교’에 집착할 건가

김정은식 북한 외교가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현란할 정도다. 지난 5월 말 전격 타결된 북·일 교섭은 그 신호탄이었다. 이번엔 이수용 외무상과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수용은 북한 외무상으로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이달 중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한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인 그는 유럽을 공략 무대로 삼는다. 독일·벨기에·스위스·이탈리아를 방문하며 유럽의회 관계자도 만난다고 한다. 추가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강력한 도발을 ‘주력 무기’로 삼아온 김정은 정권의 일대 노선 전환일 수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전방위로 확대해 나가는 북한의 예기치 못한 외교 행보에 우리 정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국제 외교무대로 북한이 나왔다는 건 한편으론 환영할 일이지만 우리 정부의 속수무책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자칫 우리가 역으로 외교적 고립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다. 실제 요즘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배경엔 박근혜 정부의 원칙주의 외교노선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원칙이 나쁘다거나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다. 냉엄한 국제정치 무대에선 앞뒤가 딱 맞는 반듯한 원칙을 고수하기보다 국익을 좇아 유연하게 굴신(屈伸)해야 할 때가 많다. 또 국민 정서에 영합하는 ‘내수용 외교’에서 과감히 벗어날 용기도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전반적으로 강경 자세로 일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동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드레스덴 선언 등 일련의 대북·외교 정책들을 발표하긴 했지만, 아직은 공명(共鳴)을 얻지 못한 상태다.

 상대방과의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선언이거나 제의인 경우도 적잖았다. 최근엔 북한에 고위급회담 재개를 제의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받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가는 것 역시 곤란하다. 북한 응원단의 아시안게임 참가 협상이 그렇다. 북한이 억지를 쓴다 해도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좋은 기회를 ‘아니면 말고’ 식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 오죽하면 집권당의 김무성 대표가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정부 당국이 참 무능하다”고 말하는 지경이 됐나.

 마침 여권 지도부는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론을 제기하고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선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한 제재를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책 없이 거두는 게 원칙에 맞나라는 주장이 만만찮다. 충분히 일리 있고 공감할 만한 반론이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무엇이 더 긴요한 일인지 따져보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유연하지 못한 나무는 결국 부러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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