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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올 추석엔 깨보세요 ‘스마트폰 침묵’

일러스트 강일구
중앙SUNDAY 독자 여러분,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올해는 10일이 대체 휴일로 지정돼 길게는 5일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다 올 들어 두 번째로 큰 ‘수퍼 문(Super Moon)’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가족들과 함께 ‘큰 소원’을 큰 소리로 빌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추석 연휴가 자칫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될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모처럼 만난 가족과 친지들이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식사를 하고 한바탕 웃고 떠들며 서로의 우의를 확인하는 자리가 돼야 할 텐데, 모두가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는 장면이 상상되기 때문입니다.

 설날 때 세 자녀와 함께 고향을 다녀 온 A씨 가족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울 집에서 출발해 경북의 부모님 댁에 가는 4시간여 동안 다섯 식구가 승용차 안에서 나눈 대화는 10여 분에 불과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가 끝난 뒤 아들 두 명과 딸아이는 자신들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고 합니다. 대학생인 큰아들은 페이스북 등 SNS를, 둘째아들은 스마트폰 게임을, 막내딸은 카카오톡 메신저를 했습니다. 세 자녀는 모두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아내는 스마트폰을 통해 네이버와 다음 등의 사이트를 오가며 뭔가를 열심히 서핑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안내를 들으며 운전을 하던 A씨도 이따금 들려오는 문자메시지 알림음에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했답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썰렁한 분위기
A씨 가족의 모습은 부모님 댁에 도착해서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할아버지·할머니와의 반가운 인사가 오간 뒤 아이들은 다시 ‘스마트폰과의 대화’에 빠져들었습니다. 부엌에서 전을 부치는 아내의 한 손에도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A씨 형님 식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모습이 멋쩍었던지 할아버지는 창문을 통해 말없이 먼 산만 바라봤고, 할머니는 음식을 하면서도 자식과 손자들의 눈치만 연신 살폈습니다. 더 가관인 것은 세 자녀와 사촌 형제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분위기 썰렁! ㅋㅋ” 등의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다는 겁니다. A씨의 가족만 특별했던 걸까요. 아마도 한국의 많은 가정이 비슷한 모습 아니었을까요.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지하철·택시·버스 속에서 스마트폰을 보느라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종이신문이나 책을 펼쳐 드는 사람은 별종 취급을 받는 시대가 된 듯합니다. 식당에 가도, 공원에 가도, 심지어 야구장·축구장·골프장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이비 종교의 ‘교주’라도 모시듯 하는 이들을 흔히 봅니다. 이를 두고 외국의 한 언론은 “마치 좀비들의 군상을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지요.

 게다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스마트폰에는 ‘집안 및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인사’부터 벌초 대행 및 차례상 차림 등 200여 가지의 애플리케이션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신풍속도인 셈입니다.

 2009년 한국에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불과 5년 만에 우리의 생활과 명절 풍경이 이처럼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동통신업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80%에 해당하는 4000만 대 가량의 스마트폰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 평균 보급률 22%의 4배에 이르는 규모지요. 어느 통신업체의 광고에서 수없이 반복되던 “빠름~빠름~”처럼 순식간에 세계 1위에 올라선 것입니다. 현재 초등학생은 절반이, 중·고등학생은 80%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보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숫자의 이면에는 스마트폰 ‘중독’과 이에 따른 소외라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습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 따르면 청소년 4명 중 한 명꼴로 중독증세를 보여 치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압수’는 10대에게 가장 큰 형벌이며, 자칫 ‘멘털 붕괴(멘붕)’로 이어져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어른들도 스마트폰 중독에서 자유롭지 않다 합니다. 직장에서 회의할 때는 물론, 직장 상사나 집안 어른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체크하는 사람들은 이미 중독증세가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쓰레기 정보 증후군으로 변질 우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이나미 박사는 최근 출간한 『다음세대』에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생겨난 가짜 가족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 앞으로 누가 진짜 가족인지 모르는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 했습니다. 피를 나눈 진짜 가족보다 사이버상의 가짜 가족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고, 자신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대상에서 만족감을 찾으려는 인간의 이기심을 지적한 것입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과다한 정보 집착은 ‘쓰레기 정보 증후군(Information Clutter Syndrome)’으로 변질되고, 이는 결국 본인과 가족까지 소외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명절에는 반나절만이라도 스마트폰의 전원을 가족이 함께 꺼 보면 어떨까요. 스마트폰이 잠들어 있는 동안 진짜 가족들 간의 정(情)을 확인해보는 것도 명절다운 추억이 아닐까요.


박재현 사회에디터 abn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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