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특별법은 진실규명 위한 것 … 수사·기소권은 방법론”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3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세월호특별법 논란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라는 본질은 사라진 채 우리 사회의 고질적 진영논리와 이념 갈등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 광화문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초안 만들었던 대한변협은 지금

갈등이 깊어지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법률대리인 역할을 해 온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한 비판도 불거졌다. 가족들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특별법 초안을 마련했던 대한변협에 불똥이 튄 것이다. 지난 1일에는 전임 대한변협 회장들이 “현 대한변협 집행부의 정치적 중립에 우려를 표한다”며 대한변협을 방문하기도 했다.

위철환 협회장
이틀이 흐른 지난 3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위철환(56) 협회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위 회장은 “사상 유례없는 대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세월호특별법의 본질인데, 본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방법론에 불과한 각론을 놓고 불필요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정치권이 진심을 다해 피해자 가족들을 설득했다면 특별법은 벌써 통과돼 진상조사위원회가 가동될 수 있었다”며 “대한변협은 지난 5개월 동안 500명 넘는 회원(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피해자 가족들의 법률 지원과 상담, 증거보존 신청 등 수많은 활동을 해왔는데 전체 활동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특별법 초안 문제를 놓고 마치 파국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위 회장과의 인터뷰에는 대한변협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명숙 변호사와 김영훈 사무총장이 함께했다.

“특정 정파·진영에 가담할 생각 없어”
-전임 회장들이 우려하는 바는 뭐였고 어떻게 해명했나.
“회장들께서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을 보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별법 논란이 이념공세이거나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도된 게 아니냐는 우려였다. 그게 사실이라면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거다. 지난 5월 피해자 가족들과 업무협약을 한 뒤 대한변협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불필요한 정쟁이나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특정 당파나 진영논리에 가담할 생각도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4개월 넘게 묵묵히 봉사해 온 협회 소속 변호사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특별법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니까 마치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대한변협이 서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사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설명을 전임 회장들께도 충분히 드렸고 설명을 듣고 나서는 오히려 우리를 격려하고 가셨다.”

-대한변협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장악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대한변협 진상조사 특위의 공동위원장, 위원, 대변인 모두 민변 소속이 아니다. 대한변협 30명 임원 중에 인권이사만 민변 소속이다. 회원 비율로 따져도 7%에 불과하다. 민변이나 진보를 폄훼하겠다는 게 아니라 대한변협은 처음부터 특정 정파에 치우친 목소리가 가족 대책위의 이름으로 나오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피해자 가족들도 처음 민변 차원의 법률지원단 도움을 거부하고 대한변협과 업무협약을 하지 않았나.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지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대한변협이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마련한 입법청원 초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도저히 물러설 수 없는 문제인가.
“가장 답답한 것이 그 부분이다. 처음 특별법 초안을 만들 때부터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여러 대안 중 하나였지, 유일무이하거나 확고부동한 입장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었다. 그런데 특별법 논란이 심해지면서 마치 대한변협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것처럼 호도하거나 곡해하는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세월호특별법의 목적은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다.”
위 회장은 수사권·기소권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별법 초안에서 수사권·기소권 문제는 진상 규명을 위한 방법론에 불과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여야의 2차 재합의안에서 협상의 의제가 상설특검에서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로 옮겨 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며 “대한변협과 피해자 가족들이 특정 안을 고집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사권·기소권 문제에 대해 피해자 가족 법률대리를 맡은 대한변협 회장으로서 분명한 입장을 이야기해 달라.
“우선 가족들의 입장을 설명하겠다. 그분들은 자식들이 배에 갇혀 침몰하는 순간을 TV 생중계로 지켜봤다. 진도 현장에서 구조 과정을 지켜보면서 초기 정부 대처에 대해 큰 실망을 했다. 언론에서 구조하고 있다고 보도되는데, 실제 이뤄진 건 없었다. 불신이 쌓였다는 얘기다. 피해자 가족들은 진상조사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게 아닐까 불안해한다. 그래서 수사권·기소권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거다. 정치권이 그걸 이해해야 한다.”

“유족·정치권 간극 생각처럼 크지 않아”
-여야가 두 차례에 걸쳐 합의안을 냈는데도 피해자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선 수사권·기소권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진상조사위 구성에 대해서도 피해자 가족들의 애초 요구는 달랐지만 여야 합의안에 반대하지 않았다. 가족총회에서 여야 합의안이 부결되긴 했지만 특검으로 가자는 것 자체를 반대한 것도 아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가족들 입장에선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원칙론을 계속 이야기하는 거다. 협상에 참여한 대한변협에서 ‘절대 양보하지 말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오히려 여야 1, 2차 합의 과정에서 ‘이런 대안이 있으니 진상조사위부터 출범시키자’고 설득을 했다. 2차 합의안이 가족총회에서 부결됐지만 현장에 있었던 우리 변호사들이 느끼기에 정치권이 성실한 자세를 보여준다면 양보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강했다고 한다.”
위 회장은 “정치권이 수긍할 만한 합의안을 만들어내면 우리가 피해자 가족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껏 피해자 가족들의 곁을 지키며 신뢰를 얻어온 만큼 세월호특별법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지난 2차 합의안에 대해서도 피해자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과연 가족들을 설득할 수 있겠나.
“반드시 설득할 거라고 자신은 못한다. 하지만 여러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4개월 넘게 가족들 곁을 지킨 건 우리다. 법률대리인 역할을 하겠다고 천명한 이상 수긍할 만한 합의안이 나온다면 최선을 다해 설득할 것이다. 정치권과 가족들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 생각만큼 큰 게 아니다. 여야가 조금씩만 양보하고, 가족들에게 진심을 다해 다가간다면 의외로 금방 풀릴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안을 이끌어낼 수 있나. 상설특검법에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주체가 명시돼 있는데 여당 몫을 포기하라는 건 법을 어기는 것 아닌가.
“실정법 위반 논란을 피하면서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여당이 후보 2명을 추천하되, 가족들이 원하는 분들을 복수로 받아서 그중에 정하면 되지 않나.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여야 각 2명, 그리고 대법원과 법무부, 대한변협이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돼 있다. 가족들은 야당 측 2명과 대한변협 측 추천위원을 합쳐도 과반수가 되지 못하니 중립적인 인사를 특검으로 정하기 어렵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여당의 추천 권한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추천은 하되 가족의 의견을 반영하면 되는 거다.”
위 회장과 대한변협 특위 지도부는 대한변협이 피해자 가족을 지원하고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 온 부분이 특별법 논란 때문에 묻혀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대한변협 진상조사 특위에서는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재판 참여는 물론 증거물 보존에 이르기까지 특별법에 따른 진상조사위가 해야 할 일들을 대신 해왔다.
최근 재판 과정에선 세월호 승무원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맥주를 마셨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를 밝혀낸 것도 대한변협 변호사들이었다. 마대 자루에 담겨 폐기될 뻔했던 CCTV 자료와 제주·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자료에 대한 증거물 보존신청을 한 것 역시 대한변협이었다.

-지난 5월 대한변협이 피해자 가족대책위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어떤 활동을 해왔나.
“정부와 가족 간의 대화창구를 일원화하고 지원단체들을 통합한 것은 저희들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지 않도록 설득한 것도 우리 역할이었다. 피해자 가족이나 주변 인물들 중엔 극단적인 사람들도 있고, 법률가임에도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세월호특별법은 왜 필요한가. 일반법으론 진상 규명이 불가능한 건가.
“특별법 제정의 본질이 잊혀졌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벌어졌고 대한민국의 많은 병폐가 드러났다. 독립적 조사위원회에서 종합적인 진단을 하지 않으면 이런 병폐들이 집약돼 일어난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도,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근본적 원인을 총망라해 분석하는 기관이 필요하단 얘기다. 9·11 사태 이후 미국은 20개월 동안 조사를 벌여 250만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내놨다.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한 거다. 조사위 활동을 하면서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 대비해 수사권을 주고, 수사기관이 놓친 범죄 혐의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기소권을 주자는 거다. 처벌이 특별법의 목적은 아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